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장 피에르 드 마저리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평양 사무소장이 경고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북한에서 실시한 식량 수요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앞으로 몇 달 간 6백만 명의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2천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고 미국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탁아소의 아이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장 피에르 드 마저리 평양사무소장은 수 백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10년 만의 최악의 식량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현재 북한 내 많은 지역의 식량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최악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식량 지원이 필요한 북한주민이 5백만 명에서 6백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지난 해 홍수와 그에 따른 흉작,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폭등, 한국 등 일부 국가들로부터의 식량 지원 감소 등이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주민들이 가장 고통받는 시기인 지금부터 가을 추수 때까지 일반 북한주민들의 즉각적인 식량 필요에 대처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지난 달 실시된 북한 식량 수요 조사 결과 북한 일부 지역의 상황은 인도적 비상사태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북한 동북부 지방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을 눈물로 호소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쌀 값이 거의 3배 올랐고 심지어 옥수수 값은 4배나 올랐다면서, 북한 도시들에서 정부의 배급 기준량도 기존의 4백50g이나 5백g에서 1백50g으로 급격하게 줄었다고 밝혔다.
드 마저리 소장은 조사 대상 북한 가구의 절반 이상이 식사 회수를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였고, 4분의 3이 식량 섭취량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북한 도시주민들은 어린이들을 식량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시골 친척집으로 보내거나 앞마당이나 야산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 마저리 소장은 이어 영양가가 별로 없고 소화도 어려운 야생과일이나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북한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식량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드 마저리 소장은 올 가을 추수 때까지 식량 원조를 현재 1백20만 명에서 6백40만 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2천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앞으로 2주일 안에 국제 원조를 호소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만일 국제사회의 기부금이 제공되지 않으면 북한 상황이 심각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은 북한 내 활동을 확대하기로 최근 북한과 합의했다. 드 마저리 소장은 오는 9월부터 내년 말까지 확대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5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편, 드 마저리 소장은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과의 국경을 폐쇄했다는 일부의 관측과는 달리, 현재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 통로를 폐쇄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드 마저리 소장은 세계식량계획의 자체 원조 일부가 중국과 북한 국경을 통해 수송되고 있다며, 이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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