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 보여야
박근혜 후보가 연일 대통합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이명박 대통령과도 만나 같은 당 소속으로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민생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피력함으로써 ‘일하는’ 후보라는 인상을 남겼다.
[미디어펜]하지만 박 후보로서는 전태일 열사의 방문 실패와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 옹호 발언으로 대통합의 좋은 뜻이 상당 부분 훼손된 것도 사실이다.
박 후보가 의도하는 대통합이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아우르는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마음 자세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같은 편인 보수연합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 시기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화합을 손길을 내밀려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군 경제 기적에 대해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의 집권 시절에 있었던 많은 희생들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었고, 전태일 열사도 그런 희생자들 중의 하나였다.
박근혜 후보로서 아버지 때의 일이라고 하나 도덕적 짐까지 면탈되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박 후보는 자식 된 도리로서 지난 날의 희생에 대해 고백하고, 그 희생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순리다.
가톨릭에서 ‘고백’은 고백자가 자기의 죄에 깊은 슬픔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진정성이 없는 고백은 고백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세 가톨릭의 고백 기도를 보면 죄의 고백을 하나님께 고하고 ‘내 탓이요’라고 말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용서는 내가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들이 용서하는 것이다. 용서자는 김대중, 김영삼, 전태일의 누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과 전능하신 신이 용서의 권리자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가 살아 있을 때 먼저 그의 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을 용서 하였다.
박 후보의 대통합이 지역간 화해와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역시 아버지 시대에 뿌려진 ‘지역갈등’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하면 지역적으로 소외 받은 곳도, 희생된 사람들도 용서하고 화합의 손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사과하면 본인도 살고 아버지도 살고, 국민도 산다. 사과한다고 하여 산업화의 기적이 결코 평가절하되지 않는다. 나를 높이면 낮아지고 나를 낮추면 높아지는 것은 세상의 진리다.
박 후보는 이와 같은 진정한 대통합의 과정을 통하여 아버지의 후광을 받은 ‘아바타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시대의 정치지도자로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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