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이원재 前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안철수 캠프 경제 정책 자문단)
열린 인터뷰입니다. 어제 안철수 원장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 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쇄신을 실천해내겠다는 강한 포부와 함께 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공약을 맡고 계신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연결하겠습니다. 송정애 : 안녕하십니까?
이원재 : 네. 안녕하세요.
송정애 : 어제 기자회견장에 계시더라고요. 함께요. 기자회견 하는 내내 안철수 후보의 표정은 상기돼 보였는데 회견 후에 소감,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원재 : 회견 뒤에 따로 뵙진 못했습니다. 저도 일정이 있고 해서요.
송정애 : 예. 그러면 어떻게 느끼셨어요?
이원재 : 저는 정말 기존의 정치 연설과는 달리, 본인이 생각했던 걸 굉장히 솔직하게 밝혔던 진심이 담긴 연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송정애 : 네.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가 슬로건인거죠?
이원재 : 그렇습니다.
송정애 : 어떤 의미입니까?
이원재 : 우선 지금까지는 기존의 정당체제 안에서 국민이 선택한다기보다 국민을 대표하는 여러 사람들 또 국민을 대표한다고 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끼리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그런 방식으로 정치 과정이 진행됐다면 이제는 국민이 생각하게 정말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구체적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써 진행해보겠다, 그런 뜻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틀이 아니라 새로운 틀로 하겠다는 거고 가능하면 국민과 직접 소통하면서 이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송정애 : 그런데 보면 사실 정책에 대한 언급은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전체적인 정책방향은 어디까지 논의가 되고 있고 국민들은 언제쯤 접할 수 있을까요?
이원재 : 어제 안철수 후보가 밝히셨듯이 조만간에 정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여러 번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진행된 걸 조금 설명을 드리면요. 비공개 일정이 많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많은 전문가들을 실제로 만났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분들을 만났고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을 준비해서 사실은 정책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보다도 더 많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것을 밝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 정책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기존 틀과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한데요. 만약에 우리가 비공개로 만났던 전문가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그분들의 의견을 모은 정책을 그냥 국민들 앞에 내놓고 이것을 선택하실 겁니까, 아닐 겁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고요. 그러니까 국민을 수험생으로 만드는 거죠. 객관식 1,2,3,4번을 주고 그중에서 하나를 찍도록 하는 방식인데 저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정책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한번 설계해 나가려고 합니다.
송정애 : 그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원재 : 예. 사실은 정책이라고 하면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상식을 실현하는 방법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상식적으로 ‘우리 골목 상권에 있는 자영업자들, 사업자들이 최소한의 장사는 할 수 있도록 그 영역이 열려야한다’ 이러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다들 쓰러져가고 있으니까요. 그걸 구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나 강자가 이 골목상권에 들어와서 굉장히 작은 사업자들하고 불공정 경쟁을 하는 것을 막아야겠다, 이게 정책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이 정책인데 그 방법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 사회에 많은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새누리당도 좋은 정책을 많이 가지고 있고요. 민주통합당도 많이 가지고 있고요.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신당도 많이 가지고 있고요. 또 이런 정당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국 각지의 있는 교수들이나 각 전문가들, 심지어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들, 서민 개개인조차도 정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지성, 전국 각계의 전문가 지성, 국민의 집단 지성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한번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송정애 : 예. 그게 어제 언급된 ‘수평적 네트워크’ 얘기인가요?
이원재 : 그렇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한번, 물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책도 있지만 이걸 내놓고 선택하라는 방식보다는 우리 답과 함께 버무려서 답을 한번 같이 쓰는 과정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만 정책이, 그동안에 정책의 문제점이란 게 뭡니까? 정책이 다 연구되고 나와 있지만 좋은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게 문제거든요. 국민과 소통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실행되고 소통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 선거 과정에서 실현해보려고 합니다.
송정애 : 기존 틀 달리해서 차별화하는 점은 부각이 됐는데요. 그러면 전체적인 큰 그림, 정책의 기본 방향은 어떤 건가요?
이원재 :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혔고 어제도 말씀 드렸듯이, 기존에 있던 연구된 정책들 중에서 상식적으로 우리가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정의·복지·평화와 경제민주화와 혁신의 선순환, 이런 부분들을 후보가 회견 중에 밝혔고요.
송정애 : 네. ‘안철수의 생각 이 책에 나왔던 내용보다 더 많이 준비돼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달라지는 점도 있습니까?
이원재 : 기본적으로는 그 생각을 기본으로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이 될 텐데요. 저희들은 전문가지성, 집단지성을 모아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지는 부분도 부분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송정애 : 정치 개혁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점 어제 강조하셨거든요. 이런 것도 다 정책방향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죠?
이원재 : 그렇습니다.
송정애 : 어떤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시는지도 상당히 궁금한데 정책 조언은 어떤 분들이 해주고 계신가요?
이원재 : 어제 참석하셨던 분들은 공개가 되어 있고요. 그런데 각계 전문가들을 비공개로 많이 만났고요. 국민들도 비공개로 많이 만났는데 당장 모두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분들만 우리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앞으로 공개적으로 만나 갈 것이고요. 조만간 좀 더 구체적으로 실제 제가 말씀드린 과정으로써의 정책을 만드는 방법, 어떻게 실현할 건지, 또 어떤 분들이 같이 할지 밝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정애 : 그 가운데서 이 소장님은 여러 의견을 취합해서 정책 조정사 역할을 하게 되시는 거고요? 조정자....
