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없습니다" 어제 저희 방송에 출연한 통합진보당 천호선 최고위원이 했던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분당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통합진보당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대표적인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진 교수가 트위터를 통해 자기 의견을 밝힌 바도 있고 그렇습니다. 진중권 교수님?
☎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이하 진중권)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트위터 글을 제가 읽었습니다. 동네 떡볶이집도 시장조사 하는데 이건 뭐냐 하는 건데, 우선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이 부결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으시고는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진중권 : 짜증이 좀 나더라고요. 김제남 씨께서 이석기·김재연의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를 연기하자고 할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심상정 의원이 의원총회 연기하면서 속는 셈 치고 합의했다고 말씀을 했는데 제대로 속았다는 느낌이 들고요. 많이 실망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 대표 선거가 있었고 중앙위원회 선거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통해서 당원들의 의사가 당의 혁신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탠데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지도 잘 않고요. 결국 통진당은 국민의 뜻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당이고 당원의 뜻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죠.
앵커 : 두 의원에 대한 제명 부결로 수혜자와 피해자가 있을 거란 말이죠. 이 세력 갈등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구분을 좀 해 주시죠.
진중권 : 자세한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 같고요. 최대 수혜자는 역시 통합진보당 의원의 좌석을 꿰찬 이석기·김재연 의원이고요. 최대 피해자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두 분에게 세비를 지급하게 된 국민들이죠. 국민들이 불쌍하게 된 겁니다.
앵커 : 탈당과 분당에 대한 얘기가 자꾸 나오고, 천호선 최고위원도 어제 “구당권파와 함께 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했는데, 이게 분당내지는 탈당 시사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중권 교수께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진중권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실 민주노동당에서 옛날에 진보신당이 갈라져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때도 사실은 거의 동일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한동안은 강기갑·이정희 대표 체제를 통해서 나름대로 구태를 벗어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당내 경선에서 부정선거 사태가 있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그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상당히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지 않았습니까, 심지어는 폭력과 분신까지 일어난 상황인데 그것을 통해서 이분들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국민들 앞에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죠.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범국민적 질타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저렇게 버티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이분들이 태도를 바꿀 거라고 기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입니다.
앵커 : 진 교수쎄거 트위터에 올리신 게 통합진보당은 끝났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도대체 민노당 계열과 과거 진보신당이 왜 싸우고 지금도 왜 부딪혀 있는지 큰 틀의 입장 차이를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진중권 : 굉장히 복잡한 얘긴데, 크게 볼 때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패권주의와 종북주의 문제거든요. 사실 저는 양자가 다르다고 하는데 같은 문제라고 봐요. 종북을 하느라고 패권이 필요한 거거든요. 패권이 없으면 당의 논평이나 정책이 자기들이 원하는 쪽으로 안 나가니까 패권을 통해서 세력을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문제가 그대로 있었던 거죠. 이번에 그 문제가 불거진 것은 참여당 계열입니다. 진보신당 계열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회 문제화가 안 되는데, 참여당 세력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좀 다른 멘탈리티를 갖고 있거든요. 옛날에는 이런 문제가 나오면 사바사바 하면서 서로 대충 거래를 통해서 끝내고 그랬는데 참여당 계열 사람들은 정신상태가 조금 다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게 정말 문제가 된 거고 더 중요한 것은 야권연대 때문일 겁니다. 야권 연대를 통해서 집권할 수도 있는 정당, 그리고 집권하게 되면 장관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정권에 참여할 수도 있는 정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국민들이 충격을 받는 거죠. 사실은 같은 문제죠.
앵커 : 저희 방송에서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 측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규 의원은 이 갈등이 세력 싸움이라기보다는 노선 내지 이념 갈등의 성격이 더 큰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토론해 보자는 얘기를 하셨어요. 이념 싸움이라는 게 대체 뭐냐 NL, PD 이렇게들 많이 얘기하는데 지금 진 교수는 종북주의로 정리를 하신단 말예요?
