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몰락, 친박 득세 분석 속 홍준표, 이재오 행보 주목
(뉴스파인더)집권여당의 권력 중심이 7.4전당대회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에서 박근혜 전 대표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권 출범 3년 반 만이다.
비주류였던 홍준표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친박(박근혜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2위로 지도부에 들어선 것은 사실상 친이(이명박계)의 몰락, 친박의 새로운 득세를 의미한다.
홍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보완재’ 역할을 자처하며 “박근혜 전 대표를 야당의 공세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친박의 표심을 흔들었다.
결과적으로도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높은 대구.경북 등 영남권의 투표율이 높았고, 여기서 유 최고위원 뿐 아니라 홍 대표도 친박의 몰표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남경필 최고위원은 “힘의 균형이 이제 친이에서 친박으로,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재원 전 의원도 “친이의 몰락, 친박의 당 접수 형태를 띈 홍준표 체제”라고 했고, 고성국 박사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봤다.
친이계가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당 대표 경선에서도 결집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로 들어선 것과 맞물린다.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충성도와 응집력이 약해진 탓이다.
왕의 남자’로 불리던 이재오계는 힘을 바랬고, ‘큰 형님’ 이상득 의원 역시 뒤로 물러선 채 방관자가 되면서 친이계도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는 이들이 늘었다. 범친이계는 흩어진 지 오래다.
친이계인 전여옥 의원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가슴 아픈 전대였다”는 표현까지 썼다. 정당정치의 한계에 대한 개탄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청 관계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 남은 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친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와 다소 가까워진 홍 대표부터가 ‘MB 노믹스’에 제동을 걸고 있는데다 더욱 강화된 친서민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당을 장악한 친박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 때문이다.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의 구상이 집권여당의 중심정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홍 대표도 이에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당청 간에 엇박자를 내지 않으려면 청와대가 더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홍 대표의 스탠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내가 아는 홍준표는 특정인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선을 그을 때가 올 것”이라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간 “당정청이 하나된 입장을 국민 앞에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해 온 홍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이 당에 복귀할 시점에 즈음해 친이계가 재결집을 도모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했다고 한다.
친이계 관계자는 “권력이 이동한다고 계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친이계가 와해됐다고 말들을 하는데 세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운명 공동체가 있다”고 말해 친이계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이 장관의 당 복귀 시점에 대해선 새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대권후보들의 행보가 가시화되는 9월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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