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유치한 친구 입씨름 ! 성폭행범 저리 가라?
안철수 교수를 둘러싸고 '대학 동기 사이에 있었던 공방에선 어딘가 설익은 야망가들의 공명심 같은 게 느껴진다. 1류 대학 출신, 사법고시 합격자, 신세대 검사, 변호사, 정계 진출, 유력 대통령 지망자의 실무측근... 모두가 전도양양한 30 대후반-40대 초, 중반의 야심가들이다.
뉴스파인더 [류근일 前 조선일보 주필]사람은 이때가 가장 위태롭다. 눈부시게 출세가도를 질주는 하는데 눈이 부시다 못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눈이 멀 위험이 있다. 너무 자신만만하고 의욕에 불타, 자칫 절제력을 잃을 수 있다. 공명심이 가득 차 물불,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내닫기 일쑤다.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 마당에 동북아와 한반도의 진운(進運)을 놓고 한국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차원 높은 논쟁을 하기는 고사하고, 고작 "협박당했다" "친구 사이의 이야기였다" 하는 수준의 유치한 우기기 입씨름이나 하고 앉았으니, 나라의 장래가 정말 싹이 노래 보일 지경이다. 저런 젊은이들이 청와대로 국회로 사법부로 행정부로 진출할 경우 대한민국이, 그들이 그토록 타기(唾棄)해 마지않는 구세대 때보다 훨씬 더 나아지리란 보장이 과연 있을까?
일부 젊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어쩌면 그렇게 권모술수와 마키아벨리즘과 음모 정치에 구세대보다 오히려 더 빨리 익숙해지느냐 하는 점이다. 일부 못 말릴 좌익 쪽에서도 그렇고, 작금의 '안철수 공방'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부 못 말릴 비(非)좌익 쪽에서도 그렇다.
결국 세대가 바뀐다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도, 별로 새로워지는 것도 없는 셈이다.
젊은이들이 다 그렇다는 게 아니다. 구세대라 해서 그들보다 모두가 다 낫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인간이 어떻게 하면 인간다울 수 있느냐, 배운 사람이 어떻게 하면 배운 사람다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어려운 이야기 할 필요 없다.
예의염치(禮義廉恥), 이 네 글자의 문제다.
공자 왈 맹자 왈 하자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공자님은 군자(君子)의 길과 소인(小人)배의 길을 이야기 했지만, 쉽게는 그저 "쟤 왜 저래?" "응, 걔 원래 좀 그래" 하는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만 돼도 "아이구 할아버지!" 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이념(理念) 판과 정치 판에 이 최소한의 것이 말라죽어 가고 있다. 어린이 성폭행범만 개차반인 게 아니다. 그런 공공부문에도 개차반이 넘쳐난다. 하는 짓거리, 하는 말 따위가 이건 정말 밑바닥 잡배다. 쌍스럽고 야비하고 천하고 교활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타락'이란 말밖에는 달리 설명을 부칠 수가 없다.
그러나 이건 인간 역사 자체일지도 모른다. 고대(古代)라 해서 이런 게 없었을 리 없다. 현대라 해서 이게 딱히 더 새삼스러울 까닭도 없다. 인간 세상은 늘 그래 왔을 것이다.
문제는 그 탁류를 제어한 시대는 문화적이었고, 제어하지 못한 시대는 야만적이었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어쩐지 야만이 더 기승하는 것 같아 우울하다는 것이다. 이 탁한 기운은 어떻게 일일히 막을 방도가 없다. 교육, 교육 하지만, 어느 하(何) 세월에? 선생 말, 부모 말, 어른 말을 누가 듣나? 섣불리 어쨌다가 칼부림 맞게? 지하철 안에서 조심조심 해야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밤중에 지구대 안에선 술주정꾼들이 난동을 부려도 경찰관들이 무서워 몸을 사려야 하는 세상이다.
정치판은 이런 취약한 교육통제 기능과 질서유지 기능을 더욱 기죽이는 게 '민주화'라고 하는 친구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어느 시대건, 세상은 갈 데까지 가는 법이다. 달은 차야 기운다.
그래... 정히 그러겠다면 어디 한 번 가보라지.
대통령 선거판도 이제 막, 갈 데까지 가기 시작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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