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절반을 보낸 성적표는 그야말로 초라하다. 개혁을 바라던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탄핵정국까지 무사히 빠져나왔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고작 29%에 머물고 있다. 개혁이 실종된 탓이다. 대통령의 개혁성을 지지하던 많은 국민들이 돌아섰다.
사회당 대변인 이영기는 26일 집권초반부터 친인척 비리가 불거지더니 급기야는 측근인사들까지 부정부패에 휘말렸다. 정부관료 인사에도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이 과거 정권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뿐인가 선거 때부터 강조하던 개혁법안 처리는 누더기가 되든가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래서야 개혁을 바라던 국민들이 어떤 미래를 가지고 대통령을 지지하겠는가.
남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안기부도청관련 X파일 조사는 공소시효배제’를 주장하며 발본색원할 것처럼 하더니 이미 시효가 지난 97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겠다고 말 바꾸고, 25일 KBS 토론회에서는 시장에서 실패한 것은 국가가 정책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줘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당정협의에서는 합의라는 명목으로 이것저것 완화해주고 있다.
빈축을 사도 싼 행동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 29%의 지지를 받고서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도 없다.그렇다고 권력을 야당에 대폭 이양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으로도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말 많이 하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도 이렇게 말 많은 대통령은 흔치 않았다. 이제 국민의 말을 많이 듣는 대통령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양극화 문제로 국민의 민생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은 남아도는데 국민의 절반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문제는 이제 국민 전체를 고용불안의 늪에 빠지게 하고 있다. 교육의 평등성이 심히 왜곡돼 사회적 불평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도 힘 있고 가진 자들은 법위에 군림해 온갖 불법 탈법행위로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들의 불만이며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감히 전하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