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는 지금도 새누리당의 정치공세가 여전하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초 어제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으나 불발됐다. 전현직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성역 없는 조사'를 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를 말단 공무원에 대한 분풀이와 꼬리자르기로 전락시키지 않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계기로 삼으려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 조사가 필수적이다.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선박 연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이 세월호 침몰의 단초가 됐다. 섣부른 해상교통관제센터 이원화가 재난구조체계에 심각한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모두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과거로부터의 적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당연히 이것도 조사해야 마땅하다.
참사 전 과정에서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을 보인 정부의 대처를 조사하려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의 기가 막힌 부실과 혼선을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지난 한 달여 간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많은 공무원과 자원이 배치됐어도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했고, 비탄에 빠진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에도 극도의 무능을 보였다. 이쯤 되면 청와대를 정점으로 하는 국정 전반의 보고와 지시 체계 실태에 대한 진단은 필수적일 뿐 아니라 상식적이다.
뿐만 아니라 초보적인 상황 파악도 못한 채 진도를 방문한 것이나,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한 ‘유체이탈 사과’가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인지 아니면 청와대 참모진의 보좌 기능의 결함인지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민을 분노케 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 청와대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요구를 두고 ‘정치공세’라 주장하고 있다. 당초 대통령까지 포함한 ‘성역 없는 조사’를 주장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이었다. 새누리당의 어제 행태는 결국 유족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치공세로 폄훼한 것이다. 유족들의 요구마저 정치공세라 일축하는 새누리당의 뻔뻔스러움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정부조직 개편이나 개각 등으로 적당히 국면 전환하고, 지난번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보인 특유의 몽니와 트집잡기로 조사 기간 대충 때우며 대통령만 보위하면 큰 탈 없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비극을 앞에 두고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술수를 부리는 새누리당의 태도야말로 저열한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고, 반드시 척결돼야 할 정치권의 악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대국민담화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새누리당도 의총을 하면서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국정조사 대상에 청와대를 포함시킬지 여부는 논란거리조차 될 수가 없다. 오히려 자진해서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쟁점 아닌 쟁점으로 국정조사를 물타기하며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분노한 민심은 더 이상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거리에서는 '박근혜 하야'가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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