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진보 발언 이어 기업의 해외투자 조사 발언 등 연일 구설수
(뉴스파인더)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대기업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악성의 일자리 문제로 재산의 해외 유출만큼 부도덕하고 심각한 기업행태”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생의 으뜸은 일자리로, 정리해고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는 단순한 정리해고가 아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특히 손 대표는 “우리 당은 불발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와 대기업 일자리 빼돌리기 진상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의 이러한 시각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화려한 해외투자 유치를 자랑하던 것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LG-필립스사 유치 이후 경기도의 투자 여건을 신뢰한 미국 델파이, 일본 스키토모, 독일 티센크루프 등 자동차, 전자·전기와 화학 등 각종 분야 첨단 제조·유통 업체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일본으로부터도 첨단 부품업체 23개를 끌어왔는데, 그 중 10개사는 한 번도 자기 기술을 가지고 일본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는 회사였다. 특히 H사는 새로 개발한 기술을 한국으로 가져 와 한국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앞으로도 해외 첨단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예정인데, 1월12일부터 유럽을 방문해 바이오 쪽에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5개국 12개 업체와 이미 상담 일정을 잡아 놨다.”
역시 손 대표의 시각으로 보자면 미국의 필립스와 델파이, 일본의 스키토모, 독일의 타센크루프 등 회사들은 각각 미국과 일본, 독일의 일자리를 한국으로 빼돌린 격이다. 이들 회사에 대해 미국, 일본, 독일의 정부가 “기업이 일자리 빼돌렸다”며 조사에 나서겠다면 이들의 투자유치를 자랑하던 손 대표는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
손학규 시각이라면 개성공단이야말로 국내 일자리 빼돌리기 원흉
또한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11월29일 연평폭격으로 개성공단이 통제되자 개성공단 입주자 대표를 초청, “개성공단 활성화를 통해 우리 기업도 성장하고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을 기대했지만 전체적인 사정의 진행은 역방향으로 가고, 특히 이번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오늘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민주당은 당대로 이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도록 하겠다”며 격려했다. 개성공단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손익을 맞출 수 없는 중소기업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출한 공업단지다. 손 대표 발언은 개성공단의 일자리 빼돌리기에 한몫 거들겠다는 뜻이 된다.
더구나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중국 등 해외를 방문할 때 해외에 진출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격려하기도 했다. 역시 국내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린 원흉들을 격려한 셈이다. 도저히 한 정치인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상반된 발언을 쏟아낸 격이다.
문제는 이러한 손 대표의 말바꾸기가 주로 정치논리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노사문제 관련, 제1야당 대표가 희망버스에 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자 당내에서 강경한 좌파입장을 대변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물론 자신의 측근인 최영 전 대변인으로부터도 탑승을 종용받고 있다. 야권연대 대상인 진보신당의 심상정 고문으로부터는 야권연대 진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손 대표의 대기업 해외 일자리 빼돌리기 조사 발언은 이러한 당 내외 비판을 의식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손 대표는 지난 7월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자신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 발언에 대해 “햇볕정책에 수정을 가한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하자 “‘원칙없는 포용정책’은 ‘종북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색깔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당은 분명히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에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손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비판을 자제해 왔지만 이제 도를 넘는 것 같다”며 “6.15 공동선언으로 결실 맺은 햇볕정책을 ‘종북’으로 낙인 찍어온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이냐”고 비난했다.
또 그는 “종북이란 표현은 반북세력이 평화세력을 공격할 때 쓰던 낡은 수법”이라며 “모든 평화세력을 모독하고 낙인찍는 발언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민주당과 지지세력 내에서는 “대체 손 대표의 대북관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시절 간첩 돈 받은 김대중 사상에 의혹제기까지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10월9일, 민심대장정 기자회견 때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은 책임을 지고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개발을 완전히 철회하기 전까지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이날 백령도 해병여단을 방문해서는 우리가 한미 공조를 확실히 하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한다.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면 국지전이 일어난다는 여권 논리는 국제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한국당 시절에는 더 심각했다. 신한국당 대변인 시절 손 대표는 “김대중 총재가 간첩 서경원으로부터 김일성의 돈을 받은 사실과 김 총재의 전력시비, 국민회의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사상적 배경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 검증을 주장했다. 또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만 해결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 김대중은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5.18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될 필요는 없다”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그러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인 2007년 5월9일 방북 인터뷰에서는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폐기할게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말을 바꿨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설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우리가 보내준 쌀을 정권유지에 쓰더라도, 정부는 ‘그래도 부스러기라도 일반 주민들에게 가면 좋지’하면서 쌀 지원을 해야죠. 쌀 자체로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이러한 오락가락한 행보 탓에 양 진영 언론사들 역시 손 대표 발언에 따라 논조가 움직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손 대표의 ‘종북진보’ 발언 직후인 7월4일자 사설에서 “민주당은 만일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북이 개혁·개방·남북협력의 길로 들어설 경우 긍정적 대가를 주고, 북이 핵개발이나 무력도발 같은 잘못된 행동을 고집할 경우 부정적 대가를 주겠다는 햇볕정책의 원취지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중산층 마음속 의혹을 걷어내 재집권의 길도 열릴 것이다”라며 사실상 손 대표 손을 들어줬다.
