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현일 기자의 시사펀치>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반면, 박근혜 정부는 주 타깃을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두고 그 범법 행위를 캐는데 권력수단을 총동원했다. 권력에 편승하여 관제언론은 유 전 회장과 관계된 여인들까지 도마에 올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유포하면서 마녀사냥을 즐겼다. 마치 유 전 회장만 검거되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는 것인 양 왜곡했다.
그러나 유병언 마녀사냥이 얼마나 허무한 소동으로 막을 내렸는지는 온 국민이 알고 있는 바다. 검경의 수사망을 따돌리고 신출귀몰하는 것처럼 보도됐던 유 전 회장은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는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그와 관계된 루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관계 당국과 관제언론이 어찌나 허무맹랑한 거짓 루머를 많이 퍼뜨렸던지, 믿기 어렵다는 여론을 달래고 수습하느라고 진땀을 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출처 불명의 루머로 우리 사회가 홍역을 앓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유가족들의 진정어린 주장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금전적 보상과 특혜를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된 것도 그렇거니와,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악성 괴소문을 반박하기 위하여 자기 통장 사본까지 공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비정함은 말할 것도 없고 심각한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유병언 씨 도피의 총괄지휘자로 지목됐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김 엄마'에 대하여 검경은 뒤늦게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을 바꿔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관계 당국과 관제언론이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을 어기고 무분별하게 미확인 정보를 부풀린 데 따른 결과였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악성 루머 소동도 마찬가지다. 세월호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카톡으로 괴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으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관제언론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진실을 가리고 사실을 호도하여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데서 루머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 국민의 관심을 엉뚱한 데 돌리고 정치적 책임회피를 위한 최적의 저비용 고효율 수단이 루머 정치이다. 더구나 관제언론이 언론생태계를 엉망으로 파괴해버려 공론 형성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 정부 아래서는 더욱 손쉽게 쓸 수 있는 수단이 됐다.
그러나 루머 정치의 폐해를 간과해선 안 된다. 루머에 기대어 진실을 감추거나 관제언론을 통하여 여론을 왜곡시켜 보려는 불순한 시도들이 반복된 결과 박근혜 정부가 거짓 무책임 정권으로 비난받고 있지 않은가. 박 대통령이 과거 대권주자 시절에 '원칙'과 '신뢰'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던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허위 정보 유포의 루머 정치가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정지지도 하락과 민심이반 가속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최대의 정치 루머에 휩싸인 장본인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에 어디에 있었는지, '7시간'의 행적을 보는 세간의 의혹이 예사롭지 않다. 쉽게 수그러들 조짐도 아니다. 어쩌면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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