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北핵패권 전략, 대화보다는 군사억지력으로 대응해야”
김정은 정권이 지난해 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금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거친 폭언을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월 11일 전격적인 대화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16일에는 우리 정부에 대하여 최고사령부 명의의 ‘최후통첩장’을 발표하고,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반공화국 적대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또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는 실천적 의지를 보이라”고도 주장했다. 어제 태양절을 지나면서 북한의 반응에 대해 궁금해 하던 우리 국민들은 또 다시 북한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인 느낌이 드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다. 이에 재향군인회 안보교수이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인 홍관희 박사와의 긴급 인터뷰 내용을 게재한다.<편집자주>
북한, 대화의지 없어...
[질문 1]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월 11일 전격적인 대화 제의 카드를 꺼냈지만,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정면 거부했고, 오늘 16일엔 “반공화국 적대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며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북한의 행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 한 마디로 너무 실망스럽다. 북한이 이렇듯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마디로 대화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확고부동한 한반도전략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먼저 이해하고 대화건 억지건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 김정은 3대세습 이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 등을 강행했다. 또 지난 4월초 노동당 중앙위원회 결의로 ‘핵ㆍ경제병진정책’을 채택했다. 결국 누가 뭐라 하건 김정은 정권은 핵탄두 소형화로 미사일 탑재능력을 달성하여 명실공히 핵공격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핵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제의한 대화를 정면거부하고, 다시 그들의 조건에 맞는 주장을 펼치는 배경이다.

▲ 연구실 서재 앞에서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는 홍관희 박사. ⓒkonas.net
核패권 전략의 실체는?
[질문 2] 북한이 핵을 보유한 후 한국과 미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 우선 한국에 대해서는 핵패권 전략으로 확고부동한 비대칭 군사우위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핵무장으로 한국사회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을 일으키려 한다. 벌써 보수단체와 좌익단체 간 대북정책을 놓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힘에 입각해 원칙적 대응을 하자는 자유민주ㆍ보수층과 대화로 풀자는 세력 간 힘겨루기가 일어나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사회를 잘 파악하고 있는 북한은 더 나아가 북한의 정책을 여과없이 지지하는 종북세력을 앞세워 한국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 미국에 대해서는 미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이는 실현성이 없다. 미국에 대한 핵공격 선동은 미국 내 반전여론 일으켜 미국을 회담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그 후 미북 단독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북한이 느닷없이 “정전협정 폐기”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이처럼 원대하고 일사불란한 전략 목표를 갖고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의 긴장고조 책동은 미사일 발사를 위한 엄폐용일 수도 있다.
北, 또 통미봉남 전략 추구하나?
[질문 3]그렇다면 북한은 한국과 미국에 대해 차별적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닌가?
- 그렇다. 한국과는 기본적으로 대화의지가 없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한다. 도저히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사죄하라”는 요구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대북전단 날리기 중단, 일체의 북한 비판 중단,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을 무장해제하겠다는 것 아닌가? 남북 간 진정성을 갖고 차근차근 현안 문제를 풀어나갈 자세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 대해선 미북 단독 전략적 대화를 갖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구사하려 하고 있다.
내부장악도 긴장조성 책동의 한 요인?
[질문 4]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협박 도발 전략 배경에는 북한 내부 문제도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내부적인 요인도 있는가?
- 물론 북한의 초강경 위기조성 전략에는 내부 요인도 있다고 본다. 현재 김정은이 3대세습을 이어받았지만 체제 장악력에는 아직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장성택 변수도 건재하고 있다.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북한의 대외정책 측면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의 후원 없이 북한체제가 존속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너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취약한 내부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일대 모험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곧 내부적으로 전쟁위기를 고조시켜 주민들을 동원 통제하고 핵ㆍ미사일 치적을 치켜 올려 세움으로써 북한 내부 정치정세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이다.
[질문 5] 북한 노동신문 4.11일자를 보면, “김정은의 최대치적은 인공위성(미사일)과 핵실험”이라고 주장하고 “강성국가 건설”을 강조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를 내부 요인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렇다. 북한은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체제이다. 북한은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선전한다. 그리고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유일수령독재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내부 논리이다. 북한의 행동을 분석할 때, 북한의 내부논리 곧 내부 독트린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주체사상에 입각한 북한의 이데올로기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념과 충돌한다. 북한은 그들의 괴이하고 비합리적인 세계관을 외부로 투사하여 관철하려 한다. 이는 곧 국제질서에의 도전이며, 여기에 한반도 위기의 본질이 숨어있다. 마치 2차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나치스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국주의와도 유사하다.
국제사회의 한반도 위기인식의 배경은?
[질문 6] 최근 긴장상황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전쟁위기감이 크지 않은데 대조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 북한은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존속하는 한 전면전은 못 일으키겠지만, 아마도 국지전은 언제라도 도발할 음모를 갖고 있다고 본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이 끝나고 위험하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2015년 12월 1일 이후 한미연합사해체(전작권전환) 일정이 보류되거나 연기되지 않으면, 그 후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 국제사회의 한반도 인식이 다른 점은 다각도로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발적 사고로 인한 개전(開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호랑이 꼬리/ 검은 백조” 일화를 통해 양측이 전쟁 의도가 없음에도 작은 우발적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전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 또한 김정은의 충동적 도전적 도발행위로 인해 전쟁 발발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국제사회는 보는 것 같다.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훨씬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 사령관 언급대로 “성격이 급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29세에 불과해 경험이 일천하고 자존심이 강하여 신경이 예민하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오판(誤判) 가능성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전략 변했나?
[질문 7]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보면,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중국 지도부에 대해 강력한 대북압박을 주문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 행동하기로 합의한 걸로 전해지고 있는데... 중국의 변화된 역할 기대해도 될지?
- 일단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태도변화는 확실하다. 전통적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ㆍ완충지대’ 인식에서 벗어나 북한을 ‘골치 덩어리(trouble maker)’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고, 특히 북한의 핵무장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反한다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전략기조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금 고민하는 단계인 것 같다. 따라서 너무 기대해선 안 된다. 특히 중국이 비효율의 상징으로 여겨진 6자회담 재개를 다시 주장한 것은 중국의 진의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또 미국의 北 압박 요구에 대해, 미국이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중국의 변화를 속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판단을 하게 한다.
향후 대북정책, 군사억지력 확충에 주력해야
[질문 8] 결국 북한의 대화 제의 거부와 대남 공세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지?
- 일단 정부가 4.11 대화를 제의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켜 보려는 진정성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되어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제의를 거부하고 오히려 적반하장식 공세로 나오는 마당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너무 대화에 매달리다 보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 또 북한이 우리를 과소평가하고 얕잡아 보게 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김정은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새로운 도발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 또 정당하지 못한 대화 제의는 우리 국민들에게 치욕감과 자괴감을 줄 수 있으며,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북한의 핵무장 현실을 고려하여 정정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철통같은 안보의식으로 국민이 단결하도록 정부와 대통령이 앞장 서야 한다.
- 더 나아가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에 지나치게 미련을 갖고 유화적으로 나아가면 우방국인 미국이 곤혹스러워 할 수도 있다. 자칫 한미 동맹과 한미양국의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길 우려도 있다.
- 지금은 미국과의 공조하에 철통같은 방위체제 확립할 때다. 핵 억지력 확보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MD 가입, 미 전술핵 재배치, 전작권전환 연기, 원자력협정 개정,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 등 모든 옵션을 검토 고려해야 한다. 안보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북한 핵무장이라는 심각한 현실 앞에서 모든 대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
감사합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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