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최경선
바른사회, 죽어있는 보수가 아닌 살아있는 보수 위해 보수의 재성찰 촉구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려면 ‘죽어있는 보수’에서 ‘살아있는 보수’로 변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부드러워져야 하고, 보다 열려야 하며, 보다 ‘쿨’ 해져야 한다. 이 부드러움과 열림, ‘쿨함’을 근거로 약동해야 한다. 유연성과 개방성 및 자기절제에로의 변신을 거부한다면 ‘올드보수’가 되는 것이지 ‘올드보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1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6.2 지방선거와 보수의 재성찰’이란 토론회에서 박효종 서울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보수의 성찰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 6.2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보수의 성찰을 도모하는 토론회가 바른사회시민회의 주관으로 열렸다ⓒkonas.net
박 대표는 ‘6.2지방선거결과를 통해 바라본 보수의 자기성찰’ 제하의 발표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보수의 참패”로 결론짓고, 그 이유로 “보수정권의 탄생은 무능하고 독선적이었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에 불과했을뿐, 국민들은 매력적인 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보수의 실패에는 자책할만한 원인이 있다”며, “억압, 분열, 오만, 닫힘성과 탐욕”을 들었다.
즉 “국민들은 권력보수로부터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기대해 왔으나 2년 반의 집권 모습에서 구태의연함을 발견하고 피로함을 느낀 나머지 매서운 채찍을 든 것 같다”면서 “이 국민적 피로감을 극복하려면 반드시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좌파진보를 박멸해야 할 적’ 이라기보다는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해 같이 경쟁하는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그 존재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관점에서 “보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 숙제는, 이른바 ‘억압자’나 ‘핍박자’의 이미지를 벗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론’을 중시하는 보수가 경청해야 할 두 사상가로 로크(J. Locke)의 ‘관용’과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밀(J. S. Mill)의 예를 들었다.
박 대표는 “보수는 이 나라의 정당성에 관한 한 정론’ 개념에 집착해 왔다”며 반대자에 대하여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정도로 지나친 정론집착은 그 진정성만큼이나 흠결을 산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집착의 대표적인 문제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프로크루스테스’라는 괴물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유인한 들인 다음 묶어 침대에 눕히고는 나그네의 다리가 침대보다 짧으면 강제로 늘였고 다리가 침대보가 길면 짧게 잘랐다)를 설명하며, “한국의 우파보수가 다른 의견을 가진 좌파진보주의자들로부터 ‘프로크루스테스’와 같은 존재나 ‘억압자’로 투영될만한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반성해 볼 일”이라고 각성을 요구했다.
또 박 대표는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에 저항해 27년 6개월 동안 수감됐다가 풀려난 후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백인을 단죄하는 대신 ‘흑백단합’을 내세운” 만델라의 예를 들기도 했다.
만델라는 흑인단체들이 백인들이 선호하는 럭비를 없애기 위해 럭비대표팀인 스프링복스’를 해체하려 했으나 ‘스프링복스’를 살려냈고, 1999년 6월24일 월드컵 결승전 날 만델라가 ‘스프링복스’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 그의 관용과 아량에 감동한 백인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일구어 낸 예를 들어 한국의 보수들이 만델라의 관용을 배울 것을 강조했다.

▲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보수의 6.2 지방선거 참패 원인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냉철한 반성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함을 강조했다.ⓒkonas.net
특히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흥미로운 특징을 “좌파진보후보들은 단일화를 한데 비해 우파보수후보들은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대표적으로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들었다.
보수단체가 서울 교육감 예비 후보 8명을 대상으로 단일화 작업을 진행됐으나, 6명이 선거에 출마한 것은 “속물근성의 고집불통과 명리욕으로만 가득차 있었다”는 반증인 반면, 좌파진보는 자신들의 가치와 대의를 위해 자기 자신의 작은 이익을 단호히 희생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자기실현’(자신의 능력과 이익 구현)이 아닌 ‘자기초월’(많은 소출을 내기 위해 스스로 썩는 한 알의 밀알처럼 자신을 희생)로 표현했다.
또한 경제위기 수습,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야당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오만한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들에게 ‘겸손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야당이나 좌파진보 진영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소통을 요구하더라도 소통에 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통의 문제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는 노정권의 ‘코드인사’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최근의 천안함 사태만 해도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군대를 제대로 갔다 온 적이 없는 사람들이 청와대 지하벙커에 앉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고 인재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보수의 정체성과 존재이유를 “대한민국의 핵심적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보수가 반드시 절제해야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모든 가치들을 다 차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핵심적인 가치만 수호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나머지는 기꺼이 양보할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보수는 “로마의 사례를 거울삼아 로마의 귀족들이 평민들에게 호민관직을 준 것처럼 모든 가치들을 다 차지할 생각은 버리고 좌파진보에게 줄 것은 주고 더불어 나눌 것은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 시점에서 “보수적 가치의 대량실종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치열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보수의 목적은 단순히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의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가공동체를 바르게 지키고 가꾸는 일”이라며, 10년만에 권토중래한 보수의 불변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는 토론에서 지방선거 패배 이유를 “유권자를 너무 몰랐다는 점, 야권은 단합한 반면 여권의 분열, 오만한 공천”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책임지는 자세, 종북·친북 성향의 단체를 제외한 건전한 모든 시민운동에 대한 지원 강화, 고용문제의 해결”을 과제로 제시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도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이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배척당하는 용어로 전락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실용을 극단적 가치로 내세운 나머지 집착의 정도가 극에 이른 것은 아닌지 냉정히 자아비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는 그들이 가진 신념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펼쳐내지만, 보수는 이론적 주장을 행동을 옮기는데 지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므로 진보를 대처하고 능가하기 위해 보수는 smart해져야 한다”고 보수가 취해야 할 태도를 제시했다.
특히 성 교수는 보수적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강조하면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정권 10년 동안 남북문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만을 강조했을 뿐, 어떤 방법의 통일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의 기반을 전달해 오지 못했다”며 진보의 과장된 주장에 대한 비판보다 smart한 대응을 주장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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