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민환경연구소(소장 장재연)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강기갑 의원실의 의뢰를 받아 해양수산부 및 농림부와 산하기관이 발주한 연구용역 실태를 분석한 결과, 높은 수의계약 의존도, 법정 입찰공지기간의 위반, 유사연구의 중복발주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입찰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기관이 연구용역을 수주하는가 하면,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 환경대책실무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민간위원이 관련부처로부터 새만금 수질예측모델연구 용역을 수주하는 등 공정성이 의심될만한 사례도 확인됐다.
높은 수의계약 의존도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해수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총 662건(약 1980억 원) 중에서 83.8%에 해당하는 555건(약 1820억 원)이 수의계약이었으며, 농림부는 총 951건(약 4500억 원) 중 75.4%인 717건(약 4200억 원)을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했다. 수의계약 사유로는 계속사업’이거나 ‘전문성을 요하는 사업’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특정 연구기관이 뛰어난 연구능력을 지녔다면 자유로운 공개경쟁을 통해서도 선정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전문성’은 과도한 수의계약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입찰 공지기간 위반
자유경쟁 방식으로 공모된 연구과제 중에서 해수부 8건(8%)과 농림부 45건(19.2%)은 법적 최소공지기간인 10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지기간 10일은 다양한 연구기관들의 입찰 참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를 어긴 것은 특정 연구기관을 염두에 둔 ‘맞춤형’ 연구용역 입찰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유사연구의 중복발주 및 재발주
한국농촌공사(농어촌연구원)와 농림부가 2004년과 2005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수의계약 형태로 발주한 ‘지역농업클러스터육성방안’ 연구와 ‘지역농업클러스터발전방안’ 연구는 유사연구의 중복발주사례이다. 또한 농림부는 2003년 177백만 원 규모의 ‘조건 불리지역 발전전략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농어촌연구원에 발주하였는데, 농어촌연구원은 세부과제를 외부참여연구원들에게 52.9백만 원의 금액을 발주형태로 지급하기도 하였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사례
공정성은 연구용역 발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농림부의 경우 공정성이 훼손된 흔적도 발견되었다. 그 예로는 먼저 자유경쟁 방식의 공모에 있어서 총점 및 가격?기술점수에서 모두 낮게 평가된 기관이 오히려 연구용역을 수주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새만금간척사업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위원들 중 일부가 새만금 수질문제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구용역 수주 시기는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 활동기간과 일치한다.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일부가 새만금사업의 주체인 한국농촌공사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했다면, <새만금 환경대책위원회>의 공정성은 물론 농림부 연구용역 발주의 객관성도 의심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이들이 수주한 연구가 새만금 수질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질 개선대책 연루자가 스스로 대책의 적합성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
연구용역 심의위원회의 철저한 운영과 사전예고제 도입 필요
이처럼 과도한 수의계약, 입찰공고기간 위반, 유사연구 중복발주 등의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은 그동안 농림부와 해양수산부가 발주하는 정책연구과제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심의할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국무총리 훈령으로 정책연구과제에 대해서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5년 환경부 국감에서 지적되었듯이 심의위원회가 있더라도 심의를 받지 않고 용역을 발주하는 사례도 있어 심의위원회의 철저한 운영과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정부 직속기관에 속하지 않는 한국농촌공사, 컨테이너부두공단, 농협 등 산하조직은 2006년부터 실시되는 국무총리 훈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별도의 기구를 통해 이들 기관에서도 연구용역을 외부에 발주하기 전에 심의할 필요가 있다. 2005년부터 10억 원 미만의 연구과제는 입찰 공고기간이 7일로 단축되었는바, 공정한 경쟁 입찰을 위해서는 환경부처럼 사전예고제를 통해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어 다양한 기관에서 응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