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나홀로 선거운동’ 외롭지만 싹싹한 노련미로 시민에 다가가 감기몸살 걸린 유시민 당대표 헌신지원 속 이봉수, 인지도 낮아 고전

4.27재보궐선거를 6일 앞둔 21일 <뉴스파인더>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인 경남 김해을 지역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38.1%의 지지율로 42.0%를 얻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바짝 추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둘 사이 지지율 차가 최대 20%p까지 났던 점을 감안하면, 김 후보가 16%p나 따라잡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후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김 후보는 주부와 노인층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경남에서 재선 도지사를 지낸 탓인지 몰라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대단했고, 훤칠한 키와 외모로 호감도도 높았다.
선거운동원 없이 ‘나홀로’ 행보 중인 그는 외로워 보였지만 노련했다. 시민들에 살갑게 다가가는 승부수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반면 이 후보는 대중과 교감하는 능력에선 한 수 아래였다. 낮은 인지도 때문인지 시민들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유시민 당대표가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비교가 되는 탓에 “유시민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하지만 야4당의 단일후보라는 점에선 호감을 끌고 있었다. 이 후보를 알아보지 못했던 이들도 “야4당 단일후보 참여당에 이봉수입니다”라는 말에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핵심 선거전략은 투표독려 올인 전략을 구사했다. 투표율이 승부를 가른다고 본 것이다.
김태호 “노(盧)풍은 없다”
푸른색 점퍼 차림으로 장유면 교차로에서 출근길 시민들에 인사를 하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표정은 상당히 고무돼 보였다. 김 후보는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출근하던 이들도 잠시 차를 세워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길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화이팅”을 외치고 가기도 했다.
당의 지원도 뿌리치고 ‘나홀로 행보’를 이어가는 그는 “이제 시민들이 마음을 조금씩 열어 주고 계신 것 같다”고 했다. 2시간여 뒤. 인근의 한 휘트니스 센터로 이동했다.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40대 주부들이 가장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김 후보는 큰 목소리로 “반갑습니다. 김태호 인사드립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더니 러닝머신을 뛰고 있는 이들 옆에서 함께 뛰며 “열심히 하겠다. 도와 달라”고 했다. 인사를 받은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다. 활짝 웃으며 “(당선) 되실 거다. 열심히 하시라”고 화답했다.
에어로빅에 한창이던 30여 명의 주부들도 고개를 돌려 김 후보를 알아보고는 “와~” 함성을 질러대며 기호 1번 김태호를 외쳤다. 김 후보는 “건강 미녀들을 만나니 무척 반갑다. 장유면에 문화적 시설을 확충해 이런 아름다운 미녀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하겠다”며 센스 있게 응했다.
센터를 나오면서 기자는 “노(盧)풍을 얼마나 체감하냐”고 김 후보에 물었다. 하지만 그는 “노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해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인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상대인 이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도전, 지역에 기대지 않는 정치, 서민들을 위한 살맛나는 정신, 이런 가치는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내가 오버하는지 몰라도 노풍에 기대는 것 자체를 시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드는 데에도 당의 지원을 거부하고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선 “반성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저 자신이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통해 실망을 드렸고, 걱정을 끼쳐드렸다. 반성도 하고 이해도 구하기 위해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는 진영읍으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불과 2k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반감 같은 건 없었다. 진영성당복지관에 먼저 들어섰다. 어르신들과 마주한 김 후보는 역시 “태호 왔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더니 넙죽 큰절을 올렸다. 넉살좋게 한 노인과 음악에 맞춰 브루스도 췄다.
노인들은 “꼭 아들같다”며 좋아했다. “(총리 낙마로) 그간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거듭된 김 후보의 사과에는 “괜찮아. 사람이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는 거야. 앞으로 잘해”라는 격려가 쏟아졌다. 회관을 나서면서 뒤따르던 기자를 돌아보던 그는 “혼자라 외로웠는데 이렇게 기자님과 같이 다니니까 좋다”며 활짝 웃기도 했다.
이후엔 인근 교회와 아파트를 돌며 유세를 이어갔다.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 명의 유권자라도 놓칠세라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십시오. 잘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얼른 뛰어가 악수를 건네는 그다.
그는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이곳 진영을 전략적으로 파고들며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봉수 “서민들의 가슴 속엔 노무현 향수 남아”
같은 날 오전 6시 30분. 이른 시각이지만 창원터널을 지나는 출근차량이 적잖이 밀려 있었다.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운동원과 민주당 관계자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창원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비록 지나가는 차량에 인사를 하는 게 전부였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선거운동의 요충지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 후보는 연신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는 조심스럽게 곁으로 다가가 분위기를 물었다. 그러나 “저쪽으로 좀 올라가 계시라”는 핀잔을 듣고 잠시 물러섰다. “표정이 딱딱하니 좀 웃어 보시라”는 사진기자의 주문에도 그는 “바쁘니까 저리 비켜달라”고 했다. 선거운동에 방해가 됐던 모양이다.
잠시 후 다시 이 후보 곁에서 “여론조사에서 김태호 후보가 많이 따라왔다”고 조그맣게 말을 붙였다. 그제 서야 입이 열렸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답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임하겠다고 한다.
노풍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엔 뿌듯한 표정으로 “시민들의 가슴 속엔 애정이 많이 남아 있다. 향수가 있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이 노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덕을 보고 있음을 밝혔다.
