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개최된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 5인의 경제정책토론회는 그야말로 기대에 못 미친 토론회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박근혜 캠프는 박근혜 캠프대로, 이명박 캠프는 이명박 캠프대로 자신들이 승리한 정책토론회였다고 자평이야 하겠지만…
이날 토론의 중심은 이명박 캠프에서 말하듯이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던 만큼, 자연히 경제정책토론회의 주인공은 묵시적으로 이명박 전 시장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책제시 및 토론이라는 대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토론이 끝난 후 느낀 점은 ‘빅2’가 아닌 홍준표, 원희룡 의원의 경제정책 공약 발제 및 토론이 오히려 돋보인(?) 것은 웬일이었을까?
박근혜 전 대표는 나름대로 논리와 침착한 모습으로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열차패리에 대한 정책설명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부분 또한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부운하를 중심으로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등의 추상적이고도 구체성이 다소 결여된 정책들을 제시한 이명박 전 시장의 정책 설명은, 언론에서나 읽을 수 있었던 공약관련 설명보다는 높은 수준의 이해와 설득을 얻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환언하면, 정책집행 근거가 빈약하고, 정책집행에 필요한 자원조달 내지는 사업수행에 대한 확신성과 신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다른 주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결코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했다. 오직 이명박 전 시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가능하다’라는 자신감만을 강하게 표출했을 뿐 근원적 문제인 식수 오염원이나, 환경 대재앙 등에 관련된 구체적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내지 묵인함으로서, 국민들에게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명박 전 시장은 스스로가 경제전문가내지 경제 지도자라고 자신감 있게 지금까지 내보인 만큼 토론회에서도 자신감 있게 한반도 대운하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 답변을 명쾌하게 할 수 있어야 했었다.
한반도 대운하가 완성되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답변한 이명박 전 시장의 말은, 최초에 물류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 부분과 상당 부분 괴리가 있고, 차원이 다른 대목이다.
여태껏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필요한 예산이 17조원 정도가 들어간다고들 표현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여 이날 토론회에서는 14조원이 든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도대체 정확한 예산액은 얼마로 상정하고 있을까.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적대로 5년이 대통령 임기인데, 이명박 전 시장이 제시한 747은 무슨 의미인가? 즉 경제성장율 7%에다, 국민소득 4만 불 그리고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의미를 지닌 747이 과연 5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대통령 임기 5년 만에 국민소득을 4만 불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 기초한 말인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것이 가능한 준거(準據)는 무엇인가. 세계 7위 경제대국이라는 개념이 대통령 임기 5년 이내에 어떻게 이룩될 수 있는 것인가. 현실성이 있는 수치인가, 아니면 비과학적인 추정 수치인가.
5년 임기의 대통령이 5년 임기 안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얘기해야 되는 것이 정상적인 정책 공약이어야 할 텐데, 5년 이후에 또는 10년 이후에 어떻게 어떻게 될 것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어떻게 해서 5년 내에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논리적이고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747 정책토론은 한마디로 성실하지 못한 공약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신혼부부 아파트 무상제공 공약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1년에 신혼부부가 도대체 몇 쌍이나 탄생되는지에 대한 평균적인 답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공약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재원 마련도 애매하거니와…
이날의 ‘이슈’가 된 이명박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은 상당기간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시장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던 ‘대운하’와 관련한 질문의 집중 공세에 대해서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설명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 캠프의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살려낼 수 있다고 이명박 진영은 생각할 수 있을까.
캠프의 기능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예상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다. 명망가들이 많고, 속칭 유능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멋들어진 캠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운하가 환경대재앙을 가져 올 것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의견에 대한 답변 또한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와 환경문제는 엄청난 파괴력이 있는 상관관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 검토를 아직까지 하지 않음으로서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은 한반도 대운하가 지닌 문제점을 웅변으로 증명해 준 사안이 아닐까.
한반도 운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타당성 여부와 경제적 효과 및 환경 대재앙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해석해내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이명박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가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명박 전 시장 스스로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가져본다.
토론자로써의 ‘여유’와 자신감은 확연하게 드러냈으나, 실질적인 ‘한반도 대운하’의 미스터리를 풀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이명박 전 시장이 지닌 한계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정책을 제시하는 경제정책토론회에서는 ‘논리성’, ‘진실성’, ‘사실성’ 및 ‘관련 지식의 포괄성’ ‘미래 환경가치’ 등이 기초되어야 한다.
이명박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가 비판자들이 얘기하는 대로 토목사업이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이라고 강조하면서, 소위 한반도 대운하가 선진국을 지향하는 인프라라고 강조한 대목과 관련하여 왜 한반도 대운하가 ‘소프트웨어’인지, 또 왜 한반도 대운하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인프라 구축인지를 결코 설명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이해(理解)에 실패했다.
결국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심어주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분명 토목(土木)사업임에 틀림없고, 따라서 토목사업은 하드웨어’적인 기반시설을 뜻하는 것이지 결코 소프트웨어’ 그 자체는 아니다.
소프트웨어’적이라는 의미는, 하드웨어’적인 기반시설이 완성된 후 창출해 낼 수 있는 부가가치의 총화를 뜻하며, 이에는 고급 기술이나, 고급 운용 방식, 고급 지적 재산, 자연환경가치 등등 불가시(不可視)적인 부가가치를 뜻한다.
이명박 전 시장은 단순히 ‘한반도 대운하’는 ‘하드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라는 추상성만을 제시함으로서 ‘대운하’가 지니고 있는 구체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지 못했고,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희석과 변명이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 지도자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의 경제정책 제시 및 토론은 그래서 성공하지 못한 장광설(長廣舌) 토론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