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홍관희
南北관계 교착은 北체제 속성 때문 금강산관광 중단, 對北 영향력 감소와 하등 관계 없다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3월 18일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25일부터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면서, “25일까지 (소유자들이) 오지 않으면 남측 부동산을 몰수할 것”이라고 협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11일 박왕자 氏 피살 사건 이후 중단돼 온 금강산관광사업이 이번 북한의 ‘부동산 몰수’ 협박으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홍관희(洪官憙) 재향군인회 안보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 전말과 배경 및 향후 대응책 등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註]
1. 북한의 3‧18 협박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18일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i)금강산 관광지구 내 모든 남측 부동산의 소유자·관계자들은 25일 금강산을 방문하라”면서 (ii)불응할 경우 부동산 몰수 및 금강산 입경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iii)“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서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해외 및 국내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또한 북한은 부동산 조사에 북한군(軍)을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지문에서 “아태위와 내각, 군대 등의 당국과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꾸려 금강산 내 부동산 소유자와 관계자의 입회하에 모든 남측 부동산을 조사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른 바 부동산 조사에 군부 인사를 포함시킨 것은 북한 측이 향후 강경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 결국 (i)우리가 금강산·개성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한국측 부동산을 일방적으로 빼앗겠다는 것이고, (ii)대신 중국과 새로운 관광사업을 재개하겠다는 배짱이다.
▲ 北의 금강산 財産몰수’ 협박에 원칙 대응해야”한다는 홍관희 박사ⓒkonas.net
2. 금강산 일대 남한 측이 보유한 부동산은 어떤 것이 있나?
- 금강산 일대에는 우리 정부가 600억원을 들여 지은 「이산가족 면회소」를 비롯해 현대아산 소유의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관광공사 소유 온천장·문화회관, 에머슨퍼시픽의 골프장 등 3593억원에 달하는 시설들이 있다.
- 이 시설들은 현대아산이 2002~2052년 북한 당국과 맺은 50년간의 토지 임대 계약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 관한 남북 합의 등에 따라 지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설들은 북한 땅에 있다 해서 북한 당국이 마음대로 빼앗거나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북한의 3.18 협박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 북한은 5‧25 핵실험 이후 실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외화 부족 어려움을 맞고 있으며, 여기에 금강산‧개성 관광사업의 중단으로 외화 유입이 중단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11일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그리고 개성관광은 2008년 12월 1일 북한의 ‘12‧1 육로통행 제한’ 일방적 조치 이후 중단되고 있다.
- 북한은 남한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새로운 관광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중국 관광업자와의 새로운 계약이 필요하고, 이는 북한이 현대아산과 맺은 50년 토지 임대 합의사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4.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통일부 차관이 바뀌었는데, 향후 정부 대응에 변화가 있을까?
-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 관련 계약 파기와 남한 부동산 몰수를 시사한 북한의 이번 발표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남북 사업자간 기존 계약과 당국 간 합의 위반임은 물론이고 국제 관례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다.
- 한편 정부는 북한이 오는 25일 남측 부동산 소유자를 금강산에 불러들인 것에 대해서는 각 사업자들의 개별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가 금강산에 갈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 정부의 이런 대응은 지난 좌파정권 10년에 걸친 ‘저자세·퍼주기식 대북지원’ 태도와 구별되는 것으로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 북한이 계약‧합의를 위반하고 現代아산 財産을 강탈한다면, 더 이상 去來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대북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통일부 차관에는 현 남북관계 특수성을 감안하여 대북정책에 분명한 철학과 원칙을 가진 인사가 기용돼야 한다. 지난 주말의 차관 인사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원칙 대응에 변화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5. 북한의 ‘금강산 재산 몰수’ 조치는 실로 극단적인 조치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 한 마디로 북한 체제가 갖는 특수한 속성 때문이라고 본다. 잘못이 우리 측에 있지 않다.
- 북한은 (i)軍 우선의 병영(兵營)사회 (ii)全 사회를 유기체(有機體) 조직(예컨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으로 엮는 유일수령영도체제 (iii)金씨 일가 중심의 ‘세습독재-왕조적 후계체제’로 특징지워지는 체제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혁․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룰(rule)과 규범이 유입될 경우, 金씨 일가의 세습독재가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 그러므로 북한은 非정상적인 방법으로 체제를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고, 달러 획득을 위해 강압적인 조치를 이번에 또 취하고 나온 것이다.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북한의 내재적 체제 속성 때문이다.
- 북한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정상적인 거래는 불가능하다. 애당초 이런 체제와의 상업적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어 보겠다는 기업가의 발상이 어리석었다고 본다.
