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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을 위협하는 농지규제 완화방안 철회하라
진보신당은 1일 논평에서 15년 전 수준으로 쌀값이 하락해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쌀 수급 대책’을 내놓았으나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다. 또한, 안정적으로 쌀값을 지지해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정책에 역행해 식량주권을 위협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쌀 수급대책’으로 연간 예상 수요량 426만톤 이상 전량 시장격리 05-08년산 구곡재고 50만톤 처분 11년도 벼 재배면적 4만ha 이상 감축 올 말까지 쌀산업 발전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대 473만톤 생산을 전망할 때 연간 예상 수요량 426만톤(공공비축 매입량 34만톤 제외하면 사실상 392만톤)을 제외한 47만톤을 농협중앙회 자금을 동원해 전량 시장에서 격리하고, 2005년산 11만톤과 06-08년산․수입쌀 중 39만톤은 가공용과 신소재용 등으로 처분하겠다는 방안이다.
또한, 4만ha씩 3년간 타 소득작목 재배로 전환해 연간 20만톤의 쌀 생산을 감축하고, ’15년까지 논 3만ha 매입․비축, 농지 48만ha에 택지․산업단지 등 지정시 농지전용 협의권한 시도지사에게 위임 방안을 담고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은 쌀 재고를 해소해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인 대북 인도적 쌀 지원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며,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재정을 투입하는 전향적인 쌀 소비대책을 담고 있지 못하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의 대북쌀 지원현황을 보면 국내산 쌀 155만톤, 외국산 쌀 65만톤 등 총 220만톤이 북한에 지원했다. 연평균 약 36만 7천톤이며, 국내산 쌀로 한정하면 연평균 25만8000톤씩 지원된 셈이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쌀 재고 증가가 쌀값 인하의 주요 원인이 됐다.
또한, UR협상과 쌀 재협상 결과 쌀 의무수입물량은 커지고 있다. 2004년 쌀 재협상 결과 쌀 의무수입량 2005년도 22만 5천톤에서 2014년 40만8천톤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밥쌀용 시판물량도 같은 기간 2만2천톤에서 12만 2천톤으로 빠르게 증가한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은 32만톤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북 인도적 쌀 지원대책이 빠진 쌀값 안정대책은 알맹이 없는 무성의한 대책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8톤 수준인 쌀 가루 소비를 내후년인 12년 까지 20만톤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대책이며, 지속적으로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 원료이용 생산촉진이나 쌀 가공산업 활성화 인센티브 정책은 번지수를 잘못찾은 대책이다.
단기적, 응급처방책이나 장기적 쌀 소비기반 유지대책으로는 공공부문이 주요한 쌀 소비처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쌀 생산량 감축을 위해 논을 다른 작목재배 농지로 전환하더라도 현실적인 농가소득보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3000평당 약 1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현실(1ha 5400㎏, 2008년8월 기준 1㎏ 2028원)에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3000평당 300만원을 받고 작목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대책의 더 심각한 문제점은 쌀 생산기반을 축소하기 위해 농지규제를 완화해 결과적으로 농지를 택지나 산업용지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올해도 경험하고 있는 국제 곡물수급의 불안정, 반복되는 에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식량자급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국가 주권의 문제이다.
실제 국제곡물시장의 가격상승이 국내 농식품 가격과 축산농가의 경영비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안이하게 바라보고 이런 농지규제 완화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은 심히 걱정스럽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사료용 소비를 포함해 27%수준으로 OECD국가들 중 최하위권이며, 쌀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콩 11%, 옥수수 0.8%, 밀 0.3%)은 절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쌀 생산기반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니다.
2007년「농업 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개정을 통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계획’으로 식량용 쌀과 맥류, 모든 곡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의 자급률을 설정하고 5년마다 개정하도록 했으나, 정부는 2007년 당시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2015년 25%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신당은 이 정부가 쌀값 폭락에 멍든 농민들의 마음을 정부가 헤아리고, 또 불안정한 국제곡물시장의 수급상황을 심각한 현실로 바라보길 바라며 다음과 같은 대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대북 인도적 50만톤 쌀지원 정책을 즉각 추진하라. 농식품부 장관이나 한나라당은 대북 쌀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로만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말라!
둘째, 저소득층에 대한 쌀 복지지원정책을 실시하라! 현재는 정부양곡 판매가격의 50%를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전액 지원으로 전환해서 실질적인 쌀 소비 확대를 실현하라! 미국은 1960년대부터 푸드스템프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부터 이를 대체한 영양보조프로그램 제도를 실시하는 등 농무부 예산의 40% 이상을 식품보조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셋째, 저개발국 국제무상원조에 쌀 50만톤을 지원하라! 이명박 정부는 이번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의제로 개발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원조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으며, 이러한 역지사지의 경험을 살려 G20에서 중간자적 입장에서 개발 이슈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넷째, 정부는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 생산가격 21만원(80㎏)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농민들과 머리 맞대고 논의하라!
다섯째,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치 40% 법제화를 추진하라!
진보신당은 정부가 조속히 이를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쌀값 폭락 현실을 극복하고 농업․농촌의 지속적 유지․발전 그리고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농민단체 및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할 것이며,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정책적 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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