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현오
이 대통령 안보는 평화의 씨줄과 날줄이며, 군은 안보의 주춧돌
1950년 9월15일 00:00, 인천 앞 팔미도 등대. KLO(캘로부대) 최규봉 부대장의 긴장된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빛을 발하며 어둠이 긷든 인천 월미도 앞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미 "9.15일 00시에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히고 성조기를 게양하라"는 임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 인천상륙작전 제60주년인 15일 오전 월미도 앞 해상 현지에서 펼쳐진 전승60주년 기념식과 재연행사에서 함포사격 및 연막을 펼치고 있는 아군 고속 단정. ⓒkonas.net | | 이윽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등대가 점등된 것이다. 이어 월미도 앞 해상에는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할 가공할 만한 함정들의 발진이 시작되고 인천을 포함해 한반도 전역을 석권하다시피 한 북한군과 이미 적지로 변한 월미도 지역에는 천지를 뒤흔들 듯한 가공스런 함포 및 대공폭격이 개시되고, 이어 261척의 함정이 영종도 왼쪽의 출입수로를 통해 한미 해병대와 유엔 연합부대가 함께 상륙을 위한 대 이동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 북한군의 완강한 방어벽을 무너뜨리고 녹색해안으로 상륙하는 한.미해병대원. 이 날 재연행사에는 한.미 각 100명의 해병대원들이 상륙작전에 참가했다. ⓒkonas.net | |
2차 세계대전 종전의 한 중심에 선 군인이자 6·25한국전쟁의 영웅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에 의한 인천상륙작전이 개시된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를 놀라게 한 20세기 최고 최대를 자랑하는 전사에 길이 빛나는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
기로에 놓인 한반도의 전세를 일거에 역전시키고 이어 수도 서울 탈환과 북진으로 연결시키면서 벼랑 끝에 놓인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인천상륙작전이 60년 전 당시 그 자리 그 위치에서 재연됐다. 실로 60년만이다.
제 60주년을 맞는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 및 재연행사가 이루어진 15일 오전 11시경 월미도 앞은 바람 한점 없을 정도로 잔잔한 가운데 해상에는 동양 최대의 상륙함인 독도함을 비롯해 최신예 구축함인 이순신함, 그리고 미 해군 상륙함 덴버함과 우리 해군 호위함, 미 해군 소해함, 호주 해군 등 12척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날 재연행사는 최규봉 KLO 부대장의 지휘에 따라 팔미도 등대 점화를 연상케 하는 축포 퍼포먼스로부터 아군 전투부대가 상륙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사전 고무보트로 투입된 해병대 선견부대 침투요원들의 은밀 침투가 시작되면서 해상과 공중 등 입체작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아군의 은밀 및 대규모 사격이 진행되면서 월미도에는 전역을 진동하는 폭발음이 수중에서 터져 나왔다. 적이 해상과 해안에 설치한 장애물과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수색대원들이 설치한 폭약이 폭발한 것이다. 30여 미터 이상 솟구치는 물기둥이 위력과 더불어 장관을 연출했다.
이어 LSF와 LCAC 공기부양형 고속상륙정에 완전무장한 한미 해병 상류부대원들이 탑승한 가운데 해상돌격 1파 돌격이 개시됐다. 해상돌격은 함정에서 발사한 아군위치 식별을 불가하게 하는 연막차단과 동시에 4파 돌격까지 계속해서 진행됐다. 헬기에 의한 강하작전도 동시에 이뤄졌다.
그리고 한미 해병대 각 100씩에 의한 월미도 녹색해안으로의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는 성공리에 완료됐다.
이 날 해군과 해병대, 인천광역시가 주관한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가 인천상륙작전 개시일인 15일 10시 월미도 녹색해안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패트릭 월쉬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을 비롯한 8개국 6·25참전국 참전용사,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 송영길 인천시장 등 인천 상륙작전 참전용사와 국내외 인사, 시민 2천여명이 참석했다.
