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초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 ‘동반성장연구소’를 창립했습니다. 지난 3월,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3개월여 만입니다. 그리고 정운찬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연구소에 대해서 관심은 매우 뜨겁습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직접 전화로 연결합니다. 정 총리님?
☎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하 정운찬) : 네. 오랜만입니다.
앵커 : 동반성장위원장에서 퇴임하신 지 3개월여 만인데요. 동반성장연구소를 창립하셨습니다. 창립배경, 어떤 것인지요?
정운찬 : 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은 한마디로 위기감과 책임감 때문입니다. 위기감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이런 상태로 우리 사회가 지속되면 공동체로서 유지되고 지속·발전할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죠. 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절망으로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않겠나 하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앵커 : 연구소 발기인만 해도 전 부총리가 두 분이나 있네요. 조순, 이헌재 두 분이고, 이석연 법제처장 하신 분도 있고, 김창중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 하신 분, 노회찬 의원,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있고, 김지하 시인도 있고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서 연구소 느낌이 상당히 묵직해 지는데, 언제부터 연구소 설립을 생각하시고 이런 분들이 참여하게 됐나요?
정운찬 : 동반성장위원장 그만 두고 나서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사회가 이대로 유지되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순수 민간단체로 연구소를 차리면 보다 더 자유롭게 연구도 하고 교육도 하고 홍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제 취지를 말씀드리고 취지에 동의하신다면 같이 참여해 주십사했더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앵커 : 동반성장위원회 때 경험이 이번 연구소 설립과 직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정운찬 :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정말 심각합니다. 특히 동반성장위원장 하면서 동반성장 사회의 필요성을 더욱더 절감했습니다. 을사조약이라는 말 아십니까? 한일 간의 을사조약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는 을사조약이 있다고 합니다. 갑과 을 중에, 갑은 대기업이고 을은 중소기업인데, 항상 을이 죽어난다는 의미의 을사조약으로 중소 기업인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말입니다만, 다수의 중소 기업인들은 대기업과의 협력에서 을인 중소기업이 항상 죽는 관계라고 해서 을사조약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정말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모두 잘 살려면 동반성장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감했습니다.
앵커 : 동반성장연구소는 대통령직속기관인데, 정부기구였던 ‘동반성장연구소’와 지금의 ‘동반성장위원회’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 차별화가 있을까요?
정운찬 : 우선 동반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이 아니고, 단지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만 민간 위원회입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화와 연구소는 다릅니다. 먼저 국가하고 전혀 연결이 안 돼있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동반성장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사회 현실을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그런데 저희 관심은요. 지난 3월, 동반성장위원장 직에서 물러나실 때,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답도 없었다”고 하시고, 동반성장의 취지에 대한 정부의 의식 부재를 질타하셨는데, 이 연구소가 발족하자마자 지경부 관계자는 정 전 위원장과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는데 어디서 차별성이 생기는 걸까요?
정운찬 : 우선 정부는 지금 인식이 덜 돼 있습니다. 양극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우리가 발전하려면 큰 사람과 작은 사람들이 같이 가야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좀 더 테크니컬한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작년에 이익 공유제를 주장했는데 지금 지경부는 성과 공유제를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경쟁할 때 납품가를 후려 쳤다면 그리고 그 결과 수출가를 낮추고 수출해서 이익을 많이 남겼다면 보상적 차원에서라도 협력 중소기업에게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해서 성과공유제는 대기업들이 납품가를 후려치다 못해 한계에 도달하니까 우리가 당신들에게 지원을 해주고 기술 향상의 성과가 있다면 같이 나누자고 하는 것이 성과 공유젭니다. 그런데 그 성과공유제는 지난 5년 이상 했지만 실패로 판정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성과공유를 잘 한다는 기업이 수조의 이익을 올리면서도 1년에 백억도 안 되는 돈을 중소기업에 주고 있습니다. 언 발의 오줌 누기라고 할까요. 그런 반면 초과이익공유제, 또는 이익공유제, 협력이익배분제는 우리에게는 잘 안 알려졌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하던 것이고 이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 동반성장위원장을 정운찬 총리께서 그만 두게 된 이유도 초과이익공유제 때문이 아니었나, 다들 관측하고요...실제로 관두실 때 초과이익공유제가 주요 요인이었습니까?