진중권 : NL, PD 라는 게 낡은 건데 아직 그런 생각한다는 것이 한심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 땅에서 미국 철수 시키고 민주정부를 세워서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한 다음에 사회주의로 가자, 뭐 이런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정당정치에서 내놓을 수 있는 정강정책도 아니고, 이념도 아니지 않습니까, 무슨 운동권이, 정치가 무슨 운동권 써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념 논쟁 이런 것들은 사실 남사스러운 일입니다.
앵커 : 진 교수가 보기에 구 당권파는 낡은 생각,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입장이신 거죠?
진중권 : 그렇죠.
앵커 : 그러면 진보의 미래를 꿈꾸는 진보세력이라는 분들이 어떤 방향성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이신지요?
진중권 : 진보정당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새로운 현대식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정당이 실패했다고 판단한다면 민주당으로 들어가야겠죠. 그래서 민주당 내에 진보블록을 형성해야 할 것이고요. 전자가 더 유럽식입니다. 후자가 미국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럽 같은 경우 진보정당이 보수 정당과 양강 구조를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반면에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이죠. 다만 미국의 민주당은 우리나라와 달리 민주당 내에 진보정당에 속하는 녹색당이라든지 이런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민주당 그늘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진보 블록을 형성하고 있죠, 그런 식으로 가든지요
앵커 : 두 가지 선택지를 얘기하셨어요. 유럽식이라는 것은 프랑스에 집권한 사회당
진중권 : 독일도 그렇고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죠.
앵커 : 그리고 미국이라는 것은 통합진보당 사람들이 민주당 들어가서 진보의 세를 형성해서 장관도 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얘기하시는 거죠. 그랬을 경우 진보 세력의 이념 지향성, 온당한 의미의 진보가 뭘 추구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논란이 벌어지는 걸까요?
진중권 : 글쎄요. 그것은 너무 추상적인 질문 같아서...
앵커 : 만약 이쪽 진보나 이념 논쟁에 많이 관여가 되신 분에게는 익숙한 얘기일 수 있는데 일반 정치 흐름으로 바라볼 때는 저분들이 도대체 뭘 지향하는가,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에 사민당이나 사회당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트위터 얘기를 쓰신 것 같아요. 그게 뭘 하자는 것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진중권 : 사실 자본주의 체제 문제 아닙니까, 우리가 갖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라는 게,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는 사실 특이한 체제죠. 미국과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고, 유럽식 시스템이 있지 않습니까, 시장경제에 사회주의적 통제가 결합된 혼합체계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말하는 것은 그런 사회국가시스템이죠. 그런 사회국가시스템을 추구하는 사민당이나 사회당 정도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이념지형으로 적당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사회주의 이념 중에서 그나마 살아남았고 현실에서 작동 가능하다고 입증된 시스템이 그거거든요. 그리고 여러 번 여론조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조사에서 한국 유권자의 다수가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아닌 정당이 필요하다는 거고요. 바람직한 진보정당으로는 대다수가 서구식 사민주의 정당을 꼽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이 복지가 강화된다면 세금을 더 낼 의향도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문제는 개별적으로 놔두는 시스템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떤 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갈 준비도 돼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그런 의미의 진보정당의 건설을 위한 출발점은 우리 사회에 마련돼 있고요. 지금 당장 정치권을 보더라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복지 얘기하고 정의 얘기하고 있단 말이죠. 그게 바로 우리 사회에 결여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엥커 : 지난 총선에서도 진보정당에 투표가 220만 명이 투표를 했는데 원내에 진보정당이 들어오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고요, 10년의 실험이 있었는데, 좌초된 분위기인데, 만약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출범시킨다면 진중권 교수께서 뜻을 함께 하고 동참할 뜻이 있으신지요?
진중권 : 참여는 하겠지만 적극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10년 했다가 다시 되돌아 온 것 아닙니까, 처음 진보정당 운동 처음에 시작할 때는 지하철 입구에서 선거운동도 같이 하고 그랬는데 그때만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열정이 지금 남아있는지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라고 할까, 아니면 재생산이 안 일어나고 있거든요. 저희만 해도 학생운동권 노동운동권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커 올라오지는 않고 있어요. 그래서 그게 과연 될까 라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런 게 된다면 저는 당연히 결합하겠죠.