앞으로 추세와 관련해선 낙관적이었다. 그는 “김태호 후보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서 민주당이 결집하는 것도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노총이 나를 지지했는데, 이처럼 진보개혁 진영에서도 자발적으로 단일후보인 나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1시간 10분여가 지나자 낯익은 사람 한 명이 더 등장했다. 이 후보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참여당 유시민 대표였다. 당초 일찍이 나올 계획이었으나 심한 감기에 걸려 늦었다고 한다. 릴레이 지원유세 때문에 얼굴도 초췌해 보였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선거운동만은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목에 피켓부터 걸었다. ‘투표 안 해주시면 집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민들의 호응도 한껏 달아올랐다. ‘빵빵빵 빵빵’ 경적을 울리며 유 대표의 인사에 응하는가 하면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들도 보였다. 유 대표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뒤 그가 기자 곁으로 다가왔다. 기침을 몇 번 하던 그는 힘들게 목소리를 내어 말을 걸었다. “여기 출근 차량의 절반이 김해시민이고, 4대 중 1대는 김해을 시민으로 보고 있다”며 이곳에서 유세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해줬다.
여기 차가 굉장히 막히는데, 평일에 투표를 많이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유 대표는 “그래서 회사들이 아침에 (직원들을) 좀 늦게 출근하게 해서 출근 전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좁아지는 길목도 있고 해서 자칫 접촉사고라도 발생한다면 투표를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현재 판세는 ‘박빙’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상승세에 대한 평가를 묻자 “별 거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 조직이 많이 도와주고 잘 움직이고 활동하고 있다. 이만하면 웬만큼 잘 되어간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투표 안 해주시면 진다고 선거 막바지 슬로건으로 걸고 있다”면서 “이미 유권자들의 마음은 정해져 있다. 다만 투표를 하러 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가 인물론에선 좀 앞서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지적에는 “김태호의 인물론은 허구다. 이봉수 후보는 3~4차례 이곳에서 출마하면서 절망하지 않고 소, 돼지 키워가며 열심히 소신지켜 온 사람”이라며 “생긴 것 빼고는 이 후보가 다 낫지 않냐”며 활짝 웃었다.
유 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 후보는 어느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노조원 사무실과 민간 기업 등지를 돌던 그는 오후 3시가 조금 못 된 시간 사찰 ‘불지사’를 찾았다. 간간히 오가는 불자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어색했다. 높은 지지도와는 달리 그의 자세는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지지도와는 다르게 인지도가 낮은 탓인지 상당 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면서 다소 주눅든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찰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찾아와 “여기다 차를 대놓으면 길이 막힌다. 빼 달라”고 요구, 황급히 차를 빼고 자리를 떴다. 적지에서나 나올법한 풍경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유시민만 보이고 이봉수는 안 보인다. 지금 김해에선 다 그렇게 얘기한다”며 혀를 찼다.
다음 방문지는 장유면 율하 신도시. 이 후보는 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선 뒤 ‘어르신 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할린동포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야4당 단일후보 이봉수다”라고 소개했다. 비로소 썰렁했던 사찰에서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어르신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열심히 하라”며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한층 밝아진 모습의 이 후보는 “이번에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말씀 잘 듣고 심부름 잘하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제야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아 보였다.
쉼터를 나오면서는 김태호 후보와 마주쳤다. 둘은 악수를 나누며 “감사하다” “수고하시라”며 서로를 격려했지만 만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각자의 갈 길을 찾아 나섰다.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서다.
참여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사람을 대하는 요령이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좋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투표율 제고를 최대 목표로 삼아 다수가 모이는 자리를 위주로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유 대표의 게릴라 유세도 선거 막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김해시민, 엇갈린 평가 속 ‘부동층’ 표심이 관건
김태호, 이봉수 두 후보를 바라보는 김해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이었다. 지역별, 연령별로 평가가 다른 가운데 ‘부동층’의 표심이 투표당일 어디로 향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 캠프가 자리한 장유면. 인구 12만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면이다. 한 식당에 들어섰다. 50대 중반의 식당주인에게 현재 선거 분위기를 넌지시 물었다. 식당 주인은 “오늘 아침에도 목욕탕에서 선거 얘기를 한바탕 하고 왔다”면서 “마음속으로는 다들 결정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누가 우세해 보이냐’는 질문에는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면 여당인 김태호를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결론적으론 이봉수를 찍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유를 묻자 “사실 이봉수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그래도 야당 넷이 모여 후보단일화를 했으니 이 후보를 뽑자는 의견들”이라며 노풍이 불고 있음을 전했다.
맞은편 편의점으로 들어갔더니 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청년이 손님들이 산 물건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는 현 정부여당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물건을 고르는 척 하며 선거 분위기를 살짝 묻자 그의 표정이 상기됐다. “이 정부 들어 실질적인 실업자 수가 사상 최대라고 한다. 취업도 안 되고 저도 보다시피 취업이 힘들어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저 뿐 아니라 20대들은 물어보나마나 다들 한나라당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른 당도 싫지만 한나라당이 더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반면 다소 높은 연령층에선 여전히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길에서 만난 한 남성은 “나는 68세 최봉필”이라고 당당하게 이름을 밝히며 “김태호가 한 번 낙마는 했지만, 다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후보가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건을 상기시키며 “누구든지 한 번 실수는 하는 것 아니냐. 용서하고 뽑아줘야지. 그래도 김태호가 일은 잘한다”고 추켜세웠다.
진영면으로 이동해 만난 한 중년의 택시기사도 “난 이봉수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유시민은 안다. 그런데 유시민은 별로”라며 “난 한나라당 찍을 것이다. 아무리 욕해도 한나라당이 해야 뭐가 (지역사업이) 되도 되는 것 아니냐”며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40대 한 주부는 “선거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누구를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한 명은 “몰라요. 누가 되든 되지 않겠냐”며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지역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간에 만난 한 시의원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의중을 떠 보면 의견이 반반”이라며 “결국 부동층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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