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앵커 (이하 앵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국정감사 장에서 주장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앞으로 NLL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두 사람의 비밀대화를 담은 녹취록도 있다는 것이 정문헌 의원이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어제 10·4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이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문헌 의원의 주장에 정면으로 강하게 반박했는데요. 현재 민간 싱크탱크 '코리아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문재인 캠프 측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일을 맡고 계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해 관련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이하 이재정)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우선, 화제에 오른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이 회담이 열리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이재정 :
정당회담이 2007년 당시 열리게 된 배경은 부시 대통령이 APEC회의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 문제, 종전 문제를 제안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앞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남북관계도 아시는 바와 같이 2007년 2월 28일 날 장관급 회담이 다시 재개되고 (수십 번 들어도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지난 뉴스를 찾아보니 이때 장관급 회담이 재개됐다는 기사는 없네요.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탈당한 날이라는데 ㅠ.ㅠ 혹시 모르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미국의 대북입장이 변화되면서 이런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게 됐죠. 사실은 참여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연히 1차 정상회담 때 다음 정상회담을 열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정상회담은 반드시 열려야 된다는 전제하에 쭉 추진돼 왔었기 때문에, 시기는 늦었지만 당연히 열렸어야 될 그런 회의였습니다.
앵커 :
바로 그 시기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이 제안의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재정 :
당시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노무현 대통령은 어쨌든 한반도의 전쟁을 막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니겠느냐. 왜냐하면 1차, 2차 연평도 해전도 있었고 해서 그것이 우발적인 하나의 무력 충돌이라고 하더라도 서해에서 이런 무력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 하에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계획을 가지게 된 거죠.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남북이 경제적 협력도 하고 해주 항을 열고, 해주에 공업단지를 만들어서 개성공단과 함께 경제적 기반을 만들고 서해에 공동으로 무역을 해서 평화수역도 만들자는 것이 기본적인 계획이었죠.
앵커 :
그런데 지금 전화 드리게 된 배경이,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얘기한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밀리에 만났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녹취록도 있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재정 :
그 주장을 제가 듣고, 당시의 회담을 돌이켜 보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보는 것이, 우선 10월 3일 오전과 오후에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오후 회의는 2시 좀 넘어서 시작해서 4시 25분에인가 끝났는데요. 그 중간에 오후 3시에 단독회담이 있었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단독회담이 없었고요. 그것은 정상회담을 한참 진행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단독회담을 가질 수도 없고, 그런 회담이 전혀 없었습니다.
앵커 :
그럼 두 시에서 4시 45분까지 회담이 계속 이어진 겁니까?
이재정 :
그럼요. 중간에 휴회도 없고 정회도 없이 계속해서 회담이 이어졌고요. 이때 논의된 것은 남북 간에 서로 공동으로 추진할 여러 가지 사업들, 예를 들면 백두산 관광이라든가, 철도·도로에 대한 개·보수 사업이라든가, 북경올림픽 공동 응원단 사업이라든가 조선 사업을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 조선소를 만드는 문제, 이런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했거든요.
앵커 :
그럼 두시에서 4시 25분 사이에 따로 비밀회의를 하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알려면 국가 간 정상회담 차원의 모임인데, 영상 자료 같은 것이 없습니까?
이재정 :
영상 자료 없습니다. 그런 영상을 만들지는 않았고요. 그런 것도 남북 쌍방 간의 합의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그 회담에 대해서 다만 남아있는 것은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서 기록원 한 사람이 배석을 해서, 기록원이 수기로 대화한 내용을 기록한 내용만 남아있는 거죠
앵커 :
그 수기에는 대화 시간대도 혹시 기록이 돼 있을까요? 오후 3시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재정 :
제가 수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
정문헌 의원의 주장으로는 이 대화록이 통일부와 국가 정보원에 기록돼 있다는 얘긴데요. 비밀회담, 단독회담을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따로 있다는 얘기에요.
이재정 :
녹음으로 한 녹취록이 따로 있는 것은 전혀 아니고요. 없고요. 다만 있는 것은 수기로 기록한 내용이 있고요. 이것이 1급 비밀로 취급이 되기 때문에 이 문서를 이유 없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저는 당시에 통일부 장관으로 전체 회의를 배석해서 대통령님의 보조 하에 회의진행을 도왔기 때문에 굳이 그 대화록을 따로 볼 이유가 별로 없었던 거죠.
