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TV 방송사의 어떤 프로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나의 늙은 모습이 큰 사진이 되어 걸려있는 사실에 대하여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늙은 것이 사실이니까. 그런데 거기에 내가 누구라는 것을 말해주는 한 마디가 나를 몹시 불쾌하게 만듭니다. 그 한 마디는 바로 ‘보수 논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네 글자입니다.
[김동길]나는 80세가 넘도록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보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또 ‘보수’답게 살아본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학생 시절부터 잘못된 일, 비뚤어진 일을 보고 가만있지 못해서 싸움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군사 쿠데타에 항거하였을 뿐 아니라 유신체제가 강요된 때에는 붙잡혀 가서 징역을 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대학의 교단에선 추방되었지요.
이승만이나 박정희 치하에서는 적화통일의 우려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자유’를 위해 투쟁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에는 ‘친북‧종북’ 세력이 우글우글하여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애국가를 안 부르는 자들도 공직을 차지하고 있고, 태극기를 미워하는 놈들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꼴이 되었습니까.
우리나라에는 현재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대한민국과 이 나라 헌법이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기로에 섰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가하게 앉아서, 좌익이니 우익이니 서로 갈라놓고 정쟁을 벌일 여유가 있습니까.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놈들을 ‘좌파’니 ‘진보’니 하며 추켜세우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그런 자들은 ‘좌익’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다만 역사의 반동분자들일 뿐입니다. 앞으로는 나를 ‘보수논객’이라고 제발 부르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