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양당 합의가 불발로 끝나면서 오늘로 예정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단식농성까지 결행한 세월호 가족들이 어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350만명의 서명까지 전달했지만 소용없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과연 이대로 좋은지 세월호 가족과 국민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묻고 있다.
여야가 공언했던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표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의 후안무치함 때문이다. 국정조사 자리에서 꾸벅꾸벅 조는가 하면 유족들에게 막말까지 일삼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조사위원회 수사권 부여 등을 문제 삼으며 한사코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건 국정조사 시늉만 내다가 말겠다는 얘기다. 과거 여러 차례의 국정조사는 물론 별도의 기구 등이 활동했지만 진실을 온전하게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수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권이 없으면 조사 대상자가 조사를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다.
국방부 과거사위원회가 전두환 군부세력이 일으킨 12.12와 5.18을 조사했지만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등 이른바 신군부 실세들이 조사를 거부해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당시 과거사위원장과 관계자들도 수사권 없는 한계와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에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해도 하릴 없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해경 간부, 김기춘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을 아무리 불러내도 당사자들이 거부하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모르쇠와 발뺌에 급급한 뻔뻔스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세월호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잔인무도한 행위다. 새누리당은 이래도 좋다는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을 견제하고 견인해야 할 야당으로서의 단호한 협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를 무장해제하고 협상에 임한 탓이다. 게다가 국회 내에서만 맴돌고 있다. 그나마 국정원 댓글 사건 때는 광장에 진출한 시민들과 연대하려는 시도라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색조차 엿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새누리당의 몽니와 트집잡기에 질질 끌려가다 파행으로 치달은 국정권 국조특위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의 대여전략 기조가 세월호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국민의 61.9%가 '국정조사는 한계가 있으므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350만명의 국민은 서명으로 그 뜻을 보여줬다. 이미 국민들은 기존의 국정조사로는 안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은 국정조사 뿐 아니라 국회의 존재 의미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7.30 재보선에서 몇 석 더 얻고 말고의 문제가 아님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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