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속담에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흥정을 붙이는 것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일이고 싸움을 붙이는 것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일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갑과 을의 사이를 갈라놓고 싸움을 붙이려는 자들이 월등하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요새 사찰 승려들의 집단시위가 눈에 뜨이는데 일찍이 없던 일이므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리기를, 우리가 잘 모르는 당국의 불교에 대한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하겠고, 모든 집단적 행동의 배후는 예외 없이 내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는 상식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었습니다.
나는 한 평생 기독교 신자로서 이 땅의 신흥 종교라고도 할 수 있는 기독교인들은 천 수백 년의 전통을 가진 이 나라의 불교와 불교신도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는데 근자에 와서 악의에 찬 인간들이 나와 불교 사이에 싸움을 붙이고자 작심한 듯합니다.
나는 싸움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불가피한 경우에는 목숨을 걸고 싸울 결심이 언제나 확고한 사람입니다. 결코 비겁하게 살다가 비겁하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 노병은 죽지 않습니다. 뜻을 이루기까지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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