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정상 합의…노 대통령 "북한도 바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토니 블레어 총리 공동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일 오후(한국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문제가 6자회담에서 대화를 통해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6자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한·영 정상회담 결과와 공동성명 채택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영국정부의 국제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수행을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런던 다우닝가(街) 총리관저에서 블레어 총리와 50분 간 정상회담을 열고 이어 1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 하며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정세 △양국의 실질협력 증진방안 △이라크 등 주요 국제문제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우성 외교보좌관은 "블레어 총리는 노 대통령과 한국민들이 북핵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반면 영국은 워치(감시)하고 바라보는 입장에 있으므로 노 대통령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줄곧 진지한 자세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북한에서는) 지금 시장거래가 적은 규모지만 이미 시작됐고, 개혁과 개방을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며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안전보장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변화하는 증거로 휴전선에서 불과 24㎞ 떨어진 개성공단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2년 안에 100만평, 10년이 지나면 800만평의 공단이 한국기업에 의해 건설되고 또 북한 인력이 여기에 투입되는데 개성공단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려는 주 공격로에 있고 군대 집결지인데 공단을 위해 군사시설을 철폐한 것만으로도 북한이 변하고 있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블레어 총리와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평소 친밀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앞으로 미국과 세계정세를 논의할 때 이러한 의견을 참고해 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에 대해 "앞으로 부시 대통령과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되겠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고, 그것을 기반으로 6자회담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영국과 한국은) 힘든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용감히 견뎌냈다"며 이라크 정세의 조속한 안정과 평화, 내년 1월 말에 열릴 총선이 잘 치러지기를 희망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이 잘 안됐을 경우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또 6자 틀 속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팽팽한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별로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각자 잘 안됐을 경우에 대한 가정적 전제를 갖고 이런저런 다음 수단을 얘기했을 때, 그것은 6자회담 자체의 판을 깨버릴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잘 안됐을 경우에 대해서는 가정하지 않는 것이 6자회담을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환율문제에 관해 "원칙적으로 시장상황과 한국경제의 경쟁력, 미국의 경제상황 이런 것이 모두 반영돼 결정될 문제이나 단기간에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급격한 환율 변동은 어떤 경제도 지탱해 내기 어려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절히 관리해 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관리가) 너무 지나쳐 시장상황을 왜곡시킨다든지 시장이 상황을 잘못 반영하도록 왜곡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자회담 재개 공동노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