6. 중국 여행사가 ‘금강산관광 여행상품’을 팔고 있다고 한다. 이번 북한의 금강산 한국 재산 몰수 협박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
- 북한은 3‧18 통지문에서 이미 개성‧금강산 관광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주요여행사가 금강산‧개성관광 코스가 포함된 북한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6일짜리 1인당 6천280위안(약 104만원)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 중국 담당자와 정부 당국자 모두 4월 12일 중국인 단체관광이 북한에서 시작된다고 확인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의 반발은 당연하다. 개성‧금강산 관광에 관한 한 현대아산에게 사업권이 있으므로, 북한이 외국 관광객에게 개방하려 할 경우 현대아산과 먼저 협의를 해야 한다.
- 결국, 북한이 이미 관광사업자를 중국 쪽으로 교체할 방침을 굳히고 이번 3‧18협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대북정책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태다.
7.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과 같은 남북경협 교착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끌어들여, 우리의 대북 영향력이 축소되고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증대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 …
- 금강산 개성 관광 등 대북관광 사업이 대북 영향력을 가지려면, 주민과의 접촉이 자연스럽게 허용돼야 한다. 남북경협이 갖는 의미도 이 점에 있다. ‘접촉을 통한 변화’ 취지다. 그러나 북한은 이른 바 ‘모기장 이론’에 입각, 접촉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대신 달러 유입만 노리고 있다.
- 이렇게 볼 때,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관광 사업을 통한 대북 (사회적)영향력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 중국이 관광사업을 시작한다 해도, 이 프레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이 북한 주민과 접촉하게 되면, 이미 자본주의화한 중국의 영향이 북한으로 스며들 것은 분명하다. 북한 당국은 이를 철저히 차단하려 할 것이다.
- 한마디로 중국의 대북 관광사업을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 차원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북한이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 한편, 북한은 금강산 개성관광이 활성화돼도 한국 당국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 이는 남북한이 어쩔 수 없는 상호경쟁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피할 수 없는 정통성 경쟁관계에 있다. 그 근본 원인은 김일성-김정일 체제의 폐쇄적 속성 때문이다.
- 그러므로 한국정부의 원칙적 대북정책으로 인한 남북관계 교착과 중국의 관광사업 개시에 따라 금강산을 중국 측에 빼앗긴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정확히 보지 못한 왜곡된 시각이다.
-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시 중인 지금, 북한에 대한 달러 유입을 조장하는 관광사업을 허용하는 중국 당국이 지탄을 받을 일이다.
▲ 홍관희 박사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최우선 과제는 북한軍의 무장(武裝)해제와 치안(秩序) 및 질서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konas.net
8. 중국이 북한체제의 붕괴와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韓美와 논의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컨대, 중국의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한국의 국방연구원(KIDA), 美 태평양사령부가 이 논의에 관여할 것이라는 내용인데, 중국의 對北전략이 변하고 있는 것인가?
- 아직 중국의 정책변화를 단언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중국의 대북전략은 대단히 복합적(複合的)이다.
- 3월 19일자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의 급변사태 관련 3국 기관 간 토론회 개최 계획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좀더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 대책을 韓美와 논의한다면, 이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고, 우리가 바라던 것이다.
- 북한이 체제가 붕괴되어 급변사태로 갈 경우, 중국 인민해방군만으로 북한 급변사태를 감당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전 국토와 사회가 무장화된 엄청난 병영체제다. 정규군 120만에 준(準) 정규군에 해당하는 예비군이 770만에 달한다.
- 급변사태 발생 시 최우선 과제는 북한軍의 무장(武裝)해제와 치안(秩序) 및 질서의 회복이다. 각종 화기(火器)에 대량살상무기까지 보유한 북한軍을 무장해제하는 것은 지난(至難)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주민 1천명당 5~10명의 안정화 요원이 필요하고, 따라서 북한인구 2300만명 기준 11~23만의 안정화부대의 주둔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 더욱이 「작계 5029」에 의해 韓美 연합군은 급변사태 시 북한 개입이 불가피하다. 중국도 인민해방군을 진입시키려 시도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양측 군대 간 조우 또는 충돌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韓美와 중국 양측은 이 점을 깊이 인식, 사전에 긴밀한 의견조율과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다. 서로 윈-윈(win-win)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아마도 양측 간 핵심쟁점은 ‘군사개입방식’이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9.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 우리의 바람직한 對中‧對北 정책방향은?
-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 韓美中 3국 협의 가능성을 흘리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는 머뭇거리고 있다. 동시에 나진항 10년 사용권 획득(비록 민간 차원이지만) 등 실제 행동에 있어선 과감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의 외교적 언사(言辭)보다는 실제적 행동과 조치를 주시해야 한다.
- 동시에 韓美가 전작권 전환 유예와 한미연합방위체제 공고화를 통해 북한 유사시 우리의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 측에 상호 윈-윈(win-win) 협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견지해 온 기조를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한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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