앵커 : 눈앞에 대선이 있는데 진보정당 사람들, 통합진보당 사람들, 그 외곽의 지원세력들, 어떻게 역할을 해야 될까요?
진중권 : 야권연대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볼 때 야권연대는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봅니다.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할 수 있고요. 이번 대선만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통진당의 선거 연대는 다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만약에 선거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새로 이루어질 정당 같은 이런 데와 되거나 아니면 민주당 측에서도 그런 정당이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들과 직접 관계를 맺으려고 하겠죠.
앵커 : 흔히 말해서 진보세력은 숫자라기보다는 그들의 강령이나 주장이 영향력이 많이 미친다고 해서 목소리라고 하는데, 야권연대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많이 가졌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 보시기에 야권 연대는 이미 물 건너갔다, 진보정당과의 결합 없이 야권의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진중권 : 진보세력과의 결합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 질 겁니다. 그런데 당대당 결합은 아니겠죠. 그리고 야권 승리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야권 연대 없어도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도 이겼지 않습니까, 그때도 권영길 씨가 나와서 4%정도 표를 가져갔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요. 또 어차피 개혁에 실패한 이상 통진당이 대선에서 그렇게 큰 변수가 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헤쳐모여하는 게 아니고, 누가 시대정신을 제시하느냐가 결정적인 문제고 거기에 비하면 나머지는 사소한 문제라고 봅니다.
앵커 : 통합진보당의 세 세력, 국민 참여당 계열,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 당권파로 분류되는 분들이 도대체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지 훈수를 둬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진중권 : 저는 강기갑 대표께서는 사표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국민 앞에 혁신을 해야겠다고 약속을 하셨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국민과의 약속에 실패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퇴를 통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분들의 행보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오기도 힘든 상황이지 않습니까, 유시민씨, 심상정 씨 노회찬 씨 같은 경우도 과거에 당에서 나온 바가 있잖아요. 아마도 당에서 나오다보면 당을 깨는 전문가라는 식의 정치공세를 할 거라는 거죠. 그래서 그것 때문에 쉽게 당을 깨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런 일을 한 거죠, 김제남 씨를 통해서 결정을 뒤엎어버려, 저들은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싸우는 것만 가지고도 얼마 쨉니까, 석 달 째인가 국민들 지겹거든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겹더라고요. 왜냐하면 혁신이라는 게 당내에서 모든 사람이 합의를 하고 해도 국민들이 믿어줄까 말까하는 것이 혁신인데, 당의 절반이 저렇게 강렬하게 폭력과 분신까지 하면서 저항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혁신이 될 수 있는가, 제가 듣기로는 이미 3천명이 떠났고요. 민주노총에서 조직적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보고, 참여당 계도 벌써 다른 결심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바닥부터 다시 출발을 해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기반을 다져서 천천히 고생하는 진보정당 운동, 한 마디로 모든 분들이 고생할 생각하고 백의종군해서 당을 원점에서 완전히 다시 세우는 각오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지금 원점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움직임이 있다 하더라도 구 당권파라고 얘기하는 의원을 보유한 구 당권파의 민주노동당 계의 정당은 존립하게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진중권 : 그건 존립할 겁니다. 그 사람들 우리가 없앨 수는 없잖아요. 그분들의 전략이라는 게 사실 야쿠자 전략이거든요. 도덕의 한계는 법의 한계라는 거죠. 법적으로 우리는 제명할 수 없으니 우리는 도덕적으로 정당하자는 태도거든요. 기본적으로 깡패의 도덕 아닙니까, 합법적인 것은 모두 도덕적이라는 이런 태도로 버티기 때문에 초법적인 결사를 취하지 않고서는 당을 해산시킬 수도 없고, 의원들을 제명시킬 수는 없는 문제 아닙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다만 그분들의 정치적 생명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 생명만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회기만 지난다고 해도 그 다음에 선택을 국민들에게 받겠습니까?
앵커 :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도로 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진중권 교수와 함께 한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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