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正道)와 원칙(原則)이 사라지고 사실왜곡과 거짓선동을 일삼는 세력이 힘을 얻어가는 판국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중국 당국이 노르웨이 오슬로 주재 대사관을 통해 각국 사절에 서한을 보내 오는 12월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부당한 행동이다.
더욱이 류샤오보(劉曉波.55)의 노벨평화상 수상(受賞)에 대해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를 지원하는 국가에는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내정간섭(內政干涉)’에 해당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다.
이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참석을 결정했고 러시아 쿠바 모로코 등은 불참을 통보했으며, 한국정부는 고심 끝에 참석여부 통보 시한인 15일을 4일이나 넘긴 19일에야 참석을 결정하였으나, 참석 사실을 공식발표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점차 ‘패권(覇權)’ 지향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나, 최근 그 경향이 너무 노골화함에 따라 경계를 요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에 대한 세력 팽창과 대한민국에 대한 압박정책은 BC(천안함 이전, Before Chonanham)와 AC(천안함 이후, After Chonanham)가 확연히 구분되는 가운데 이제 ‘모욕적 굴종’이냐 ‘정당한 저항’이냐의 분기점(分岐點)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韓中 경제관계가 심화되고 있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하나,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인 韓美동맹을 감안할 때 안보적(安保的) 고려를 우선삼아야 한다. 그러므로 노벨상 시상식 불참 요구와 같은 부당한 압력에 대해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 입장을 과감히 따르는 것이 正道요 장기적으로 국익을 확보하는 길이다.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의 한국 국호 오기(誤記) 문제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김성만 前 해군작전사령관 분석에 따르면(KONAS, 11.20), 중국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영문국호를 ‘R.O.KOREA’로 사용한 것은 고의성(故意性이 매우 높다.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정식 영문국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등록된 ‘KOREA’(공식 약자는 ‘KOR’)임을 중국 당국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회 前 자료에는 모두 KOREA로 표기하고는 개막식 때 R.O.KOREA로 바꾸는 교묘함도 보였다. 북한의 ‘DPR KOREA’ 표기와 균형을 갖춰 남북한 등가(等價) 대우를 도모하면서 더 나아가 남북 국호 병행표기를 통해 남북 분단을 표면화하고 통일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저의(底意)로 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개막식에서 국호가 잘못 표기된 피켓을 들고 선수단이 입장한 지 3일이 지난 15일에야 수정을 요구한 것은 문책(問責) 감이다. 국체와 국가정체성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리 현실이 이렇기에 중국이 한국을 얕잡아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中道) 코드와 집권여당의 그 무슨 ‘중도개혁 보수’ 타령으로 국가와 사회 全 시스템이 중심을 잃고 무력화되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내 反정부세력의 ‘총궐기’에 따른 내분(內紛)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지나친 중국 눈치 보기가 ‘국호(國號) 오기(誤記)’와 같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천안함 이후 美 항모가 참가하는 서해 훈련을 아직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치명적 과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한국 능멸(凌蔑)’을 우리가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와 수출 증가 등의 지속적인 경제호황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장래가 암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렇게 국내 정치상황이 원칙과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치관이 극심하게 혼돈돼 국민들이 ‘갈길 몰라’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정도(正道)와 원칙(原則)이 사라지고 사실왜곡과 거짓선동을 일삼는 세력이 힘을 얻어가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對中 의존도를 높이면서 3대 후계체제 정착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며, 영변에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수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수로 건설이 북한의 핵무장을 가속화시킬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미 개발된 핵무기의 실전배치 가능성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대내외 정세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단결하여 불안한 앞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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