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제라드 겐저
이제는 전세계가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지난 6월 15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북한 반인도 반평화 범죄 중단을 위한 국제 사회의 역할’제하 국제회의에서 국제 인권단체인 Freedom Now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제라드 겐저 변호사의 발제문 전문이다.<편집자>
저는 오늘 두 가지 주제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천안함의 침몰에 대한 한국과 전세계의 관심을 감안할 때, 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법률에 대해 몇 말씀 드리고, 이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기소해야 한다는 저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둘째, 북한의 인권 및 인도주의 상황을 더 광범위하게 짚어보고 국제사회가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지도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3월 26일 조용한 밤, 천안함은 남북한을 가르는 사실상의 경계선인 북방한계선 남쪽 서해상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북한의 감응어뢰 폭발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갑자기 강력한 수중폭발과 함께 천안함은 두 조각이 났습니다. 5분만에 배가 침몰하면서 승조원 46명이 목숨을 잃고 한반도에는 새로운 전쟁의 위협이 촉발되었습니다.
그때 이후 국제사회는 긴장을 완화하고,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김정일 북한 지도자가 왜 이러한 공격을 개시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옵션 중에는, 김정일이 국제적 사법절차에 처음으로 자신을 노출시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빠져 있습니다. 저는 천안함의 침몰리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는 근거가 성립되는 사건으로, 공격을 수행하고 지시한 자를 조사 및 기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범죄행위의 요점은 간단합니다. ICC의 기소대상이 되는 전쟁범죄 중에는 ‘적국 또는 적군 소속 개인을 배신적으로∙uc0∙uc0∙살상’하는 범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기습공격을 가하는 행위 자체는 전쟁법상 배신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전시에 기습공격은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배신적인’ 것은, 북한이 1953년에 정전협정에 서명을 했고, ‘일체의 적대행위를 완전히 종식할 것을 명령하고 또 이를 보장’하기로 명백히 약속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정전협정은 1992년 남북불가침조약에 의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수년에 걸쳐 소규모 국지적인 충돌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기는 했으나, 북한은 휴전협정이 발효 중이라는 확신을 남한에게 심어주었고, 그에 따라 남한 해군은 초계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다지 크게 경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확신이 고의로 배신 당함으로써 배가 가라앉고 승조원들이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전쟁법에 의하면, 휴전은 적극적인 전투를 중단한 것으로 휴전협정이 깨질 수는 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한 편이 먼저 포고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법관할권과 관련해서 보자면, 천안함 사태는 남한의 영해에서 남한의 함선을 대상으로 발생했습니다. 남한의 수역이라는 개념과 관련해서는 북한과 논쟁의 소지가 있겠지만, 남한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을 결의한 로마협정의 조인국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사실 중 하나만으로도 이의내용을 청취하기 위한 사법관할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조사를 개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로마협약 당사국이 이 사건의 조사를 검사에게 회부하는 일입니다. 한국을 제외하고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국가는 전세계 100개국이 넘습니다. 아니면, 재판소의 창의적이고 냉철한 검사이자 아르헨티나의 변호사인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가 사건을 자청해서 맡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길은 아닙니다. 검사가 사건을 자청해서 맡는다 해도 천안함의 침몰에 책임이 있는 누군가를 기소하려면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침몰 관련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명백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재판소는 개인을 기소할 뿐, 국가는 기소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명령계통에 따라 누가 실제로 책임이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시간적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재판소의 조사가 완료되려면 수년씩 걸렸습니다. 누군가 김정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다 해도, 그가 좀처럼 북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를 체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바람직한 노선입니다. 그러한 조사를 시작함으로써 김정일을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라 국제적인 범죄자로 낙인 찍을 수 있는 중요한 수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낙인 찍기는 이미 오래 전에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수년간 북한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핵무기 프로그램에만 쏠려 있었으나,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현실은 끔찍한 상황입니다. 기근이 만연하고, 김정일 정권은 20만 명 가량의 정치범을 수용하고 있는 광대한 수용소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문제를 차치하고도, 김정일이 자국의 주민들에게 반인도적인 범죄를 자행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김정일과 협상할 때 단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교활하기는 하지만 의지가 강력한 인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성격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 측면에 초점을 맞출 경우 그러한 국제사회의 경향에 대해 필요한 현실성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정일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서 어떤 종류의 사법처리에 직면하기 전에 앞으로 수년내에 자연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당한 큰 고통과 그가 남한에 가한 행동을 고려할 때,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조사를 개시하는 것은 김정일이 국가와 주민에게 끼친 해악을 인식하고 있는 정부내 인사와 김정일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렇게 해서 그의 종말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면 이는 북한주민과 전세계에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에 일상적인 현실이 되어버린 인권 및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제적으로,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현재와 미래의 고통을 완하하는데 주력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를 통해 천안함 사건을 사법처리할 가능성을 제외하고는, 과거 김정일과 김일성 정권에 의해 자행된 잔학행위와 관련해 사법관할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방법은 200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자국민 보호 의무’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국제사회)는 국가기관이 대량살상,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자국의 주민을 보호하는데 명백히 실패한 경우 지역기구, 유엔 및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시기적절하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집단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한의 경우 우리는 반인도적 범죄를 적용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반인도적 범죄란 무엇일까요?
