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한 시골 마을, 10년 넘게 묵혀 놓은 밭에서 이미 백골이 된 한구의 사체가 발견됐다.
땅속에서 변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도장이 발견되었고, 이를 근거로 실종자 명단과 주민등록 말소 명단을 뒤지다가 우연히 도장에 새겨진 이름과 동일한 사람을 찾았다.어렵게 찾은 가족은 15년 전 소식이 끊긴 아버지가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겠지 했는데, 오래전에 비명에 돌아가신걸 알고 황망하기만 했다.
경찰은 변사자의 유골과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오모씨의 친자 관계 확인을 위해 유전자감식을 의뢰하기로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골의 일부를 보냈으나 돌아온 감정 회보서는 사인 불분명과 오래된 뼈 감정물의 손상으로 인한 유전자형 불검출이었다. 비록 가족을 버린 아버지였지만, 가족들의 요청으로 안동지청에서 대검찰청 유전자감식실에 친자확인을 위한 유전자감식을 재의뢰 했다.
오혜현 대검 유전자감식관은 일반적으로 변사체나 대형 화재 사고에 의해 사체의 훼손이 심한 경우 대부분의 유전자감식은 뼈를 이용하여 진행된다. 인체의 뼈 중에서도 미생물이나, 토양 성분에 의해서 부패되는 정도가 더딘 치아와 대퇴부 뼈가 주로 이용 되지만, 부분 사체가 많고 사건마다 훼손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조건에서 감정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전자감식 기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감정 역시 유골은 대퇴부 뼈를 제외한 턱뼈, 갈비뼈, 골반 뼈의 내부에 흙이 침착 되어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아주 좋지 못했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대퇴부 뼈를 잘라 일반적인 뼈 감정방법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또한 대검 유전자감식실과 대학연구기관의 용역연구를 통해 개발된 miniY-STR 검사법을 현장 감정물에 적용해보고자 골반 뼈 역시 샘플링 했다. miniY-STR 검사법은 기존의 성관련 사건과 동일 부계 확인 감정에 사용되어지던 남성염색체 분석 기법(Y-STR)을, 외부의 물리적ž화학적 요인에 의하여 손상된 남성 DNA의 분석이 가능도록 개발된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뼈 감정물은 감정기간이 보통의 감정보다 2배 이상 소요된다. 뼈를 고운 가루로 빻고, 뼈의 불순물과 칼슘성분을 제거하고, DNA를 추출하면서 농축과정을 거치는 전처리 과정이 요구되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 중에 외부의 오염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DNA 추출이 이루어진다.
골반 뼈 역시 유전자형 증폭을 위해 몇 차례의 정제와 농축과정을 반복 하였다. 대퇴부 뼈와 골반 뼈 DNA는 각각 일반 상염색체와 Y염색체 검사법을 하고 골반 뼈는 추가로 miniY-STR 검사를 실시했다.
대퇴부 뼈의 감정 결과 상염색체 검사와 Y염색체 결과를 모두 얻음으로써, 오모씨가 변사자와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확인 했다.
한편, 훼손이 심한 골반 뼈는 상염색체 검사결과는 얻을 수 없었고, 부분적인 Y염색체 검사결과 만을 얻을 수 있었으나, miniY-STR검사법을 추가하여 보완함으로서 완벽한 유전자형 결과를 얻게 되어 변사자와 오모씨가 동일 부계임을 확인 할 수 있다.
타 기관의 불검출 결과를 검출로 돌릴 수 있을 만큼 대검 유전자감식실의 우수한 기술과 감정관의 노력이 얻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단독으로 감정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지만, 유효화 실험과 지속적인 현장 감정물의 적용 실험을 통해 훼손이 심하고, 유전물질의 양이 극미량인 감정물에 곧 적용가능 할 것이라 본다.
대검 유전자감식실은 이 외에도 외부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교류와, 감정 감식 기법의 꾸준한 개발을 통해 얻어진 발전된 기술과 노하우를 실제 감정에 적용하여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우수한 유전자감정 결과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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