▲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전문을 낭독하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konas.net | |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대독한 축하전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생명을 바친 UN군 참전용사와 국내외 한국군 참전용사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전투"라면서 "한국군과 UN군은 과감한 결단과 용기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6.25전쟁 승리의 전기를 마련하고 나아가 목숨으로 자유세계를 지키겠다는 인류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국군장병에게는 평화가 넘치는 한반도는 한민족 모두의 꿈"이라고 전제한 뒤 "안보는 평화의 씨줄과 날줄이며, 군은 안보의 주춧돌"이라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우리 국민은 군을 신뢰하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선진 강군을 이루어 통일 대한민국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달라"고 덧붙였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인천이 끼고 있는 서해바다를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60년 전 민주주의의 교두보가 됐던 인천이 이제는 남북화해협력의 전진기지로서 전쟁의 긴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서해바다를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해주, 개성, 인천을 잇는 산업클러스터를 홍콩, 심천, 광동의 3각 협력체제로 동북아에 재현시켜 남북경제협력의 중심무대가 되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안보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도 155마일 휴전선과 인천 앞마당 서해 NLL해역에서는 남과 북의 군대와 무기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며 "60년 전 월미도 앞 바다에서의 위대한 투혼과 숭고한 희생들을 헛되이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튼튼한 국방력만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 화해와 협력, 나아가서는 통일과 번영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모두가 안보의식을 드높이고 정신무장을 다잡고 안보태세를 굳건히 다져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의 포성이 울리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축사하고 있다. ⓒkonas.net | |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의 도발에 양국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굳건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도발에도 억제하고 필요시 북한군의 공격을 격퇴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샤프 사령관은 특히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경계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 도발의 즉각 중단과 비핵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주최하고 해군본부 및 인천시 주관으로 열린 이번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는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해 국민 안보의식을 고취하고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명예 선양 및 참전국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한편 1950년 9월15일 치러진 인천상륙작전의 정식 작전명은 '크로마이트 작전'으로 261척의 함정과 7만5000명의 병력이 투입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이다.
▲ 상륙작전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전개하고 있는 해병대. ⓒkonas.net | |
상륙작전은 제1단계로 9월 15일 오전 6시 한·미 해병대가 월미도(녹색해안)에 상륙하기 시작하여 작전개시 2시간만에 점령을 끝냈다.
2단계로 한국 해병 4개 대대, 미국 제7보병사단, 제1해병사단은 전격공격을 감행하여 인천을 점령하고 김포비행장과 수원을 확보함으로써 인천반도를 완전히 수중에 넣었다.
▲ 세기의 작전'인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완료 보고를 받으러 들어서고 있는 맥아더 장군. 특유의 파이프를 문 모습이 인상적이다. ⓒkonas.net | | 다음은 이 날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대독한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전문 내용이다.(konas)
이명박 대통령 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6.25 참전용사와 재일학도의용군, 그리고 국군장병 여러분!
오늘은 위대한 인천상륙작전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그 날의 용사들께 깊이 머리 숙입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오신 UN군 참전용사와 국내외 한국군 참전용사 여러분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라모스 필리핀 전 대통령, UN 참전국 군 지휘관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60년 전 오늘 이곳 월미도 앞 바다에서는 세계 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전투가 펼쳐졌습니다. 한국군과 UN군은 과감한 결단과 용기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6.25전쟁 승리의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나아가 목숨으로 자유세계를 지키겠다는 인류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인천은 상륙작전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모든 악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이 요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조수는 빠르고 간만의 차가 심했습니다. 항구는 좁고 암초가 많았습니다. 바다 밑에는 기뢰도 있었습니다. 월미도에 쌓은 적의 진지는 견고했습니다.
적(敵)조차 불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맥아더 장군은 바로 여기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용기와 의지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믿었습니다. 맥아더 장군과 그의 용사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한국군과 UN군 장병은 불같은 투혼으로 인천을 돌파하고, 서울을 넘어 압록강까지 전진했습니다.
'세기의 도박’이라 불리던 인천상륙작전은 20세기 전사(戰史)에서 길이 빛나는‘세기의 성공적 파노라마’가 되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전후‘기적의 역사’를 써나가는 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6.25전쟁의 승리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결단과 용기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와 절망을 극복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자유세계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잘 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과거를 항상 되새기고 그 뜻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한 디딤돌입니다. 역사는 미래의 밑거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60년 전 인천상륙작전이 재연되어 그 날의 가슴 벅찬 승리가 이곳의 바다와 땅, 그리고 하늘에 펼쳐질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위대한 역사의 한 장이 되새겨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6.25전쟁과 상륙작전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을 기리고 자유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곳 인천 상륙작전의 현장이 우리의 후세들에게 애국의 귀감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군 장병 여러분!
평화가 넘치는 한반도는 한민족 모두의 꿈입니다. 안보는 평화의 씨줄과 날줄입니다. 군은 안보의 주춧돌입니다. 우리 국민은 군을 신뢰하며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선진 강군을 이루어 통일 대한민국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십시오.
끝으로 성공적인 행사를 위하여 협조해 주신 인천시와 인천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번영과 자유,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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