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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생눈길 정신 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생눈길 정신을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헤치며 진군하는 창조적 공격정신”이며, 김정은 체제의 시대정신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들이 처한 난관을 극복해 나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구호다.

배일권(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 그렇다면 북한이 당면한 난관은 무엇이며 왜 생눈길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일까? 그 하나는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못지않게 어렵다는 데 있다.
핵 문제로 인한 국제 제재와 식량부족 등 북한이 처한 상황이 최악의 상태다.
특히, 올해는 극심한 가뭄과 반복된 풍수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40년 전 수준에 그칠 정도여서 식량사정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의 생활은 물론이고 군대의 식량 조달도 어려워 부대 간에 확보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권의 재정도 바닥났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중국과 경협을 서두르고 소위 6ㆍ28 방침을 통해 협동농장을 가족단위로 개편하는 등 개인의 경쟁심을 자극해 자발성과 창의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증산을 독려할 필요에 따라 ‘생눈길 정신’을 내놓았다고 보인다.
더 중요한 다른 하나는 세습자 김정은에 대한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백두혁명정신’ ‘청산리 정신 천리마 정신 충성의 속도전 정신’ ‘고난의 행군정신’ 등 시대상황에 따라 그 이름만 달리해 왔을 뿐 모두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 활용됐다.
이번에도 예전과 다름없다고 보는 것은 “생눈길을 헤치는 정신의 핵은 수령을 결사옹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나아가 “자기를 다 녹여 대지를 옥토로 만들어 주는 흰 눈처럼 한목숨 다 바치는 것을 최대의 영광으로 여기는 고결한 인생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본질이라는 뜻인데 인민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난의 행군을 독려하는 이런 움직임은 지난 6월 소년단원들에게 “우리의 아버진 김정은 선생님,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이라면서 충성을 맹세토록 할 때부터 본격화됐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보급과 기념우표 발행, 김정은 배지 배포에 이어 초상화도 곧 배포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인민들이 한국이나 자본주의 문화에 대해 환상을 가질 것을 경계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불순분자로 몰아 대대적인 색출작업도 펼치고 있다.
결국 어디에도 인민을 위한 것은 없다. 인민들은 근 70여 년간 꿈꿔온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는 대신, 김정은 새 시대를 열겠다는 ‘생눈길 정신’으로 또 다른 허망한 꿈을 좇아 천리마처럼 내달리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북한 동포들이 생눈길에서 얼마나 혹독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지 알 수 없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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