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장청수
6·25 기념비 하나 없는 서울거리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을 기억하는 동상 하나 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반성해야...
장청수(한국정책개발원장) 6월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특히 올해는 6·25전쟁 도발 61주년을 맞고 있어 전쟁의 아픈 기억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보듯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은 호국보훈의 달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호국보훈은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책무이며 도리다. 그러나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되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현충일에 조기를 게양하고 추모 사이렌에 묵념이나 하는 도식적 연례행사조차 국민생활 속에서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호국선열들의 고마움을 경험하지 못한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이 보훈에 대한 관심이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은 걱정이다. 물론 젊은 세대들의 안보불감증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안보와 보훈에 대한 참뜻을 되새길 수 있는 것으로부터 거의 단절된 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지난해 북한의 두 번에 걸친 군사도발 이후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엄밀하게 볼 때 아직도 민족 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경제적 풍요와 평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호국영령들의 값진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되며 망각할 수도 없는 역사적 교훈이다.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호국영령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우리네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오늘날 호국영령들에 대한 숭배는 세계적 추세며 국민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돼 있다.
국가와 안보, 전쟁과 영웅문제는 유럽 어디서나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 나라와 겨레를 지키다 희생된 이들의 동상은 크고 작은 도시의 광장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무명용사 기념비와 전쟁기념관이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에도 그 학교 출신으로 국가를 위해 전사한 참전용사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6·25 기념비 하나 없는 서울거리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을 기억하는 동상 하나 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제56주년 현충일을 맞으면서 조용히 음미해야 할 것은 조국을 지켜 온 수많은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살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가 소원하는 평화통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흔적이 거의 사려져 버린 6월, 그래도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려야 한다.(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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