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헌재)가 2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및 제한 처분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정신저력 저하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해치는 범위의 도서에 한해 소지를 금하도록 한 것은 합헌이라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29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죽었다.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오히려 헌법을 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간 국방부는 법무관들이 7명이 제기한 불온도서 지정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그 합당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군이 말하는 특수성이라는 것은 결국 군 장병이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헌법이 금지한 검열이라 할 수 있는 불온도서 지정을 해도 된다는 극히 그릇된 신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헌재는 불온도서 지정에 합헌결정을 내려, ‘군인은 인권이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그대로 용인해 주고 말았으며, 결국 헌법상 기본권의 근간을 그대로 흔들어 버렸다.
무엇보다 2008년 당시 국방부가 불온도서라고 지정했던 도서들은, 한국이 자랑하는 경제학자 중 하나인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을 비롯해,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MIT 교수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산문집<우리들의 산문집>, 소설사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정부와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에서 우수, 추천도서를 지정된 바 있는 서적들이다.
국방부가 이런 도서들이 불온도서라고 지정하는 바람에 국민적 비웃음을 산 것을 헌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현재가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스스로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임을 자인한 꼴이 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은 헌법과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국민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불온도서 지정에 대해 내린 합헌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 헌재가 이런 식이라면 헌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 헌재에게 강력히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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