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요하네스버그의 만델라 장례식에서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을 우연히 만나 예상 밖의 정다운 인사를 나누었다
[김동길] 미국의 여론이 안 좋다고 합니다. 동생 라울은 병든 큐바의 독재자인 형의 뒤를 이어 오늘 큐바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독재자 피델은 동생 라울 밖에는 믿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을 믿었다 망하는 사람들이 가끔 나타납니다. 전무를 전적으로 믿고 회사를 맡겼다가 패가망신한 사장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의 총수는 아들을 후계자로 삼습니다. 삼성이 그렇고 현대가 그렇습니다. 기업만이 아닙니다. 대형 교회도 아버지 목사가 물러날 때에는 아들 목사에게 물려줍니다. 교인들의 성금으로 세운 교회를 자기 아들에게 밖에는 물려줄 수 없다면 그건 매우 슬픈 일입니다.
정치도 그렇습니다. 왕조는 세습되는 것이지만 ‘중흥의 명군’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다만 쇠퇴의 길을 가게 마련입니다. 휴전선 북의 ‘김 씨 왕조’도 그렇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활성화되려면 헌법에 따라 대통령 중심제는 살려 두고 이 틀 안에서 ‘내각책임제’가 실시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믿을만한 정치 지도자를 한 사람 골라서 그에게 조각하는 전권을 위임하고 정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하면 됩니다.
대통령에게는 믿고 맡기는 결단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저 유명한 조각 공원은 오슬로 시장이 뷔겔랑이라는 조각가 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맡겼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대통령은 한국 정계에서 정치의 ‘뷔겔랑’을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그에게 정치를 맡겨야 합니다. 믿고 맡겨서 망하는 확률보다는 믿지 않고 맡기지 않아서 무너질 확률이 훨씬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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