정운찬 : 대기업들이 작년 12월 13일, 1월 17일에 초과이익공유제를 논의하는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보이콧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2월 2일에 내용을 같이 하면서 이름을 협력이익배분제로 고치고 통과는 시켰습니다만, 아무래도 1년 동안 해보니까 너무 힘들어요. 대기업은 반발하고, 정부는 위원회를 만들고 도와주기는커녕 수수방관할 때도 있고 발목을 잡을 때도 있고 해서 참으로 어려워서 작년 12월 13일에 1년 하고 그만 두려고 했었는데 대기업들이 보이콧을 한 바람에 오기가 나서 버티다가 3월 초에 대통령께 실상을 보고 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동반 성장위원회의 의미가 없다, 대폭적으로 지원을 늘리라고 했는데 대통령께서 묵묵부답이시라 그만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앵커 : 대기업의 약탈적 경영 행태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낳는 주범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정 총리께서 그 부분을 강하게 접근해 들어가시는 겁니다. 그렇다면 동반성장연구소에서는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들에 대한 계획이십니까?
정운찬 : 가장 먼저 동반성장 가치의 필요성과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한 강연과 시민운동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또 각종 학술논의를 개최하고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교육도 병행할 것입니다. 또한 정치권에 동반성장 정책을 입법화하고 차기 정부가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대안을 만들어서 제시할 생각입니다.
앵커 : 활동하시면서 정치권에게 목청 높게 얘기한다고 잘 먹히지 않지 않습니까?
정운찬 : 쉽진 않습니다.
앵커 : 직접 정치를 하시면 어떻습니까?
정운찬 : 글쎄요. 저는 그럴 준비가 안 됐습니다.
앵커 : 잠재적 대권주자라고 앞에서도 얘기를 했는데, 동반성장을 위해서 대선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직접 받으신다면 어떻겠습니까?
정운찬 :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이 없지만 현재로서 저는 동반성장의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할 각오가 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앵커 : 보도를 보면 이재오 의원의 입당 권유가 있었다고 하는 건데요?
정운찬 : 입당 권유라기보다는 같이 국민 경선을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제가 저는 당원도 아닙니다 했더니, 입당해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했었습니다만, 그때 그 제의를 받고서 면전에서 못 한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뭣해서 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놓고 하루 이틀 생각했다가 전화를 드려서 생각이 부족합니다, 그랬더니 그 후로 몇몇 분이 국민경선하자고 같이 주장하시는 것을 봤습니다.
앵커 : 정 총리님을 잠재적 대권주자로 보는 시각은 이미 쭉 퍼져있는데 이런 시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 :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정치를 직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하고도 동반성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다만 제가 좀 안타까운 것은 새누리당, 여권하고 철학이 같지 않은데 언론에서 자꾸 저를 여권의 잠재적 경선 후보라고 하는 것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를 여권의 대선후보라는 언급을 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 여권, 즉 새누리당과 입장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야권이 당장 떠오릅니다. 어떤 점에서 입장이 다른 건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정운찬 : 그렇다고 해서 저는 야권의 후보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그것만 하면 나라가 정말 잘 되겠다고 생각하다가 최근에 선거가 가까우니까 복지 애기하고 경제 민주화 얘기합니다만, 정책이념이나 정책의지라고 하는 것은 쉽게 바뀌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분들의 진정성을 별로 믿고 있지 않습니다. 민주당이나 야권도 오래전부터 경제 민주화도 얘기했고 재벌개혁도 얘기했고 많이 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말은 좋은데 그 내용이 충분히 있느냐, 진정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크게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앵커 : 정치참여 얘기는 너무 괴롭힌 것 같아 그만하겠습니다.
정운찬 : 워낙 김 선생님이 사람을 코너에 모시잖아요. 하하하
앵커 :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마다 의미가 달라요. 정운찬 전 총리께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풀기위해 하는 건지 말씀 부탁드릴게요.
정운찬 : 두 가지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론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 즉 경제 주체에 대한 관점이 빠져 있습니다. 저는 경제 주체들이 서로 평등한 관계로 경제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대·중소기업 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정책 이념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또 정책 이념이 명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정책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고 절대적 정책 가치로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지금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상황변화에 따라 표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이 국회의원의 발의법안에서 기업 규제적 요소를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전경련에서 규제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건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운찬 :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재벌에 비판적인 의원들에게 침묵하라고 협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전경련의 행태는 중단돼야 하고 전경련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원장 그만둘 때 얘기한 것입니다만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경련과 재벌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전경련은 더 이상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이익 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동반성장연구소 출범을 시켰는데요, 아무래도 기업과 정치권의 부담스런 존재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 : 저의 관심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반성장의 확산과 정책입니다. 우리 사회가 동반성장 시스템으로 재조성 되는데 일조한다면 더 이상 무슨 원이 있겠습니까.
앵커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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