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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팀 비윤리적 실험에 대한 입장
기사등록 일시 : 2005-11-23 15:54:51   프린터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황우석 교수는 진실을 밝히고, 박기영 보좌관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23일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 MBC PD 수첩의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을 통해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을 둘러싼 일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그 내용을 종합해 보면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과정에 △매매된 난자가 이용됐고 △연구원의 난자도 복제실험에 활용됐으며 △실험의 윤리적ㆍ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할 ‘기관윤리심사위원회’의 심의가 부실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생명윤리법제정 운동을 펼치면서 인체를 다루는 생명공학의 진전은 사회적 합의 속에 투명하게 이루어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이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배아복제 허용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연구비로 실험을 강행한 연구진들을 비판한 바 있으며, 실험성공으로 사회일각에서 진행되고 있는 난자매매가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방송을 통해 이런 우려들이 기우가 아님이 밝혀진 것이다. 2004년 5월 <네이처>지는 특집 기사를 통해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다룬 바 있으며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황우석 교수 개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시민단체, 생명윤리학회, 국가인권위회 등이 관련 의혹들에 대해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바 있다.

어제 방송에 의하면 최소한 600개 이상의 난자가 미즈메디 병원을 거쳐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간 것이 확인되었다. 당시 관련 법률이 없어 불법은 아닐 수 있으나 도덕적, 국제적 논란까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의사윤리지침은 난자나 정자를 매매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침은 연구용 난자와 정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민간연구비로 인간배아복제실험이 가능한 미국에서도 난자는 주로 불임시술을 위한 목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안은 여성 연구원의 난자가 실험에 쓰였다는 것이다. 국제 규범인 ‘헬싱키 선언’은 이해관계가 있는 피험자나 강제된 동의여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의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처음에는 말렸으나 최종 확인은 못했다는 황우석 교수 발언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발적 기증여부를 떠나 학생의 난자가 실험에 쓰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연구책임자인 황우석 교수는 국내외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은 비윤리적 차원을 넘어 세계 과학사에 남을 만한 부끄러운 사건이다.

난자매매와 연구원 난자 기증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실험의 절차적 투명성을 관리하는 기관윤리심사위원회도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관윤리심사위원회는 임상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연구계획의 의학적, 윤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위원회로 시험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되는 상설기관이다.

이를 통해 연구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피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 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과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에 의해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 위원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기간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없고, 연구비 지원도 중단된다. 기관윤리심사위원회의 형식적 또는 부실한 진행으로 인해 연구과정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다.

특히 우리는 그 동안 황우석 교수와 주변 인사들이 이번에 밝혀진 사실과 배치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주목한다. 황우석 교수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는 난자를 자발적으로 기증 받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연구원의 난자 의혹이 제기 될 때마다 “자신이 직접 명단을 확인했지만 (문제가 되는 난자는) 없었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밝혀진 내용들은 황 교수팀의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며, 황 교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가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까지 제기되고 있다. 만약 황 교수가 이를 사전에 알고서도 계속 부인해왔다면, 난자출처과정의 비윤리성을 문제를 넘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도덕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황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미 황 교수 연구팀의 윤리규범 위반으로 인해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신뢰 저하는 물론 지금도 묵묵히 실험실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이상 진실을 숨겨서는 안된다.

한편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보좌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실험에 구체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다고 밝힌 박기영 보좌관은 공동저자에 오른 이유와 관련해 국내외적 논란이 일자 생명윤리에 대해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과정의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밝혀진 사실을 몰랐다고 말을 바꾼다면 별 기여도 없이 공동저자에 포함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박기영 보좌관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고위 책임자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이미 상실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안이 제기된 이후 관련자들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사회 일각에서 왜곡된 국익론과 결과지상주의가 제기되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적인 기관과 연구자들 중 과연 누가 국내 여건과 여론을 핑계 삼아 국제적인 윤리규범을 쉽게 무시하는 국내 과학자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하겠는가. 만일 우리 사회 일부의 왜곡된 국익론에 경도되어 이번 사안의 진실규명에 소극성을 보인다면 한국 과학계 전체가 국제 과학계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즉 진실의 은폐는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다.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만이 한국의 생명 과학계가 국제적인 고립과 비난을 피하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엄격한 윤리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조차 ‘윤리규정 좀 어겼더라고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결과지상주의가 통용되어서는 결코 안됨을 분명히 한다.

황우석 교수는 확인된 사실과 관련된 의혹들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 우리는 황우석 교수와 그의 연구팀, 정부의 향후 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정확한 조사를 통해 문제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 동안의 일방적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연구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을 결정할 때는 최소한 연구과정의 여러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규명하고 제거한 이후에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황우석 교수의 입만 바라봐서는 안되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객관적 지위에서 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 길만이 황 교수의 발표이후에 터져나올 수 있는 또다른 논란과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다. 만약 과거처럼 의혹을 숨기는데 급급하거나 서둘러 미봉책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동정을 얻으려는 시도를 지속한다면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녹색연합, 대한 YWCA연합회, 시민과학센터, 여성환경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참여연대, 초록정치연대, 풀꽃세상,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총 14개 단체) 등이다.
정승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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