앵커 :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 비밀에 해당되는 이 대화록이 만약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겁니까?
이재정 :
그것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1급 비밀인데, 정문헌 의원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본인이 청와대 비서관 시절에 봤다는 것인지, 그 이후에 언제 봤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국회 속기록도 봤습니다만, 분명치 않고요. 두 번째는 이게 대화록인지 녹취록인지 그 이야기도 왔다 갔다 해서 잘 분명하게 알 수가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정문헌 의원의 발언은 전혀 신빙성을 둘 수가 없는 거죠
앵커 :
정문헌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에서도 원내대표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왜 이 시점에 이 주장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재정 :
글쎄요.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5년이나 지났는데, 그리고 이미 이명박 정부는 10.4선언에 대해서 전혀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폐기처분 하다시피 하고 말았는데, 이때 이것을 내놓는 것이 저는 참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NLL에 대한 문제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 정신이 있고, 이제까지 추진해 온 과정이 있는데 새삼스럽게 이런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을 참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계획은 해주 항을 개발하고 해주에 공업단지를 만든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북측도 그런 얘기도 했습니다만, 거기는 북한의 해군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북으로는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면도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인 것은, 결국 우리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서해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원론에 찬성을 했던 것이고, 그것이 NLL을 폐지하거나 NLL을 무시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앵커 :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그 이후에 NLL에 대한 소신이라는 게 정문헌 의원이 봤다고 하는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인가요?
이재정 :
그렇습니다. 제가 준비 과정에서부터 참여하고 다녀와서도 얘기를 나눴습니다만,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가지고 계시는 것이 첫째 한반도의 영토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 있지 않습니까. 그 헌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NLL은 확실히 말하면 영토선은 아니지만, NLL을 사실상 6.25 전쟁 이후에 경계선을 지켜왔기 때문에 그 가치와 존재에 대해서는 한번도 부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앵커 :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놓고 국정조사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재정 :
어제 정상회담에 배석 했던 세 사람이 정말도 진실을 밝히는 의미에서 정상회담 전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진실을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단독 비밀회담 없었다, 이에 따라 단독 비밀회담의 녹취록도 없다, 그리고 이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정문헌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런 내용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고요. 더 나아가서 이것은 이미 돌아가신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정말 정상회담에 대한 가치와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국제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난 다음에는,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을 뉴스 컨퍼런스로 밝혀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한 것 외에 별도의 기록 문서를 밝힌다거나 공개한다든가 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도 없는 일입니다. 남북 간에도 이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논의하면 앞으로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상당히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정상 간의 회담이라고 하는 것이 고도의 통치행위거든요. 그런데 이 내용을 밝힌다고 하면 서로 쌍방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어떤 대화도 하기 어렵겠죠.
앵커 :
회담에 배석했던 분들도 그런 식의 비밀 회담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고 계시고, 또 회담 당사자 두 분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고요. 알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보이는데요. 남북 관계가 남은 몇 달 동안 현 정부 사이에 진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요. 다음 정권이 남북 관계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될 것이 뭐라고 보십니까?
이재정 :
저는 다음 정부가 남북 관계를 해 나가려고 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이 1991년에 남북간에 합의했던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비롯해서, 노태우 대통령 당시에 합의했던 것이죠.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6.15 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의 10.4 정상선언 이렇게 남북 간에 공식적으로 합의된 내용을 우선 존중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일단 이렇게 모든 진실을 밝힌 이상 국정조사나 이런 것으로 남북 관계를 훼손하지 말고 오히려 다음 정권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좀 더 순리적으로 풀어가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
지난 9월 2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 역을 함께 방문하기도 하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역할에 주력하실 건지요?
이재정 :
중요한 것은 역시 남북 간에 평화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문제고요. 도라산 역을 그때 갔던 것도 그곳을 통해서 남북의 철도가 다시 열리고, 2007년 12월 11일 화물열차 정기운행을 했고, 그런 역사적인 사건 현장을 봄으로써 앞으로 이런 것이 다시 재개돼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얘기했던 것인데요. 앞으로 역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서로 신뢰 관계를 가지고 대화를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들을 위해서 지원하고 협력할 계획입니다.
앵커 :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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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전장관]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