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진보신당은 6일 논평에서 사건 자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고려대 측의 안이한 대응이다. 이미 피해자가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마친 상황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강의실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고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분리라는 성폭력 사건 해결의 기본적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명백한 2차 가해이며, 고려대는 2차 가해자가 됐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이 이 정도니, 학교 측의 안이한 대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짐작만 해도 끔찍하다. 2차 가해에 대한 고려대 의대 측의 반응은 더욱 어이가 없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란다. 경찰 조사 결과 형사처벌이 진행될 때까지 시간동안 2차 가해가 계속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학내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받고도 무슨 조치를 취했기에 태연히도 의과대학 측에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답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양성평등센터가 신고접수 이후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는 뒤로 하고 팔짱끼고 경찰 조사 결과만 기다리겠다는 고려대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고려대는 양성평등센터의 직무유기인지, 의과대학의 자의적 판단인지 가려내 엄격하게 조치해야 한다.
또한 고려대는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반성폭력 학칙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및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들의 출교 징계를 원하는 네티즌의 요구가 과도한 것이 아님은 고려대 학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덧붙여 가해자에 대한 네티즌의 소위 신상 털기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가해자들의 죄질의 무거움을 생각했을 때, 네티즌의 움직임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 공개를 원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가해자의 신원이 드러날수록 피해자 보호 또한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만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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