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국회 운영위가 소집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실규명이 시작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청와대 시무식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얘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8일 브리핑에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르는 것이고,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충은 대통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목표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에 대한 진정한 충성은 김기춘 비서실장, 그리고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서 진실을 국민 앞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는 국회가 요구한 자료제출에 대해서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청와대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할 것이다. 더 이상 청와대가 시대에 뒤처진 이와 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자료제출을 속히 오늘 중으로 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한목소리로 청와대에 대한 책임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청와대 비정상화의 극치이다. 특검과 청와대의 인적쇄신은 비정상적인 청와대의 정상화, 비정상적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새해에는 정본청원(正本淸源), 근본을 바로하고 근원을 맑게 하는 노력은 청와대에서부터 모범을 보이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저께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대타협기구와 국회특위 구성은 끝났지만, 아직도 자원외교 국정조사특위는 그 범위와 대상을 놓고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오늘 여야 간사 간에 조사 범위와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어떤 정치적 고려나 정략적 접근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자원외교 비리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서 이명박정부 하에서 행해진 3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 낭비가 문제되었던 만큼, 그 조사의 범위와 대상이 명확해졌다. 더 이상 불필요한 정치적 물타기나 정략적 접근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연일 세계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우울한 예측들이 계속 나온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한국정부가 빚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펼쳐서 가계부채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소비시장이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빚에 의존해서 성장할수록 한국경제는 외부충격에 더 약해질 것이고, 부채가 늘면 가계는 소비를 줄여 성장에 해가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가 길을 잃어도 너무 잃은 것 같다. 현재 실질임금 상승은 뱁새걸음인데 가계부채는 황새걸음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가계부채는 늘어나는데 소득이 제자리라면 당연히 주머니를 닫을 수밖에 없고, 소비가 줄어들면 내수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기존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늘고 소비는 더욱 줄게 되는 악순환 구조로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똑똑히 봤다. 빚을 내서 성장할 수는 없다. 가계소득을 올려서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저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드시 담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첫째는 국정농단의 진앙지가 되어버린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교체하고, 이 점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둘째로 가계부채 급증, 전세대란, 성장률 저하로 귀결되고 있는 초이노믹스를 버리고, 가계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를 위해서 헌법 개정 논의에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통령께서는 여당의 개헌 논의 고삐를 틀어막지 말고 풀어주기 바란다. 박근혜정부의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대한민국 정치가 더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과 민심의 수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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