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는 지난 3일 정 관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 초청받은 헌법재판관 전원이 참석하지 않아 그 후문이 무성하다. 사단(事端)은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등이 청와대가 마련한 신년하례회 행사장의 헤드 테이블 좌석 배치를 놓고 의전절차가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윤영철 소장 등 헌법재판관 전원이 신년하례회에 불참한 것 이다.
내용인 즉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헤드 테이블에 이해찬 총리 다음으로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좌석을 배치한 이유 때문에 빚어진 의전상의 문제이다. 의전 상 서열이 총리가 앞이냐 헌법재판소장이 앞이냐가 관전(觀戰) 포인트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헌재소장의 의전서열이 총리보다 높다고 밝혔다.
첫째, 의전절차는 청와대가 주장하는 관행이라는 말보다 국가 주요인사의 공직서열(公職序列)이 앞선다는 것은 원론적 상식에 속한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고건 총리 때는 총리 의전서열이 헌재소장보다 뒤였다. 의전절차상 관행이었다고 하는 말은 그래서 성립되지 않는다. 청와대 천호선 의전비서관은 “총리는 대통령의 단순참모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을 대신해 내각을 통할한다는 원칙에 따라 행정부 요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헌재의 의전서열을 바꿀만한 상황이 아니며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행을 존중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총리의 위치와 내각제 하에서 총리의 위치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대통령제 하에서 총리는 헌법기관이 아닌 준 헌법기관으로써 행정부 수반이 될 수 없다.
신년하례가 뜻하는 바는 국가주요 공직자들이 새해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를 잘 경영해보자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헌법재판소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따라서 독립된 헌법기관이 아닌 총리가 헌법재판소장의 의전 서열보다 높다는 인식은 궁색한 청와대의 의전판단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국가 공직자들의 의전서열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감성(感性)대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고 공직(公職)의 의전서열(儀典序列)로 판단해야 될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도 헌재소장의 의전 서열이 총리보다 낮게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실세 총리라 하여 공직(公職)의 의전서열(儀典序列)이 높은 헌재소장을 의전서열상으로는 낮게 책정한다는 것은 관료적인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던 미숙한 의전 행위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고건 총리가 재직할 때 헌재소장의 의전서열이 총리보다 앞서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의전은 의전의 예규에 따라야 하고, 의전 예규는 공직(公職)의 의전서열(儀典序列)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위 막강하다고 헤드 테이블 앞에 자리하고, 덜 막강하다고 뒤에 위치시킨다는 것이 의전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로서의 공적(公的)권위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
권위를 높이는 관건은 헌법재판을 함에 있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판결하는 것이다. 속칭 제 4부로서 인식되는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무엇보다 정권의 권력에 영향을 결코 받지 않는 절대권위를 지닐 수 있도록 재판해야 한다. 청와대 신년하례 의전절차에서 보여준 헌법재판소 소장에 대한 부적절한 예우는 무엇보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권위(權威)를 지킬 수 있는 헌법재판의 업적을 지녔는가에 대한 반추(反芻)를 하게끔 한다.
금번 청와대 신년하례 시에 논란이 되었던 헌재소장과 총리의 의전서열 문제는 헌법상 공적(公的) 기관의 서열 순으로 배열하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차제에 헌법재판소는 권위(權威)있는 공정한 헌법재판 판단을 통하여서 스스로 공적(公的) 기관으로써의 권위(權威)와 위상(位相)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