“미래 전기요금 선납은 한전 부채 돌려막기… 전력망 투자와 기업 자금 징발 구분해야”  ▲한전본사 사옥(사진=한국전력) 한국디지털뉴스 이정근 기자ㅣ나경원은 3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 치 전기요금 약 25조원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독점 사업자의 제안은 사실상 강요”라며 비판했다.
한전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전력 수요기업에 장래 전기요금을 선납받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선납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 등 총 25조원 수준이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망 구축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선납제 도입을 제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참여 여부와 선납 규모, 선납 기간, 이자율 등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에 대해서는 무위험 자산에 준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국가권력을 앞세운 자본 징발”이라며 “반도체 전력망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본심은 한전의 빚 돌려막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 부채는 올해 6월 기준 210조7000억원에 이르고 하루 이자만 115억원이 증발하고 있다”며 “내년 말이면 한전채 발행 한도와 관련한 특례도 종료된다”고 지적했다.
사채로 연명하던 한전이 한계에 부딪히자 신규 한전채 발행 대신 기업의 잉여 현금을 끌어다 쓰는 꼼수를 택한 것”이라며 “글로벌 혁신 경쟁에 투입돼야 할 25조원을 한전 적자 보전과 정권의 치적용 메가 프로젝트에 동원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리한 선납으로 기업과 수백만 개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기업 경영진에게 업무상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한전은 전기를 판매하는 국내 독점 사업자인 만큼 한전의 제안은 제안이 아니라 사실상 강요”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동결이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2016년 12조원 흑자를 기록했던 한전이 탈원전과 요금 동결을 거치며 210조원대 부채를 떠안게 됐다”며 “이제 와서 대기업의 금고를 동원하려 한다”고 했다.
또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받을 요금을 지금 사용하면 해당 기간 한전에 유입될 현금은 그만큼 줄어든다”며 “부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부채 만기를 정권 밖으로 미루는 청구서 돌려막기”라고 비판했다.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나 의원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을 고집하며 원전 생태계를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5년간 무결점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느냐”며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급변하는 가운데 돈부터 당겨 쓰는 거래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전력 대란이 발생할 경우 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선납제 추진을 ‘5년 치 회원권을 미리 판매하는 악덕 헬스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정부와 한전에 선납 협의 중단 및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한전 내부 문건과 제안서, 면담 기록, 대통령실 보고 경위까지 전 과정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의 방만·부실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반성과 자구책이 먼저”라며 “적자 속 성과급과 유휴 자산, 방만한 사업을 정리하고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장 입지는 기업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며 “돈을 먼저 받아 기업의 발을 묶는 것은 알박기 강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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