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권재찬
천안함 사건 100일밖에 안 지났는데"..얼빠진 군인이 민간인과 가족불러 '유람'이라니?..도대체 정신이 있나 없나?
주말인 지난 3일 저녁 태안 모항항 앞바다에서 현역군인장교들이 해군 특수부대에서 사용하는 작전용 고속단정을 유람용 배로 사용하다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배에 탔던 사람들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해.공군 군인 5명과 군인가족 8명, 민간인 2명 등 총 15명이라고 한다. 뒤늦게 현역 대령이 후배 장교에게 요청해서 이뤄진 일이라고 밝혀지고 있다.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도대체 정신이 있나 없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합참의장이 물러나고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육해 공군 참모총장들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데 군의 리더인 간부들이 철부지 놀음을 하고 있다니 도대체 우리 군이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사고 당일은 천안함 피격 침몰 100일 째 되는 날이었다. 46용사의 무고한 희생을 생각해서라도 군 전체가 자숙하고 여전히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될 엄중한 시기다. 그럼에도, 관광지인 태안 앞바다에서 고속단정을 타고 놀다 전복사고를 냈다니. 군 기강해이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군과 관련자들은 이번 사고가 그저 재수가 없어서 발생했고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군 간부도 휴일을 즐길 수 있다. 놀 수도 있다. 절차와 승인을 받아 군용 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휴일 날 가족과 자녀, 그리고 민간인 친구들을 동반하여 학교 동창이 근무하는 부대를 찾아가 군 장비를 유람용으로 이용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중하순에도 다국적 해군 연합기동훈련인 림팩(RIMPAC)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하와이에 파견중인 해군 간부들이 가족을 동반해 현지 관광을 다닌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기도 했지 않았는가. 그때에 벌써 국민들은 경고를 했다. 그런데도 간부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이런 사고를 냈으니 군 수뇌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왜 군은 스스로 믿음직한 군, 사랑받는 군이 되기를 포기하는가? 일선 전방부대의 생활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1000m가 넘는 고지에서 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후덥지근한 야간 경계에 독한 산모기와 싸우고 있다. 연료가 부족해 10리, 20리를 도보로 부식추진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휴일 날 쉬는 것 자체가 焉敢生心이다. 그런데 민간인과 가족을 불러 보트놀이라니...
지금 이 순간에도 땀방울을 훔치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대다수 장병들의 허탈한 심정을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일부 군장병과 한순간의 사고로 대다수 장병들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군 수뇌부는 이번 파렴치한 군 기강해이사고를 계기로 百尺竿頭에 선 자세로 임해야 한다. 놀고도 진급하는 자가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선후배 지역 연고를 고려해서 보직하고 그런 자를 진출하게 해서도 안 된다.
어느 부대 출신이라고 편애해서도 안 된다. 눈앞에서는 하는 채 하고 돌아서서 딴 짓거리 하는 자는 반드시 도태시켜야 한다. 평정 따로 진급 따로 하는 인사관리가 오늘의 이런 군을 만들었다. 사고는 사고 난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군은 이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군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오직 군 복무규율과 군법이 잣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군 기강을 다시 끌어 올려야 한다. 군 기강 확립은 지휘부를 교체하고 지시 공문을 내려 보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투준비태세 완비 또한,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피와 땀을 요구하고 있다.
각급 지휘관들은 부하관리에 좀더 고삐를 조아야 할 때이다. 푸른 제복의 군인은 개인이 아니다.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그 사명으로 하는 공인이다. 개인의 군대가 아닌 국민의 군대란 말이다.
군 장병 개개인은 말과 행동에 있어서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행동하고 말하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도랑물 전체를 흙탕물로 만들어 버리 듯’ 전체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군인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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