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들을 보노라면 한국 신문들의 딴지걸기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 신문들은 언제쯤 철이 들려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엊그제까지 예전 정권의 어깨 힘주던 폐해를 지적하며 규모가 작고 실무적인 인수위를 칭송하던 신문들이 갑자기 표변하고 쌍심지를 세우고 있다.
최대석 위원의 사퇴에 대해서도 신문들은 오버하고 있다. ‘그가 무슨 장관급이냐’, 2달짜리 위원일 뿐인데도, 난리를 치고 있는 꼴이라니. 사퇴 소동이 나서 기자가 조금 취재해보니, 그가 ‘장관감’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갔고, 현재 장관도 아니지 않은가.
언론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인수위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인수위는 말 그대로 현 정부의 업무를 인수받는 자리다. 공약은 이미 공개돼 있고, 지금 각 부처의 상황을 파악하고 공약의 실행을 가늠해보는 곳으로 여기서 뭔가를 발표하기엔 설익은, 논의 중인 사안들이다.
어제 정부개편을 발표했는데, 인수위가 출범된 지 열흘만에 복잡하고 긴장감 있는 정부부처개편 작업을 마무리한 걸 감안하면 그동안 불통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보안을 유지하여 잘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만약 정부부처 개편의 일부가 밖으로 새나왔더라면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고 개편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게 뻔하다. 정권을 잡았으면 그 정권의 복안대로 하는 걸 지켜보고, 일정 기간 후 잘 안 되었을 때 평가를 하든 질타를 하면 될 것이다.
불통 불만이 높아지는 건 기자들의 브리핑 목마름도 한몫한 것 같다. 요즘 기자들은 취재를 하지 않고 브리핑만으로 편하게 기사를 쓰려고 한다. 발로 뛰는 기자들이 없고 그저 정부 발표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타성에 젖어버렸다. 이런 ‘편한’ 취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이제는 아주 몸에 밴 느낌이다.
지금은 각 부처가 이번 정권 시절, 잘 했는지 점검하고, 새 정부의 과제가 무엇인지,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는 것만 취재해도 할일이 너무 많은데, 그저 인수위가 뭘 하는가 주변을 맴돌다가 발표를 잘 하지 않자 돌변하고 있는 꼴이다.
마치 인수위 밉다고 공무원과 ‘한패’가 되어 인수위를 공격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 신문은 기존 부처의 대변인처럼 행세하고 있다. 언론이 뭐하는 곳인지를 모르는 ‘무개념’ 신문 같다.
일본 관료들이 정치인 출신 총리와 장관들이 무식하다며 언론들에게 약점을 흘려 정치인들을 희화화 하는 못된 습성이 있다고 한다. 일본 관료는 군국주의 시대 군인 공동체의 폐습을 이어받아 학벌 중심의 엘리트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는 탓이다. 한국 관료들도 어려운 고시를 패스하여 그들만의 소공동체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부처에 발령받아서는 부처이익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과 경찰의 싸움, 모피아의 인사독점이다.
우리 언론들은 관료들에게 너무 의존해서 기사를 쓰지 말아야 한다. 또 정치인들은 언론을 너무 적대시하지 말고 잘 설득할 요령이 필요하다.
이번에 인수위가 정부 부처 조직을 개편한 것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새 정부는 관료 조직을 끊임없이 혁신하여 변화에 노출시켜야 한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관료의 다양한 임용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해야 한다. 관료조직을 개방하여 외부의 인재들을 수혈하고 관료들도 넓은 세계에 나가 세상과 소통하여야 본인도 세상 경쟁력을 갖게 되고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조금 유연성을 보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정치는 목표 설정에서부터 토의, 논쟁, 여론 수렴, 달성, 평가 등 일련의 과정을 다 포함한다. 효율성과 토론은 민주주의를 잘 굴러가게 하는 두 바퀴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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