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내 잡기장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1997년 12월 22일, 동짓날. 대통령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정부 부처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10년 전의 일기다.
나는 그 당선자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기구가 크면 국민의 조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대 대통령도 그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도 속기만 해서 권력 잡은 사람의 호언장담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10년 뒤인 오늘 이명박 당선자도 종래의 대통령들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정부 축소 안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만은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왜 그런지 이명박에게는 양심이 조금은 살아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문제는 양심에 있다.
대기업의 상표를 붙이고 시주의 상점에서 또는 큰 백화점에서 오늘 판매되고 있는 과자의 대부분은 주로 하청업자들의 손으로 제조되는데 그 하청업자들의 공장 실태가 어느 날 “TV 추적”으로 천하에 공개됐는데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더라고 어떤 교양 있는 주부가 탄식하였다. “법이나 제도만 가지고 바로 잡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오늘 17대 대통령에게 당부하는 한마디는 “양심이 살아 있는 나라를 만드세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