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최대의 고질이 무엇인가. 나는 서슴치않고 중산과 모략이라고 대답하겠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남을 중산하거나 모략 할 수 없다. 이것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특기다. 우리 역사를 보라. 조선조 초기의 명장 남 이 장군은 그가 읊은 시 한 수의 글자 한 자를 어떤 고약한 인간이 바꿔치기 하였기 때문에 충신이 역적으로 몰려 드디어 참수형으로 목이 떨어졌다. 이런 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 때 나이가 27세였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이 중상 모략의 희생량이 된 대장군 남 이의 억울한 최후였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군과 내통한 역적으로 몰려 오랏줄에 묶여 끌려 다니는 곤욕을 치루어야만 했다. 오죽하면 <난중일기>에 “나는 죽고 싶다.”고 하였겠는가. 그의 53년의 파란만장했던 삶은 그래서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난 것이다.
사회전반에 중상 모략의 독버섯은 무성하다. 특히 이 나라의 정치판이 그렇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 하고, 보지도 못한 문서에 서명이 나와있다. 그래서 꼭 대통령이 됐어야 할 사람은 밀려나고 엉뚱한 인간이 청와대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되는 나라가 바로 이 나라가 아닌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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