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기자의 시사펀치
문창극 사태가 막을 내렸다. 24일 문 총리 후보자는 “지금 시점에서 사퇴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총리 지명 14일 만에 물러났다.
문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그가 얼마나 자질 없는 인물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없고 되레 국민을 탓하기까지 했다.
그는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강변했다. 작년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연에서 “대중은 우매해서 선동, 조작되기 쉽다”고 한 말을 떠올리면, 그의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으로 보인다. 주권자인 국민을 우매한 선동과 조작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총리 지명자였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 후보자가 국회를 탓하며 비난한 것은 더욱 한심하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가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왜곡하면서 터무니없이 남 탓하기에 바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은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자로 지명해 놓고 임명동의안을 재가하지 않은 박 대통령에게 따져 물어야지 왜 국회를 탓하는가. 어처구니가 없다.
정작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 대하여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시다”고 각별한 경모의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문창극 후보자 지명을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는커녕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문창극 개인의 불명예와 고통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문창극 사태로 인해 땅에 떨어진 나라의 명예와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 지명이 왜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것 같다. 인사 참사로 인한 국정 난맥상에 대하여 반성하고 후회하는 기미도 없어 보인다. 일부 언론과 야당이 우매한 대중을 선동해 정권을 흔들고 있다고 탓하는 것 같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6일 만에 사퇴했고 연이어 문 지명자가 그만뒀다. 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후보자를 포함하면 1년 반도 안 된 새에 총리 후보 낙마가 세 번째다. 인사 참사라고 할 만하다. 인사 참사의 최종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인사 참사의 불상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다. 국정을 총체적인 난맥 상황으로 몰아넣고서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한마디 사과와 반성의 말도 없다. 하염없는 국정 공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국민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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