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태 “분노 확산 안 돼” 촛불보도 ‘과장·선정성’ 사실상 인정
[뉴스파인더]경향신문에서 “국정원 촛불 보도가 과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지부장 권재현)가 4일 발행한 노보에 실린 ‘합설’을 통해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지부는 지난 달 7일 노조 독립언론실천위원회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향신문 콘텐츠 경쟁력에 관한 자체 진단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 독실위원이 국정원 촛불집회 관련 보도와 관련해 ‘다소 과한 감이 있었다’고 지적한 것.
그는 “몇 차례 촛불집회의 규모와 반응을 볼 때 ‘국정원 사태에 대한 분노가 확산된다’기보다는 분노하는 사람의 파이는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만 분노가 돈다는 느낌”이라며 “오히려 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호연 국장은 “고교생과 교수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뭔가 계기가 되는 때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사회부장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는 “경향신문 콘텐츠 경쟁력은 여전히 많은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자체 평가를 내리며 다양한 측면에서 지면 경쟁력에 대한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부는 “눈에 띄는 기사가 없다”며 “상품 구성이 지극히 평범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독 스트레이트 기사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시각도 뻔해 독자들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부는 경향신문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고질적인 ‘인력부족’과 변화된 업무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제작 체계, ‘돌려막기’식 인력 배치 등을 꼽았으며, 신문 지면의 유기적 구성이 부족하다는 비판 의견도 내놨다.
이슈나 주제에 따라 지면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과 1면에 지나치게 많은 기사가 배치돼 그날 신문의 ‘포인트’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달 5일자 <“3만명” 대 “4000명” 참가인원 주최 측·경찰 큰 차> 등의 기사를 통해 촛불집회 참가 인원수에 바짝 신경을 쓰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었다.
우파언론들이 국정원 촛불집회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에 대해 촛불집회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경향신문 노조에서조차 “분노가 안에서만 돈다”는 반성이 나옴에 따라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좌파언론들의 국정원 촛불 보도가 과장됐고 선정적이었다는 점을 사실상 고백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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