이원재 : 조정자 역할을..
송정애 : 네. 조정자.
이원재 : 조정사가 아니고요. (웃음)
송정애 : 네. (웃음)
송정애 : 안 후보가 어제 회견장에서 다른 후보들에게 “정책경쟁을 하자” “내일이라도 만나겠다”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적극적인 공세로 풀이가 되던데,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쭉 하신 건가요?
이원재 : 네. 그건 일관적인 안철수 후보의 생각입니다. 어제도 밝혔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만 또 그 전에 불출마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던 발언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대통령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발언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무슨 말이냐 면, 대통령 한 사람이 세상을 다 바꿀 순 없잖습니까?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 기여하려고 하는 어떤 방법이고요. 최종적인 목적은 세상을 움직이는 겁니다. 조금 나은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하고 정책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같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을 바꾸게 되니까요. 그 일이 지금까지는 국민들에게 나는 이런 결정을 할 테니까 이걸 선택하세요, 하고 4지선다형으로 찍도록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선거과정 자체에서 그것이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는 그런 말입니다.
송정애 : 안 후보가 추구하려는 정책이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에 가깝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시나요?
이원재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사실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도 비슷한 점이 사실 많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실천모임’하고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추진의원모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모임에 수십 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벌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부당 한다, 그것은 바꿔야한다, 그리고 계열사에 가족들이 지분을 많이 갖도록 한 다음에 그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가족 지분가치를 높이면서 스스로를 부자로 만들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건 막겠다, 또 대기업이 금융까지 좌지우지 하게 되면 이게 사금고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건 막아야겠다, 금산분리죠? 이런 것들 다 의견을 같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실행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정책적 결론 때문에 실행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결론은 상식적으로 다 옳은 얘기고 여야가 다 합의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인데요. 그 과정 때문입니다.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요. 특히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하려고 하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반발을 하기 때문에요. 그런 부분을 바꿔나가는 게 저희의 초점이고요. 다른 정당이나 다른 후보들의 정책 중에서도 괜찮은 것을 뭐든지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송정애 : 어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성장 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얘기를 하셨거든요? 경제민주화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원재 :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성장 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니까 성장이 먼저라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요. 그런 것이 아니고요. 선순환과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게 정책에 있어선 융합이 중요한데요. 지금까진 그 융합이라는 게 정부부처에서나 정당에서나 잘 되지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일자리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요. 일자리 문제는 지금 고용노동부의 이슈가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일자리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이슈만은 아닙니다. 일자리 문제라는 것은 예를 들면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합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 집니다. 이것은 독점하고 불공정거래 때문에 그 길이 막히거든요? 고용을 생각하는 부처에선 그런데 독점이나 불공정거래, 이런 문제까지 손을 대진 못합니다. 경제민주화 이슈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융합적으로 같이 접근을 해 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경제민주화, 복지, 선순환을 해야 한다, 이렇게 표현했다고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복지 같은 경우는요. 보편적 복지가 일어나서 우리가 뭔가를 하다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도 굶어죽진 않고 삶의 나락으로까지 떨어지진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면 마음 놓고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없는 실험적인 지식산업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수도 있고 그런데요. 그래도 실패하면 제기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창업도 막고 있는 상태라 복지와 예를 들면 창업과 좋은 일자리는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됩니다. 성장 동력 하고도 연관이 되고요.
송정애 : 네. 어제 후보단일화, 야권단일화 여기에 많은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만 결국에는 두 가지 원칙만 밝힌 상태였거든요. 정책면에서 단일화 문제를 보신다면 어떻게 전망하세요?
이원재 : 제가 정책을 담당하기 때문에요. 정책면에서 보면요. 단일화는 어떤 특정한 후보와의 단일화라기보다 모든 정치세력과 국민과의 단일화가 선거과정에서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얘기한 여러 가지 상식적인 이야기들에 대해서 대부분 많은 공감을 얻었거든요. 그런데 그 상식이 정책이 되는 과정이 문제가 되는 건데요. 아마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나 각 정당들이 실제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단일화로 한번 정리가 되서 정책이 되는 과정, 그것을 한번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저희들의 새로운 프레임의 선거과정이 될 것입니다.
송정애 : 서울대 조국교수가 “무소속 대통령,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국정운영은 무소속으로 못 한다” 이런 주장을 하셨습니다. 혹 당선이 된다면 이 정책은 실천의 문제일 텐데 가능할까요?
이원재 :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굉장히 많은 개혁 과제가 있습니다. 변화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변화가 안 된 이유가 세력이 없어서 안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안됐죠.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해관계가 생겼고, 재벌의 도움도 어떤 때는 받아야 했을 것이고, 외부의 여러 가지 이익집단의 도움도 받아야 됐을 것이고요. 그러니까 막상 집권을 하고보면 세력이 없어서 실행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도 재벌개혁도 세력 때문에 실행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선거과정에서 실제 우리가 상식으로 합의한 것들을 확인하고 정리하고 그것으로 힘을 얻는다면 집권 이후에 그것을 실행하는 데는 세력이 없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송정애 : 네. 알겠습니다. 말씀 잘들었습니다.
이원재 : 네. 고맙습니다.
송정애 : 지금까지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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