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은 북한 핵무장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러 정황 증거로 볼 때, 북한의 핵 보유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북한 핵무장은 남북 군사균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그 거대한 폭발력으로 인해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핵공격에 대한 방어가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남한은 핵무기가 없으므로, 남북 전력(戰力) 상의 비대칭 불균형 상황이 현실화되었다. 기존의 방위 체계 내지 군사안보 전략의 근본적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대남 군사전략은 초전 기습공격으로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고, 기계화 및 자주화된 기동부대로 속전속결을 기도하여 정규전 및 비정규전의 배합으로 동시 전장화하면서, 미 증원군 도착 이전에 남한을 석권한다는 소위 ‘단기 속결속전’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며칠 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100만 명의 특수부대를 양성하고 있다고 증언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 군사전략에 대해 종전의 한·미 연합군의 대응전략은 DMZ이 서울 북방 불과 40-50km에 불과한 점을 고려, 전방에 대규모 지상군을 배치함으로써 북한군의 ‘집중공격’에 대해 대규모 ‘집중방어’로 대응하여 북한군의 수적 우세를 불허하고, 증원군 도착시까지 최전선에서 공격을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전의 방위전략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이제 무의미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 계획인 ‘작계 5027’은 기본적으로 재래식 전력을 중심으로 한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다.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또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문제도 최근 큰 논란을 빚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계획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핵무기는 기존의 재래식 전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킨다. 전문가들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20Kt의 핵무기의 절반 규모로 전방을 공격할 경우 한국군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고 전망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우리군은 개전 초 궤멸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현재 개발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진 소형 핵탄두가 실전 배치되어 휴전선 북방의 장사정포에 탑재될 경우,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위치 파악이 어려워 사실상 대응책이 난감한 상황이다. 설사 재래식 전력에 우위가 있더라도 주요 대도시에 핵무기를 폭발시키면 전쟁의 지속 수행이 불가능하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현실화하면 군사적으로 남한은 북한의 인질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SCM(한미안보연례협의회)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된 억지(extended deterrence)”가 합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이양이 이미 명시합의되고 미국의 PSI참가 요청에 대해 한국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실천 여부와 제반 안보 공약이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현역 공군사관학교 교수가 북한 핵무장 이후 한국식 ‘선제공격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권재상(대령)·박봉규(중령)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제9회 공군력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핵무장 이후, 北이 재래전을 도발할 경우 즉각 반격해 격퇴하고 북한 정권을 제거한다는 우리 군의 군사전략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남한의 선제공격을 배제한 ‘선수후공(先守後功)’ 중심의 방위전략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무기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핵무기 사용 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차(타임래그)를 활용해 강력한 공군력으로 핵무기를 미리 제압하는” 선제공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해도 “평화”만을 부르짖고 있는 노 정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북핵 이후 한국의 방위전략과 체계의 재정비와 재수립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