반인도적 범죄란 정치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가하는 살인, 멸절, 노예화, 추방, 구금, 고문, 강산, 박해 등의 범죄행위 및 그밖에 신체, 정신, 건강에 심각한 고통 또는 손상을 고의로 입히는 비인도적인 행위를 포함합니다.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되어야 합니다. 요점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지는 않지만,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북한의 식량정책 및 그로 인한 기근에 더해, 지금도 진행 중인 정치범 20만 명의 정치범을 감금해놓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배급을 주며, 강제노동, 고문, 임의적 처형을 자행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자국민 보호 의무를 촉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북한에는 반인도적 범죄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범죄행위에 더하여, 국제사회가 주민의 고통을 해소하지 못할 때 이 원칙이 발동됩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의 무수한 결의 및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인 태국의 법학교수 위팃 문타폰의 9차에 걸친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반인도적 범죄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의 1차 보고서에서는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및 인도주의 상황에 대한 논의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관련 논의와 병행해 진행할 것을 권고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각한 고통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본데빅 소장께서 말씀하셨듯이, 북한과의 대화는 국제법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기존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권리를 회복하고 북한과의 국제적 협력을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모두를 아시다시피 북한은 자신의 행동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거듭 부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09년 12월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문건에, 미국의 이른바 ‘적대정책’이 ‘북한 주민이 인권을 향유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언급하고, 다양한 유엔의 결의가 ‘인권을 보호 및 신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함으로써 북한 주민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방어하는 이념과 체제를 없애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상대할 가치도 없을 만큼 우스꽝스러운 것이지만, 북한을 상대하는 국제사회의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중대한 시점에서 저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유엔총회는 ‘자국민 보호 의무(R2P)’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고 북한 내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일단의 전문가 집단을 지명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대북한 연례 결의를 강화해야 합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유럽연합이 북한 결의안을 도입하면서 R2P 원칙을 명시적으로 발동했다는 점을 기쁜 마음으로 전합니다.
둘째, 국제사회는 북한 인구 중 가장 취약한 집단에 식량 배급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즉시, 안전하고, 방해 받지 않고 북한 전역에 대한 방문을 허용할 것과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요구해야 합니다.
셋째, 남한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현재 기울이고 있는 노력의 차원을 넘어, 유엔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등, 북한의 상황에 대한 강력한 관심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위팃 문타폰 북한인권유엔특별보고관의 보고서 제69항에서 북한의 인권 및 인도주의 문제와 관련해 유엔안보리의 대응을 촉구한 우리의 2008년 보고서를 부각시키고 이에 지지를 표명한 점에 기쁜 마음으로 주목하고 싶습니다.
문타폰 교수는 자신의 권고사항에서 국제사회는 ‘안보리를 중심으로 유엔 시스템 전체를 가동해 협치 및 정부에 대한 주민의 광범위한 참여와 관련해 악의적인 위반행위를 방지하고 주민의 희생을 막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이든 아니면 개인의 형사적 책임이든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의 정부들은 10년 이상,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의를 박차고 나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한 논의는 2선급으로 격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천안함의 침몰을 계기로, 인권 및 인도적 우려사항 등 북한이 전세계에 야기하는 우려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평양 측과 접촉하는 접근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세계가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konas) 제라드 겐저(美 Freedom Now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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