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대립하는 이념을 묶자는 소설같은 얘기
연방제 통일이란 북한이 제안했던 것으로 정치, 군사, 외교는 연방정부 하에 통일하되 나머지에 대해서는 남과 북 각자가 지금처럼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twitter:@ktwktw007) 남북연합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각국이 별개의 주권국으로 존재하는 가운데 ‘연합’이라는 테두리를 씌운 것입니다. 영연방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영연방’이라고 하지만 전형적인 연합의 사례로서, 호주, 캐나다 등 소속국들은 각각이 완전한 주권국입니다. 연합이란 통일로 가는 중간과정일 수는 있어도 통일 그 자체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한국에는 연방제 통일에 대해 달콤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방제에는 두 가지의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헌법 제4조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문제는 북한의 전성성입니다. 북한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이라는 것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자주’란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는 통일이 되어야 하므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란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953년 휴전 당시 이승만 정부는 휴전에 반대하여 정전협정에 불참했는데, 북한은 이것을 빌미로 한국은 평화협정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북미간 평화협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을 부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민족대단결’이란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공산당을 합법화하여 사상과 이념 그리고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대화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가하면, 북한에서 헌법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노동당 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을 ‘북반부에서의 사회주의의 강성대국 건설’과 ‘전국적 범위에서의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으로 정하고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국통일 3원칙과 노동당 규약을 종합하면, 북한이 원하는 통일방식이란 미군을 내보내고 한미동맹을 해체한 후 남조선 혁명을 완수하게 하여 사회주의 통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연방제 통일은 최종 목표인 사회주의 통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인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상이한 두 체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반도를 연방제로 통일하자는 것은 소설같은 얘기입니다. 도발을 하는 군대와 도발을 막는 군대에게 같은 군복을 입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수령체제 수호와 남조선 혁명을 위해 존재하는 북한 군대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남한 군대에게 같은 계급장을 달아주고 같은 지휘체계 하에 묶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남북연합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는 남과 북이 현재처럼 별개의 체제로 존재하는 가운데 ‘연합’이라는 테두리를 하나 더 씌우자는 것인데,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올림픽 단일팀이라도 쉽게 내보낼 수 있느니 통일효과를 누리는 것이 아니냐면서 반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남과 북이 연합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동질성과 친밀성을 가진 단계까지 왔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라면 ‘사실상의 통일’ 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영연방’에 속해 있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같은 이념과 체제를 가진 나라들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테두리가 없더라도 이들은 어차피 사이좋게 지낼 나라들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공무원들이 교차 근무를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냅니다. 남북한도 그렇습니다. 체제와 이념 그리고 경제수준이 비슷해져서 다툴 일이 없는 가운데 자유롭게 교류협력을 누리는 상태라면, 연합을 하면 더 좋고 안 해도 좋습니다.
대립하는 이데올로기와 두 체제 간에 걸핏하면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현 상태에서 연합이라는 테두리부터 씌운다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완전한 통일이라도 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남한 사회를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키기에 안성맞춤이 되어버립니다.
요컨대, 연방제 통일이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명령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현실성이 없는 소설같은 통일론입니다. ‘남북연합’이라는 것도 현 단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진정 연합제를 원한다면 연합제를 해도 좋을 만큼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놓고 협상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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