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청명한 하늘밑 그 잔디위에서 벌어진 10월 4일의 이상한 구국집회는 우리사회의 성숙도와 민주적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살풍경이었다.
그 서울광장은 독재와 폭압정치를 뚫고 이만큼의 민주화를 이룩한 민주투사와 온 국민의 열망과 힘이 분출되었던 성지나 다름없다. 권위주의 통치를 마감시킨 6월 민주항쟁의 현장이고, 미군장갑차에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던 촛불집회의 현장이고, 우리 국민과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폭발시켰던 2002월드컵 응원열기의 현장이다. 세계인의 가슴을 흔들었던 현대사의 대사건들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어제 열린 일부 극우단체의 집회는 서울광장의 긍정적 이미지를 일거에 실추시켰다. 공권력인 경찰을 향해 각목을 휘두르고 대통령 탄핵과 퇴진선동에다 불바다 발언까지 도를 넘었다. 다른 행사참석을 위해 집회장 근처를 지나는 우리당 지도부에게 50~60대의 지긋한 집회참석자들이 상소리와 욕설을 퍼붓는 분위기는 너무나 흉측하다.
다원화사회에서 이견과 갈등은 상존하고 개인이건 단체이건 자신들의 주장은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자거나 신행정수도건설을 반대한다거나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하고 평화스러워야 한다. 동원이나 선동은 곤란하다. 한때 독재자를 위해 구국기도회를 했던 사람들이 극우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구국기도회를 열고 전국 주요도시로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요 나라걱정이라는 미명하에 기득권을 지켜보려는 얕은 술수이다.
제몫을 못하는 한나라당 책임도 크다. 이번 국회는 어느 때보다 폭넓은 계층이 원내로 진출했고 국회와 지지정당을 통해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요 대의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
한나라당이 한 것이라고는 당론도 없이 표류하고 선동하고 이런 집회에 참석(김문수, 김용갑, 박성범의원등) 극단의 갈등증폭을 통해 반사이익이나 챙겨보려는 약은 태도가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