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은 카 퍼레이드를 하는 동안 평양 시내의 건물과
지리, 최근 날씨 등을 화제로 담소를 나눴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
했다. 연도에는 평양 시민 수십 만 명이 진달래 형상의 분홍색과 자주색,
붉은색 꽃다발을 흔들며 반가운 표정으로 “만세”, “조국통일”, “환
영”이라는 함성과 함께 노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일부 여성들은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카퍼레이드 도중
대학생 수백 명으로 이뤄진 소고(작은북)단을 비롯, 중학생 취주악단, 여성
청년 취주악단, 초등학생 취주악단 등이 곳곳에서 연주를 하며 환영 분위기
를 고조시켰다.
방송선전용 차량에서는 노 대통령이 인민문화궁전 앞에 도착할 즈음부터
“통일아리랑”,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계속 내보내기 시작했다. 일
부 높은 건물 옥상에는 북측 취재진이 카퍼레이드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카퍼레이드 행렬은 ‘보통문’을 지나 오전 11시50분쯤 종로네거리에서 좌
회전 한뒤 ‘만수대의사당’과 아동백화점, 김일성 주석의 동상이 있는
‘만수동산’, 모란봉 공원, 천리마 동상, 지하철 ‘개선역’을 거쳐 11시
57분쯤 ‘개선문’을 통과했다. 이어 한국전 당시 중국군의 참전을 기념하
는 ‘우의탑’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
다.’라고 적힌 ‘영생탑’ 앞길을 지나 4·25문화회관 앞에 도착했다.
북측 관계자는 “시민들이 진심으로 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고 있다.”면
서 “평양 시내에서 남북이 카퍼레이드를 벌인 건 ‘역사적 사변’”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말 좋은 일이며,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 정상이 평양 시내에서 환영식 행사를 갖고 카퍼레
이드를 벌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며 “육로 방북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영식과 카퍼레이드 행사에는 남·북측 기자단이 각각 2대의 오픈 카
에 나눠타고 취재를 벌였다. 남측 기자단이 탑승한 오픈 카 운전석 옆에는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50∼60년대 이용했던 `무개
차'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또 러시아·중국·미국 등 평양 주재 외신기자들도 노 대통령 일행의 평양
방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평양 시내는 다소 흐린
날씨에 간간히 햇빛이 내비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장소인 4.25문화회관은 북한의 각종 집회
개최 장소로 활용되는 북한 최대의 공연시설이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장경
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1975년10월 개관, 1995년10월 2.8 문화회관에서
4.25 문화회관으로 명칭 변경하였다 한다. 4월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기
념일이기도 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노
대통령의 환영 행사장 도착시각에 5분 여 전에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공식 환영식장은 평양 초입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광장’이었
으나 북측은 행사 1시간 전 남측 대표단에 행사장 변경과 함께 김 위원장의
참석을 통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 앞에는 북한측 고위인사 20여 명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통과할
빨간 카펫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북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명예위병
대’가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m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
눴다. 남과 북의 정상이 7년 여 만에 다시 손을 맞잡는 순간은 2일 12시 01
(기자 확인 시간)분이었다.

7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때 같은 뜨거운 포옹이나 환한 웃음은 보이
지 않았다. 하지만 두 정상이 다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순간
이었다. 김위원장은 권양숙 여사와도 악수를 나눴다.
남과 북 두 정상은 문화회관 광장에 깔린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나란히 북
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명예위병대’의 사열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북측 전희정 김정일위원장 의전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북측 고
위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때서야 노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펴졌
지만 김 위원장은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며 간혹 박수를 치기도 하였다.
노 대통령은 북측 여성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높이 들어 평양시민들의 환
영 함성에 화답했다. 김 위원장도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
다.
두 정상은 12시6분경 나란히 연단에서 북측 의장대의 사열을 지켜본 뒤 평
양시민들의 계속되는 함성에 답례했다. 노대통령은 계속 손을 흔들었고 김
위원장도 가끔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12시11분경 두 정상은 다시 악수를 나눈 뒤 각각 다른 차에 올랐다.

노대통령은 전용차로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잠시 더
머물며 환영 인파에 화답하고 행사장을 떠났다.
한 당국자는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이슈였던 2000년 정상회담 때에
비해서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회담이 실용적으
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전용차를 타고 낮 12시 21분쯤 백
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도착 직후 노 대통령은 김국평 백화원 영빈관 소
장의 안내를 받았으며, 여성 직원 2명으로부터 환영의 꽃다발도 받았다.
백화원 영빈관까지 따라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숙소에 도착한 뒤 돌아갔다.
숙소에서 노 대통령은 LG와 삼성측에서 설치한 LCD TV를 통해 때마침 중계
되는 평양 도착 장면을 잠시 시청했다.
노 대통령은 뒤이어 낮 12시50분에 부인 권양숙 여사와 공식 수행원들과 함
께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지나오며 본 북한의 풍광, 그리고 북한의 농업,
지하자원 개발,경공업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누며 오찬을 했다.
오찬 메뉴는 신선로, 쏘가리 간장즙(간장조림), 냉채, 송편 등 한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