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에서 또다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5일 오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가 전날 오후 10시 작업을 마치고 집에서 잠을 자던 중 숨을 거뒀다.
민주노동당은 27일 논평에서 28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씨는 지난 5월 한국타이어 협력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입사, 대전공장에서 대형 타이어의 표면을 다듬는 일을 맡아왔다고 한다.
때문에 솔벤트를 많이 취급하는 작업공정의 특성상 직무연관성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타이어측은 "근무시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도록 하고 있고, 짧은 근무기한 등으로 볼 때 직무연관성으로 사망했을 개연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그간 한국타이어가 보여온 행태를 생각하면, 이러한 설명은 수긍키 어렵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건은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9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 집단돌연사 논란이 제기된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작업장의 고무 분진과 솔벤트는 각종 중독을 일으키고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존 노동자들 역시 유기용제 중독 등 비슷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으니 유해 작업장의 문제가 심각함은 자명하다.
한국타이어는 개인적 질병’을 운운하고 있다. 진상조사와 보상, 사과는커녕 10년이 넘도록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어찌 한국타이어의 설명을 믿을 수 있겠는가.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정부 역시 한국타이어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 2007년 노동부가 국민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한 역학조사에서도, 한국타이어에 조사에 대비할 시간을 주거나 엉터리 측정을 하는 등 사측을 두둔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면, 정부가 개입해 근로자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10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숨을 거둔 초유의 사태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측과 강 건너 불구경인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간접 살인이다.
한국타이어가 대통령 친인척 회사임을 재삼 강조하지는 않겠다. 다만, 사위가 부사장으로 있는 회사라 해서 봐주기, 눈치 보기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대로 두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또다시 노동자 사망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진상규명과 즉각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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