반면 손 대표가 민생행보 첫 방문지로 한진중공업을 택하자 조선일보는 7월15일자 사설에서 “14일 자신의 민생현장 프로그램 첫 방문지로 좌파진영의 성지(聖地)로 떠오른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 농성현장을 선택했다. 손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야권 통합후보로 나서는 길을 닦기 위해 야권 몸통으로서의 정체성(正體性)도 내던지고 야권 꼬리인 좌파 이념정당의 구령에 맞춰 춤추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의 경우 아예 손 대표가 좌파노선에서 일체 이탈하지 못하도록 길들이기 수준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고 있다. 손 대표의 ‘종북진보’ 발언 이후 7월5일자 김이택 논설위원의 아침햇발 칼럼에서 “최근 손 대표의 ‘종북’ 발언도 그렇다. 햇볕정책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필요하지만 당 안팎 지지층의 공감대를 얻는 게 우선이다. 이 용어가 갖는 미묘한 ‘함의’를 아직도 깨닫지 못한 듯하다. 보수언론이 부추긴다고 정말로 잘한 줄 안다면 더 큰 문제다. 대학 등록금을 놓고 하루 만에 덜컥 정책을 바꾸는 걸 보면 얼마나 정책 공부가 된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경고했다.
그 이전에도 한겨레는 5월6일자 박창식 논설위원의 아침햇발 칼럼을 통해 “이번 4.27 정책연합 합의문을 채택할 때도 정당별로 온도가 달랐다고 한다. 진보정당들이 ‘조중동 종편 취소’를 못 박자고 했는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 쪽에서 화들짝 놀라면서 부담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이 정책연합 이탈을 위협했고 시민사회 쪽이 중재에 나서 지금의 문안으로 절충했다고 한다”며 손 대표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손 대표가 종편 취소 때문에 정책합의문 서명에 주저했다는 내용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내부 정보였다. 한겨레는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손 대표의 이중적 태도를 폭로한 셈이다.
손학규 지지 사이트 수복에서도 지지 글 없어
손학규 대표의 발언에 따라 언론의 평가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지만, 전체적으로 손 대표는 오히려 무관심을 더 걱정해야할 판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경우 부정적 의미든 긍정적 의미든 언론으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손 대표는 최소한 좌파언론 내에서 손 대표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하는 기사나 칼럼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언론보다 훨씬 자유롭게 특정 정치인에 지지 글을 올릴 수 있는 정치웹진에서조차 그에 대한 옹호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좌파논객들 사이트인 서프라이즈, 무브온 등에서는 손 대표에 대한 비난성 글이 주를 이룬다.
서프라이즈 논객 워낭소리’는 손 대표에 대해 “맨 먼저 손학규부터 손을 좀 봐야겠다. 난 이 사람이, 민주당 대표인지 한나라당 원내 총무인지를 모르겠더라. 24시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지 않으면 엉뚱한 짓을 벌일 요주의 인물이다. 차라리 정동영이가 나아 보인다”고 손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무브온의 ‘거사’ 역시 “당 대표의 정체성이 저래 가지고 어찌 힘을 한데 모을 수가 있을 것인가? 손 대표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몸과 영혼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한나라당 색깔을 벗겨 내기 위해 밤낮으로 성찰해야 옳을 것이다”라고 손 대표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프라이즈가 현재 친(親)민주당 사이트, 무브온이 친(親)유시민 사이트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양 사이트 모두에서 지지 논객 한 명 없는 손 대표의 처지는 예사롭지 않다.
과거 서프라이즈 편집장을 지냈던 공희준이 새롭게 오픈한 사이트 수복에서는 사이트 운영자인 공희준이 지속적으로 손 대표 띄우기에 나서고 있으나, 역시 참여 논객들에 의해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공희준을 제외한 수복 논객들 역시 손 대표의 15년 한나라당 경력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진보개혁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누계하고 있는데, 애초 손학규 대권을 위해 기획된 듯한 수복에서조차 손 대표는 정동영 최고위원에 크게 밀리고 있다. 최소한 언론과 인터넷에서 손 대표의 지지 세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정통좌파 노선을 지향하는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출신이 아닌 것이 가장 큰 자산이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은 치명성을 띄고 있고, 한나라당 티를 벗는데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손 대표의 침체를 분석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 시절 기록돼있는 수많은 발언들과 민주당 시절 발언들을 비교해보면 180도 바뀐 것이 너무 많아, 언론에 비춰진 손 대표의 이미지는 ‘오락가락’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락가락 행보에는 본래 지지 논리가 없고, 지지 글이 없고, 지지 세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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