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초부터 청진조선소에서 병력 침투용 잠수함을 생산하기 시작해 이미 7척을 건조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9일 현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올해(2015년) 초부터 청진조선소에서 3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침투병력 수송용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다”며 “당 창건 70돌이던 지난 10월까지 7척의 잠수함을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고 RFA는 전했다.

2013년 일반조선소에서 북한 국방위원회 제2경제위원회 4총국 산하 군수공장으로 전환된 ‘청진조선소’가 올해(2015년) 초부터 6인용 반잠수정 생산을 중단하고 병력 수송용 잠수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언급했다. 소식통은 “올해 청진조선소의 잠수함 건조계획은 원래 6척이었는데 노동당 창건 70돌을 맞는 지난 10월 10일까지 7척의 잠수함을 만들기로 공장의 간부들과 기술자들이 결의하고 나섰으며 현재 완성된 7척의 잠수함은 성능검수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잠수함 건조를 위해 종업원 2000명과 400명의 현장 기술자들이 공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하루 16시간씩 일을 했다며 중앙에서도 이들에게 육류와 물고기, ‘수성천식료공장’에서 만든 술과 당과류들을 정상적으로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청진조선소에서 만드는 잠수함은 길이 40m, 폭 4m에 항해사(승조원) 9명과 전투원 30명이 탑승할 수 있다”며 “수심 60m에서 최대 80시간 이상 항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장으로는 어뢰 4발이 전부인데 더 많은 인원을 태우기 위해 기계설비들을 극도로 간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잠수함을 만드는 강판은 전부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잠수함 엔진은 독일제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북한은 유사시 조종사 포함 31명이 탑승할 수 있는 경비행기 우뚜바(AN-2)로 특수부대를 공중에서 침투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엔 우뚜바와 함께 침투병력 수송용 잠수함까지 건조함으로써 하늘과 바다 밑에서 동시에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전략을 세워놓은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에 건조한 잠수함은 400톤(수중톤수) 크기로 수년 전에 자체개발한 신형 상어급잠수함(K-300)을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400톤급 잠수함은 1996년 9월 18일 강릉해안에 좌초된 상어급잠수함(325톤)을 개량한 것이다. 우리 정보 당국에 포착된 것은 북한이 2014년 12월 김정은 현지시찰을 종합해 만든 기록영화에 신형 잠수함이 등장한 것을 확인해 구체적인 제원과 성능 분석에 나섰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015년 1월 20일 “지난해 말 김정은의 군부대 현지시찰을 토대로 만들어진 북한의 기록영화에서 기존 로미오급(1800톤)이나 상어급(325톤) 잠수함과는 다른, 좀 더 개량된 것으로 보이는 신형 잠수함이 확인됐다”며 “외부 크기를 토대로 잠수함의 기본적인 성능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록영화에 등장한 잠수함이 상어급 잠수함보다 약간 더 큰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일종의 개량형으로 분석했다. 문화일보 취재진과 함께 기록영화에 나온 잠수함을 분석한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로미오급보다는 작고 상어급보단 약간 크지만 잠수함 윗부분(세일) 모양이 확연히 다르다”며 “2014년 말 미국 위성사진에 포착된 소위 ‘신포급’ 잠수함(2천톤급)은 아니며, 크기를 보면 어뢰 발사나 기습침투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6년 9월 18일 강릉해안에 좌초된 상어급잠수함(325톤)은 승조원 19명과 특수요원 9명이 타고 있었다. 이번에 건조한 400톤급 잠수함에는 승조원이 9명으로 줄고 특수요원이 30명으로 대남 침투용으로 건조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정을 이용하면 많은 장비(무기, 폭약 등)를 수송할 수 있다. 작전반경이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라 매우 위협적이다. ‘잠수함’은 수중톤수 300톤 이상이고, ‘잠수정’은 300톤 이하 크기로 천안함을 폭침한 연어급잠수정(130톤)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잠수함정을 대량으로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2013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북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군 내부 소식통과의 통화에서 “북한해군이 2010년 천안호(함)를 공격한 이후 동·서해의 모든 조선소에서 잠수함정 생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과거 잠수함정 전용 봉대보일러공장(잠수함 생산)에서 1년에 5척을 생산했지만, 천안호 공격 이후 매년 봉대공장 이외의 공장 등에서 15척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2013년 4월 4일 보도했다.
봉대공장에서 매년 5척의 잠수함정을 생산하고 다른 공장들에서 15척이 추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천안함 공격 이후 잠수함정 생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함경남도 신포에 위치한 봉대보일러공장에서만 잠수함정 생산을 해왔지만 천안함 폭침 이후 일반선박 제조공장인 평안북도 용암포조선소를 비롯해 남포, 청진, 나진조선소에서도 중·소형 잠수함정을 생산하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어뢰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정 생산을 적극 다그치는 것은 수중공격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잠수함정은 장병 12~15명과 2발의 어뢰를 장착할 수 있어 수천 톤급 구축함도 능히 침몰시킬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잠수정은 엔진 소음이 작아 바다 밑에서의 은밀한 접근이 가능하고 천안호 사건과 같이 범행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중 유격전에서 가장 필수적 무기’라고 내부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진조선소의 7척 건조는 이미 예측되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이후 잠수함정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대량건조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수명이 지난 유고급잠수정(60-80톤) 30여척을 연어급, 400톤급 잠수함정으로 대부분 교체하고 있다. 북한군의 수중전력은 총 80여척으로 보유척수에서 세계 1위다. 잠수함정은 함정과 상선에 대한 어뢰공격, 기뢰로 항만봉쇄, 특작부대(무장공비)를 침투시켜 산업시설 파괴, 테러, 요인 납치 및 암살 등을 은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평시에도 위협적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북한군의 수중위협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8월 북한군의 ‘준전시상태 선포’ 당시 북한군 잠수함정 50여척 기지 이탈로 인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DMZ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서둘러 합의했다. 뼈아픈 교훈이다. 우선 해군병력의 점진적인 증강(4.1만-8만명)과 잠수함 및 대(對)잠수함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 (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재향군인회자문위원 안보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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