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핵 검증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북핵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미국과 북한이 핵검증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무부에서 미-북간에 합의된 핵 검증 계획서를 공개했다고 미국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국무부가 밝힌 미-북 핵검증 내용의 핵심은 5가지 이다. 우선 6자회담 당사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고한 모든 핵 시설에 접근 할 수 있다. 또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핵시설에 대해서는 상호 동의에 따라 접근할 수 있다.
또 핵 검증은 플루토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과 핵확산 활동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또 핵 시설의 시료 채취 등 과학적 절차에도 양국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언뜻 보면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 합의한 핵 검증 계획안은 그 동안 미국이 요구한 내용을 모두 수용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핵 검증의 대상에 영변의 핵시설 등 플루토늄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과 핵확산 활동까지 포함된 것이 그렇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핵 검증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션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에 합의된 검증 계획안에는 그동안 미국이 추구했던 핵검증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와 다릅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의 전봉근 교수는 핵검증 계획서의 최대 문제점은 미신고 시설에 대한 ‘상호 동의’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북한의 핵시설은 신고 시설과 미신고 시설로 나눌 수 있다. 언론에 자주 보도된 영변의 5MW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등은 신고 시설에 해당된다. 반면 미신고 시설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영변의 핵 폐기물을 감춘 곳 2곳과 북한의 핵 실험장, 핵 무기, 우라늄 농축 장비 등이 미신고 시설에 해당된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 북한의 신고된 시설은 물론이고 미신고 시설도 검증하고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합의된 검증 계획서는 미 신고 시설을 검증하려면 미국과 북한간의 ‘상호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북한이 안된다’라고 하면 미국은 핵 시설을 볼 수 없다는 얘기이다. 이 때문에 외교안보연구원의 전봉근 교수는 지난 90년대 1차 핵 위기에도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며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검증 문제가 앞으로 큰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도 미신고 시설에 대한 문제로 북한 핵문제가 앞으로 상당한 난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신문은 핵문제 전문가인 게리 세이모어 씨의 말을 인용해 이번 협상이 모호한 합의로 인해 또 난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3년 1차 북한 핵 위기 때에도 미국과 북한은 미신고 핵시설 문제를 해결 못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북한이 끝내 미신고 핵시설 검증을 거부할 경우 북한을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