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성 집권여당의 정책과 기회주의적 우파성 한나라당의 정책이 지니고 있는 색깔이 거의 유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정책법안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상생의 햇볕아래 합의 통과시킨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당이 알칼리성에서 산성으로 현저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지가 3년이 흘렀다.
산성으로 절인 산성비의 피해는 무엇보다 인간의 호흡기 질병을 일으킨다. 산성비 속에 포함된 질산이온은 몸속에서 발암물질도 만들고 눈이나 피부에 자극을 가한다. 먹이사슬을 통하여 중금속에 의한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식량생산과 같은 농업생산 전반에 수확량의 감소를 초래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유적까지도 부식을 일으키는 것이 산성비의 폐해다. 산성비는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기념물에도 손상을 가져다준다. 산성비를 많은 맞은 산하(山河)의 다리들은 쉽사리 부식되고 고가도로에서는 시멘트가 녹아 콘크리트 고드름까지 생기기도 한다. 자동차 부식을 비롯하여 모든 제품이 산성비를 맞게 되면 모든 분야에서 손실이 뒤따르게 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산성비를 피하여 스스로 자기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포기한지 이미 오래고 무정체성을 뽐내며, 산성비를 유유히 맞으면서 희희낙락(喜喜樂樂)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의 집권당과 거대 야당은 결국 비생산적인 무뇌정당으로 변화되었고, 찰나주의적 임기응변과 유권자들의 눈치나 보면서 카멜레온의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변신의 귀재(鬼才)가 되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대 정당은 노쇠화되었고, 그래서 올드라이트와 올드레프트의 혼재(混在)정당(政黨)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스스로가 자정(自瀞)하고 자생하려는 노력보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매달려 오히려 노회(老獪)한 눈치와 잔머리에 보다 더 큰 신경을 쓰고 있는 정당 ― 한마디로 정책의 색깔을 알아볼 수 없는 부식정당으로 변모하였다. 여론의 흐름에만 민감한 「더듬이성 촉각」이 발달되었고, 따라서 모든 국가정책 과제들을 주도하고 연구하며 생산하는 기능은 원칙을 포기하고 여론의 흐름에 정당의 생명을 맡겨버렸다.
국정이 총체적 혼란을 맞게 된 이유는 참여정부의 실정(失政)만이 아니고 더불어 입법부의 총아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잘못도 크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기 시작했다. 이 양대 정당은 입법부로서 견제기능을 상실한 체 정부가 제안한 법안들을 상생적(?) 야합을 통해 참여정부의 실정을 가속화시키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사학법, 신문법, 과거사법, 행정중심복합도 관련법을 비롯한 제반 악법들 그리고 농민표심을 얻기 위한 쌀협상비준안 연기 문제, 민원성 예산 끼워 넣기, 종합부동산세 관련 기준시가의 요동, 기타의 관련 의안들을 원칙없이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참여정부가 행해왔던 좌파성 국정의 혼란과 난맥상을 적절하게 국회가 견제해야 했었고 정책대안을 제시해서 나라가 바로 갈 수 있도록 했어야 할 국회의 권능과 견제기능을 입법부 스스로가 포기했다. 그 결과로 실패한 실험정당들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참여정부가 시도한 좌편향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한데에는 이를 필사즉생(必死則生) 정신으로 막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살고자 발버둥 쳤던 정당이 바로 정체성을 명확히 나타내지 않았던 한나라당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정의 혼란을 막지 못하고 상생정치의 기조에서 안주해왔다. 야당이 「상생정치」를 부르짖는다는 그자체가 백기(白旗)를 들어 항복하는 통과 의례라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어진 보편적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를 부인하며, 계속해서 「상생정치」의 기사도 정신(?)를 주장해 왔었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폭락한 많은 부분은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흐트러지고 망가진 자화상의 탓이다. 소위 집권여당이 명확하게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정권의 시녀 역할만 하면서 과거 유신시대에나 있었던 「유정회」와 같은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기능만을 전담하려했으니, 어떻게 창의적인 집권당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겠나?
창의성 없는 입법부는 있으나마나한 입법부의 허상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직 행정부처의 장·차관들의 고압적 태도도 옛날에 없었던 입법부의 추락된 면모를 보여주는 진풍경이다. 이렇게 「의회」를 낮춰보는 풍조는 「의회」 스스로가 만들어낸 「의회」자신의 부메랑이다.
집권당이란, 아마추어리즘을 넘어서야하며 다수횡포 정당의 모습으로 치기와 오기를 부리면서 의회주의의 길을 포기하다시피 걸어가서는 안 된다. 오늘의 참여정부가 인기폭락이라는 전대미문의 오명(汚名)을 받게 된 것은 집권당의 안이한 태도에도 일정부분 책임과 원인이 있다. 노 대통령의 인기하락을 부추긴 것은 참여정부의 동반자로서 국회의 견제기능을 하지 못한 다름 아닌 집권여당 열린우리당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국민들의 속마음은 여권과 야권에 모두 실망하고 있다. 행정부에 대해 예스 정당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열린우리당과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한나라당은 공히 정체성을 상실한 정당이 되었다. 이제 정치실험은 끝났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입맛에 맞게 정체성을 찾아서 “헤쳐모여”해야 될 때가 되었다. 산성의 토양을 지닌 현재의 수구정당 생리로서는 국민들의 바램을 결코 받들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